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실 합천에 가는 대부분 사람들은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합천박물관에서 나는 두 가지 대단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하나는 합천에 가야연맹의 소국이었던 황금 칼의 나라 '다라국'이 있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합천군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4개의 향교가 있다는 것이었다.

합천박물관
▲ 합천군 합천박물관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조선의 교육기관은 한양에 국립대학격인 '성균관'이 있고. 지방 부목군현에는 '향교(鄕校)'가 있었다. 향교는 요즘으로 보자면 지방의 국공립대학과 국공립 중고등학교 정도로 보면 된다. 향교에는 성균관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문묘, 명륜당과 중국 및 조선의 선철, 선현을 제사하는 사당이 함께 있었다.

다라국 왕관
▲ 합천군 다라국 왕관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반면 '서원(書院)'은 조선 중기 이후 명현(明賢)을 모시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전국 곳곳에 세워진 교육기관으로 규모에 따라서 요즘으로 보자면 사립대학과 사립 중고등학교 정도로 볼 수 있다. 향교와 크게 다른 점 두 가지는 국공립 대 사립이라는 것과 서원은 조선의 선현, 향현에게만 제사지낸다는 점이다.

합천의 향교는 통상적으로 부목군현에 한곳의 향교를 두는 관례에 따라 조선 초기에 3곳의 향교가 설치되었다. 다시 말해 조선 초기 합천군에는 3개의 군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만큼 합천이 규모가 크고 인재가 많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향교가 4개인 합천군
▲ 합천군 향교가 4개인 합천군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조선 초기 합천읍 지역에 생긴 '합천향교'를 시작으로 현재의 초계면 지역에 생긴 '초계향교(草溪鄕校), 현재의 삼가면 지역에 생긴 '삼가향교(三嘉鄕校)'까지 3개에 향교가 있었다. 그런데 합천향교가 지난 1881년(고종 18)합천지역에 수해가 나자 군수 송기로가 군청을 지금의 야로면으로 이건하면서 향교도 함께 옮기게 된다.

이렇게 3개의 향교가 존재하던 합천군에, 해방 이후 군청 소재지에 향교가 없음을 아쉬워하던 읍을 중심으로 하는 군내의 인근 4개 지역(합천, 율곡, 대양, 용주)유림들이 뜻을 모아 합천읍에 1965년 '강양향교(江陽鄕校)'를 새로 건립하게 된다. 

경상우도의 최고 선비, 남명 조식 선생
▲ 합천군 경상우도의 최고 선비, 남명 조식 선생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이에 따라 강양향교가 전국 232개 향교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세워진 향교가 되며, 합천군은 4번째 향교 설립으로 전국 시군구에 4개의 향교가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지역이 된다. 향교가 4개나 된다는 말에 나는 남명 조식 선생을 낳은 경상우도 최고의 선비고을답게 합천이 대단해 보였다.

강양향교는 비록 50년 전에 세워진 근대 향교라고 하지만 경내에 대성전, 내삼문, 명륜당 등 3동의 건물이 있고 대성전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지어졌다. 현재 교육적인 기능은 거의 사라지고 봄과 가을에 석전을 봉행하며 초하루와 보름에 분향하고 있다고 한다.

대패삼겹살구이
▲ 합천군 대패삼겹살구이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긴 시간 합천박물관을 둘러 본 우리들은 저녁을 먹기 위해 읍내 합천리에 있는 '부자돼지'라고 하는 삼겹살집에서 대패삼겹살로 식사를 했다. 서울에서 가끔 먹는 대패삼겹살과는 두께도 다르고 숙성정도로 달라 맛있게 먹었다.

나는 요즘 고기를 조금 덜먹고 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 약간 배가 부를 정도로 식사를 한 다음, 국수를 추가로 시켜 배를 채웠다. 날이 추웠지만 오늘은 유익한 공부를 많이 한 날이다.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인근의 숙소로 가서 샤워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날씨가 너무 춥고 잠자리도 어수선하여 쉽게 잠들 수 없었지만, 피로가 몰려와 뉴스를 시청하다가 시나브로 잠들었다.

27일 아침 일어나기 무섭게 창문을 열어 합천의 맑은 공기를 마셨다. 숙소 앞에 넓은 호수가 보여 식사를 하고는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수를 하고서 아침 8시 숙소 인근에 있는 '황태명가'라고 하는 식당에서 굴해장국으로 식사를 했다.

굴해장국
▲ 합천군 굴해장국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간밤에 술을 조금하고 너무 춥게 잠을 자서 그런지 굴해장국이 동태처럼 얼어있던 몸과 속을 확 풀어주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한 듯하다.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커피를 한 잔 한 다음, 숙소 앞에 있는 호수로 갔다.

멀리서 보기에 호수 같았던 곳은 가까이 가 보니 대양면 정양리에 있는 '정양늪 생태공원'이었다. 약 1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면적 108.6㏊의 정양늪은 황강 지류 아천천의 배후습지로서 200여 종의 다양한 동 식물들이 공생하던 곳이다.

정양늪 , 멀리 큰고니가 보인다
▲ 합천군 정양늪 , 멀리 큰고니가 보인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그중에는 가시연, 남개연, 물옥잠군락, 모래주사, 큰기러기, 큰고니, 금개구리, 갈대, 마름, 노랑어리연꽃, 검정말, 각시붕어 참몰개, 붉은배새매, 말똥가리 등 멸종위기의 생물도 다수 서식해 매우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보전 가치가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합천댐이 만들어진 이후 수위가 낮아지고 오물이 쌓이면서 습지와 늪으로서의 모습을 잃어갔다. 재정비가 이뤄지기 직전에는 수량이 줄고 수질도 악화되어 습지의 기능이 상당부분 상실되었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관민이 힘을 모아 지난 2007년부터 대대적인 정비를 시작하여 2011년까지 총 사업비 65억 원을 들여 늪 준설, 확장, 수생식물 식재 등으로 다양한 생물이 하나 둘 되살아났다. 이에 한동안 발길이 끊겼던 철새들도 찾아들면서 현재의 정양늪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태곳적부터 형성된 생태계를 원래의 상태로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훼손된 자연을 모두가 힘을 모아 정성 들여 복원했다는 점은 대단하다. 새로워진 정양늪에서 우리는 탐방객들이 늪의 생태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정성을 다한 점과 나약한 인간이 경이롭고 위대한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정양늪, 산책로가 좋다
▲ 합천군 정양늪, 산책로가 좋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수면 위로 길게 만들어진 나무 데크와 운치 있는 약 3.2㎞의 황토 길을 따라 아늑한 습지를 걸으면 생태 관찰 학습도 되고 습지의 정화 작용에 마음속 티끌마저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무척 좋다.

늪을 복원한 직후인 작년 초 국제적으로도 보호종인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 20여 마리가 날아와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큰고니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정양늪에서 무리를 지어 먹이활동을 하던 대표적인 철새였으나 열악한 습지환경으로 그간 이곳을 찾지 않아 조류연구자들을 애타게 했었다.

우리가 방문한 당일에도 큰고니 수 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날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큰고니가 돌아온 후 합천군은 수질오염은 물론 생태계 파괴가 우려됨에 따라 공원 일대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정양늪, 생물종이 다양한 생태공원이다
▲ 합천군 정양늪, 생물종이 다양한 생태공원이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정양늪은 창녕군의 우포늪과 함께 경남의 또 다른 생태관광지로 일품이었다. 특히 길 주변으로 어리연, 남개연, 수련, 물옥장 등 다양한 식물이 번식하며 보기 드문 희귀식물은 따로 칸막이 설치해 구분이 쉽도록 하여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자연환경을 접하고 진귀한 수생식물을 직접 볼 수 있는 학습장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태그:#합천군, #합천박물관, #합천향교, #정양늪, #남명 조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