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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전문상영관 '아트나인'
 예술영화전문상영관 '아트나인'
ⓒ 아트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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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전용관 미니시어터 '아트나인' 내부 모습
 예술영화전용관 미니시어터 '아트나인' 내부 모습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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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수 58석의 소극장은 마치 개인 전용극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작은 공간은 아늑했다. 고화질의 화면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소리에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음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국내 상영관 중 최고 시스템을 갖춰놨다는 극장 측의 자부심을 느끼기 어렵지 않았다. 명불허전, 역시나 공언했던 그대로였다. 영화관을 구성하는 다른 장비들 또한 마찬가지. 마니아들이 들으면 입이 쩍 벌어질 모델들이 극장 내부를 장식하고 있었다.

사당동 이수역 앞에 위치한 미니시어터 '아트나인'이 1일 개관했다. 미니시어터란 이름처럼 아트나인은 92석과 58석 규모 두 개의 상영관으로 구성된 미니극장이다. 하지만 지금껏 국내에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관 중 가장 특별한 극장에 속한다. 수백 석 규모의 영화관들과는 다른, 영화를 보는 데 있어 최적의 관람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 자체에서 예술영화의 품위가 드러난다고 하는 게 알맞을 것 같다. 아트나인은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만을 전문으로 상영하는 예술영화전용관을 표방하고 있다.

극장 로비를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야외상영 극장으로 활용될 전망 좋은 야외공간은 시원스레 펼쳐진 관악산의 풍경과 함께 운치를 자극했다. 하다못해 화장실 공간까지 예술영화관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 애쓴 모습이 역력했다. 들어간 비용이 6개 스크린 규모의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설치와 비슷할 정도라니 영화관 하나에 어느 정도의 정성이 들어갔는지 어림잡기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꾸며놓은 이유는 영화관을 구상하면서 영화를 보고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한 장소에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객 서비스를 극대화 시키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극장이다. 영화관이면서 아늑한 여가시설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예술영화 마니아층이 있다고는 해도 예술영화전문 상영관을 위해 쏟아 부은 비용을 생각해 보면 어떤 면에서 무모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속된 말로 돈 되는 것은 예술영화보단 상업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별한 영화관이 만들어진 것은 영화계에서 '영화관주의자'로도 불리는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의 뚝심이 작용한 덕분이다.

'소리가 다른 영화관'... 최고 시설은 관객에 대한 기본이자 의무

최적의 화면을 위해 기울어져 설치된 스크린
 최적의 화면을 위해 기울어져 설치된 스크린
ⓒ 아트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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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나인'을 개관한 정상진 대표는 "관객을 위해 이 정도의 배려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객이 좋은 조건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대하는 그의 자세이기도 하다. 영화가 빛날 수 있는 최고의 관람시설을 갖춘 상영관은 그가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생각해 오고 있는 분야다.

엣나인필름이 운영하고 있는 메가박스 이수도 음향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소리가 다른 영화관으로 꼽힌다. 앰프 출력이 다른 상영관과 큰 차이를 보일 만큼 마니아들에게는 소문이 자자하다. 해외 라이브공연을 현장의 생생한 음향으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평가된다. 아트나인은 그보단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꾸며 놨다.

그는 영화계에서는 음향전문가로도 통한다. 음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도 음향설비를 선정할 때 직접 참여했다. 극장에서 음향시설이 약해 발음이 제대로 안 들리거나 하는 것에 그는 많이 예민한 편이다. 좋은 관람 환경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도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기도 하다.  

'아트나인'을 개관하면서는 단순히 음향에만 신경 쓰지 않았다. 최적의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고심했다. 아트나인의 스크린은 살짝 기울여져 있다. 기존 영화관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기울기는 관객들에게 정확한 포커싱을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모든 영사실들이 영화관의 뒤편에 설치돼 영사기의 렌즈에서의 거리가 스크린 상단까지의 도달거리와 하단까지의 도달거리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스크린 상단과 하단까지의 도달거리를 정확하게 맞추어 스크린을 설치한 것이다. 

정 대표는 "이 방식으로 스크린을 설치하게 된다면 일반 상영관들의 경우 맨 앞 열이 최소 2열에서 10열 제거되어야 할 수 있다"며 "경제적인 이유를 고려한다면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에서는 당연 객석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존 영화관에서는 외화의 경우 자막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다 보면 화면 중간 부분부터 포커스가 날라가는데 이런 이유가 숨어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관람 환경은 CGV, 롯데 등이 더 신경 써야 할 문제"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를 개관한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를 개관한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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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통해 경제적 이윤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예술로서 영화에 대한 고민과 최적의 관람 조건에 대한 생각이 많기에 영화계에서 정상진 대표는 특별한 사람으로 꼽힌다.

물론 그도 경제적 이익에 무관심하지는 않다. 다만 관객이 만족하는 최고의 환경을 갖춰놓는 것을 우선에 둔다는 게 다를 뿐이다. '아트나인' 역시 그가 만들었기 때문에 저런 특별한 공간이 생겨날 수 있었다는 게 영화계 인사들의 견해다. 

개관 첫날 극장을 찾은 홍효숙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아담하고 편안한 나만의 극장이란 느낌"이 든다고 평했다. 이날 3편의 영화를 관람하며 극장을 살펴본 <오래된 인력거>의 이성규 감독도 "영화 보면서 놀기 참 좋은 공간이다, 우리에게도 자랑할 만한 시네마테크가 생겼다"고 흡족해 했다.

정상진 대표는 "사실 이런 조건은 롯데나 CGV 등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이 관객 배려를 위해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대기업 극장들이 예술영화전문상영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시설은 그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보다는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관객이 좋은 조건에서 영화를 관람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아트나인'은 대기업 멀티플렉스를 자극하기 위한 그 나름의 노력이기도 하다. 그는 다음 목표도 갖고 있다며 "일본 도심 한복판에 한국영화전용상영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진 대표의 엣나인필름은 극장 운영 외에 해외예술영화들을 수입 배급하고, 영화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를 배급해 주목받기도 했다. <남영동 1985>가 배급사를 찾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정상진 대표에게 배급을 맡아보라는 제안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의미있는 영화인만큼 이를 배급할 사람은 정상진 대표가 제격이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는 것이다.

배급을 결심한 후 개봉 직전까지 김근태 전 의원의 묘소를 수차례 찾아가 진행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배급사에게 유리한 조건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는 "영화의 영향력과 영화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졌는데, 그게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재개관한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도 그가 실무적인 일을 맡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0년까지 개최한 핑크영화제는 일본의 다양한 핑크필름(일본 영화 장르 중 하나로 저예산으로 제작된 성애가 주제인 영화)을 소개하는 특별한 영화제로 주목받았다.

국내 독립예술영화의 발전에도 다방면으로 기여를 하고 있는데,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단순히 일회성이나 형식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엣나인필름이 수입 배급하는 인도와 유럽 등의 예술영화들 중 주로 사회성이 짙은 작품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10일부터 개관기념 영화제... 일본 핑크영화들도 선보여

레스토랑과 커피숍으로 꾸며진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 극장 로비
 레스토랑과 커피숍으로 꾸며진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 극장 로비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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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시작과 함께 야심차게 출발한 '아트나인'의 공식 개관행사는 오는 9일 있을 예정이다. 10일부터는 개관행사로 준비된 '엣나인필름 영화제'가 시작돼 16일까지 이어진다. 엣나인필름이 수입 배급 제작한 영화들이 대거 선보인다.

예술영화 흥행작에 오른 <인 어 베러월드>를 비롯해 개봉을 앞둔 유지태 감독의 신작 <마이 라띠마>, 부산영화제에서 장영남씨가 여자배우상을 수상한 <공정사회>, 덴마크 예술영화 <더 헌트> 등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들이 다수 공개된다.

부산영화제 김동호 명예위원장의 감독 데뷔작 < JURY><남영동 1985><세 얼간이(인도판)> 등도 상영작 목록에 올라 있다. 저녁시간 대에는 일본의 대표적 핑크영화들도 준비돼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어둠의 아이들>을 만든 일본의 사카모토 준지 감독, <마이 라띠마> 유지태 감독과 배우 배수빈, 박지수, <남영동 1985>에 출연한 이경영, 박원상 등은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갖는다.


태그:#아트나인, #예술영화, #엣나인필름, #정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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