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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갓(Oh my god)"

놀라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때, 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도 이 말을 자주 쓴다. 새누리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대선올레도 "오마이갓" 했다. 후보 연설 전 유세현장에서 사전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보다 한 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현장은 무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너무 빽빽하게 몰려있었다. 촬영을 위해 지나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12일 <오마이TV> 대선올레는 새누리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보수의 중심 대구에서 생방송을 진행했다. 오후 두시 반부터 시작된 방송은 먼저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대구 신천동 문재인 캠프 현장을 보여주고, 네 시부터 박근혜 후보의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유세를 방송했다. 이날 박근혜 후보의 유세장은 무대를 중심으로 5~6천명 가량의 사람들이 운집했다.

오마이가 오마이를 볼수밖에 없었던 사정

처음 대선올레팀은 이 밀집된 인파를 헤치고 움직이려고 시도했다. 무대 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시청자들에게 무대 상황을 함께 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대를 배경으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무대 반대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결과는 실패.

무대에서 대구백화점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길은 삼각형 모양의 광장이었다. 길은 점차 좁아지고 사람은 많아지니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유세를 구경 온 지지자들은 무대에 더 가까운 곳으로 움직였다. 역방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앞뒤양 옆에 있었던 것이다. 압사사고가 걱정될 정도로 사람들과 밀착해 있었다.

대선올레팀은 경로를 수정했다. 무대 뒤편이 아닌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유세현장의 인파를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 계단으로 움직였다. 결과는 또 실패.
경찰이 옥상에서 문을 잠그고 시민들과 취재진의 옥상 진입을 막고 있었다.

각층의 사무실들은 문이 닫혀있거나 문 두드리는 소리에 반응이 없었다. 엎친데 덮친 건 빽빽하게 밀집돼 움직일 구멍을 찾을 수 없는 유세현장이었다.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동안 밖에 서서 생방송을 진행하는 탓에 몸살감기를 앓게 된 서해성 성공회대·한신대 외래교수의 낯빛이 창백했다.

결국 촬영을 해야하는 카메라 기자와 현장 책임 PD만 현장을 조망할 수 있는 옥상을 찾아 이동하기로 했다. 어느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스마트폰으로 <오마이TV>를 시청하는 두 진행자의 불쌍한 모습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오연호 대표기자와 서해성 작가가 본인들이 진행하는 방송을 스마트폰으로 시청하고 있다.
▲ 오마이, 오마이를 보다 오연호 대표기자와 서해성 작가가 본인들이 진행하는 방송을 스마트폰으로 시청하고 있다.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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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적 오래유지하면 신뢰할 만한 정치인?

대선올레의 '오마이갓'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의 연설이 끝나고 대선올레는 현장에 있는 시민들을 인터뷰했다. 박 후보 지지자라 밝힌 시민들은 "박근혜 후보는 믿을만 하다, 신뢰가 간다"라며 무조건적 지지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연호 대표기자가 물었다.

"최근 5년간 어떤 걸 보면 박근혜 후보가 원칙을 지키고 믿음주고 신뢰할 만합니까? 하나만 말해주세요."

한 20대 청년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여당인 새누리당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게 믿음직하다고 봅니다."

아이와 함께 나온 한 시민은 이렇게 답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기 때문에 박근혜가 더 발전시키리라 믿습니다."

어느 50대 여성은 이렇게 답했다.

"박근혜 엄마, 아부지가 우리나라를 일으켰습니다."

한 70대 노인은 이렇게 답했다.

"진짜 우리나라를 살릴 것 같아요."

머리보다 마음이 믿음을 준다는 답변이었다. 근거 있는 믿음이라기보다 '신뢰에 기반한 신뢰'라는 동어반복인 것이다. 현 정권이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박근혜 후보에게는 면죄부를 줬다.

"이명박이는 한나라당이고 박근혜는 새누리당입니다."
"5년간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얼마나 설움을 받았습니까?"

이것이 대구에 사는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의 생각이었다. 서해성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유세현장을 보며 "지지자들이 무조건적으로 지지를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정치는 구원의 대상이 아닌데 박 후보의 지지자들은 박 후보를 정치적 구원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보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그렇게 보는 것은 합리적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이고, 문화적으로 파시즘의 뿌리다"라 평했다.

정신도, 체력도 "오마이갓"

유세현장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소위 멘탈붕괴(정신이 나간 상태를 이르는 인터넷 용어)상태였다.

박 후보 지지자 인터뷰를 보고 한 트위터리안은 "평양 인민들을 인터뷰하는 느낌입니다 (@sanha****)"라 말했다. "박근혜는 그들에게 신이고 종교다. 나 점점 멘붕이 올려고 하는데"(‏@yun***)라 말하는 트위터리안도 있었다. 비합리적인 모습에 답답하다는 시청자도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깝깝 했는데 오늘 대구 방송은 술을 부르는 방송이네요(‏@zeze***)"
같은 대구시민으로서 대구의 보수성에 한숨쉬는 시청자도 있었다. 트위터 아이디 @afterfo****씨는 "대구 시민입니다. 답답하셨죠. 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묻지마식 지지를 어떻게해야 바꿀 수 있는지… 우공이산입니다"라 말했다. 아이디 Jun***씨는 "대구에서 후보토론회 보고 이정희 후보를 총으로 쏘고 싶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지요?"라 말하며 대구의 보수성이 심각함을 전했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려다 실패해 인파가 몰려있는 계단에서 촬영하고 있는 대선올레
 건물 옥상에 올라가려다 실패해 인파가 몰려있는 계단에서 촬영하고 있는 대선올레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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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아성 대구에서의 마지막 "오마이갓"은 서울로 향하는 KTX 안에서 외쳤다. 대선올레를 촬영하기 위해 대구에 내려온 2명의 진행자와 6명의 스태프들이 익숙하게 한약을 나눠 마시는 것이었다. 근 한 달이 넘도록 전국의 대선후보 유세현장을 돌며 생중계하고 있는 대선올레팀의 체력이 바닥에 다다른 탓이다. "이젠 약의 힘에 의존해서라도 뛰어야죠" 하며 웃는 촬영기자의 웃음이 참으로 슬펐다.

D-6,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고, 지지율 1, 2위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대선정국에서 13일 <오마이TV> 대선올레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대전지역 '문안인사' 유세 현장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태그:#대선올레, #오연호, #서해성, #동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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