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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12일 오후 6시 12분]
'인간 마이크' 맛들인 안철수, 5년 뒤에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에서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떠나기전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에서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떠나기전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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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통으로 하죠."

"어떻게 말씀하실 건가요?"라는 허영 전 비서팀장의 질문에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예비후보는 이같이 답했다. 안 전 후보가 "소리통"이라고 세 번 외쳤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도 "소리통"이라고 따라 외쳤다. 이후 그가 한 문장 씩 말할 때마다 시민들이 큰 소리로 복창했다. 12일 오후 안 전 후보가 강원도 춘천 시민과 만나기 위해 풍물시장을 방문한 자리였다.

소리통을 이용한 안 전 후보의 '인간 마이크' 유세가 화제다. '인간 마이크'란 안 전 후보의 말을 현장 시민들이 따라 외치는 방식이다. 유세 현장에서 마이크를 쓰지 않는 안 전 후보의 목소리를 멀리 전하는 역할을 한다.

안 전 후보가 '인간 마이크' 유세를 펼친 건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시작은 지난 8일 서울 유세 때였다. 대학로와 강남 삼성동을 방문한 안 전 후보는 마이크 없이 연설을 했다. 그러나 안 전 후보의 말은 엄청난 인파로 인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허 전 팀장이 안 전 후보의 말을 따라 외쳐 주변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시민 몇 명도 따라했다. '인간 마이크'가 시작된 순간이다.

9일 경기도 과천·안양 유세 때는 '인간 마이크'를 자처하는 시민이 30~40여 명으로 늘어났다. 10일 전주·광주 유세부터는 허 전 팀장이 "요즘 유행하는 유세 방식"이라며 '인간 마이크'를 소개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유세 현장마다 모이는 인원은 다르지만, 참석자 대부분 그의 말을 따라서 외친다.

마이크 들지 않는 안철수 "이게 우리가 생각했던 '반값 선거운동'"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에서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에서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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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유세에 나선 지 6일째인 안 전 후보는 지금까지 언론 보도용 외에는 한 번도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선거법 위반 우려 때문은 아니다. 민주당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한 수행팀원 몇 명이 마이크를 건네면 안 전 후보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선거비용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유세 방식을 쓰겠다고 후보 사퇴 이전에 공언한 바 있다. 유세차에 올라서 연설하는 방식을 지양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마이크를 안 쓰겠다는 그의 고집이 새로운 유세 방식인 '인간 마이크'를 등장시켰다. 이 방식이 좋은 반응을 얻자 안 전 후보 측도 '철수 스타일'로 밀고 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철수 스타일'은 또 있다. "앉자"라는 구호와 '목마' 유세다. 유세차에 오르지 않아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불평이 나오자, 수행팀원과 시민들이 "앉아"를 외쳐 시야를 확보했다. 그래도 안 보이는 경우를 위해 '허영 목마'도 등장했다. 허 전 팀장 어깨에 안 전 후보가 올라타 멀리 있는 시민들에게 얼굴일 내비치는 방식이다.

향후 안 전 후보가 2013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나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경우, 이같은 '철수 스타일'의 유세 방식은 다시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는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로 시끄럽게 떠들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인다"며 "오히려 시민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게 우리가 시도하고자 했던 '반값 선거운동'이다"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맞이한 춘천 시장 상인들 "왜 그만두셨나... 다시 나오실 거죠?"

한편, 강원도 춘천 풍물시장을 방문한 안 전 후보는 시장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눈을 맞췄다. "많이 파세요" "건강하세요"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에 상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환히 웃으며 안 전 후보를 맞이했다. 감자떡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본인이 (후보) 하셨어야지 왜 그만두셨나, 화나 죽겠다"며 "다시 나오실 거죠?"라고 물었다. 안 전 후보는 대답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안 전 후보가 연설하기 위해 멈춘 곳에는 2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20대였다. 김범조(20)씨는 "안철수가 춘천에 온다는 트위터를 보고 급히 왔다"고, 이은정(21)씨는 "택시기사께서 알려줘서 보러 왔다"고 말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송호창 의원, 김성식 전 공동선대본부장 등과 함께한 안 전 후보는 이 자리에서 "아무 조건 없이 문 후보를 도와드리기로 했다"며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해 꼭 투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2신 보강: 12일 오후 3시 7분]
강원도 간 안철수 "격차해소 위해 정권교체"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함께 12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중앙시장 문화의거리에서 원주시민들에게 투표도장 모양의 장식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함께 12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중앙시장 문화의거리에서 원주시민들에게 투표도장 모양의 장식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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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12일 오후 강원도 원주 지원 유세에서 한 말이다. 안 전 후보는 "지금은 사퇴했지만 저는 계속 이 길을 갈 것이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약속과 투표 참여를 강조했던 유세 메시지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향후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행보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지역·빈부 격차는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적"이라며 "격차해소의 첫 번째 단계는 정권교체"라고 강조했다.

낮 12시 40분 원주 시민과 안 전 후보의 번개 모임이 열린 원주 원일로 농협 주변은 500여 명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인근 대학에서 온 대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한 여성은 "이곳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인 건 처음 본다"며 기다리는 시민들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원일로 사거리 한 구석에서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소속 30여 명의 선거운동원들이 유세차를 둘러싸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중이었다. 그러나 안 전 후보가 도착할 시간이 되자 조용해졌다. 무대 위 선거운동원은 "안 전 후보 쪽에서 선거 홍보음악과 율동 없이 시민과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몰려든 원주 시민... 파마 도중 창문 열고 "안철수" 외쳐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함께 12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중앙시장 문화의거리에서 원주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가운데 안 전 후보가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시민들을 향해 던지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함께 12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중앙시장 문화의거리에서 원주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가운데 안 전 후보가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시민들을 향해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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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뒤, 안 전 후보의 차량이 농협 앞에 도착하자, 주변에서 일제히 '와!'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차에서 내린 안 전 후보는 중앙시장 문화의 거리 방향으로 걸어가며 시민들과 일일이 인사했다. 시민들은 일제히 휴대전화기 카메라를 꺼내들고 안 전 후보를 찍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한 여성은 파마 기구를 머리에 낀 채로 시장 건물 2층 미용실 창문을 열고 "안철수"라고 외쳐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문화의 거리 중간에서 안 전 후보가 멈추자 시민들은 "앉아"라고 자발적으로 외치며 차분히 질서를 정돈했다. 몇몇 시민들은 쌓인 눈덩이 위에 올라가 안 전 후보를 바라봤다. 무리 곳곳에 노란색 점퍼를 입은 문 후보 선거운동원도 눈에 띄었다.

사회를 맡은 허영 전 비서팀장이 "후보께서 사랑의 하트를 날리겠습니다"라고 예고했고, 시민들은 모두 휴대전화기를 꺼내 사진 찍을 준비를 마쳤다. 안 전 후보가 두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든 뒤 자리에서 360도 회전했다. 시민들은 "여기도 봐주세요"라고 외치며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이어 허 전 팀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카카오톡이나 SNS로 찍은 사진을 전송하라"고 외쳤고, 시민들은 환호하며 분주하게 휴대전화기를 눌렀다.

이어 "요즘 유행하는 연설 방식인 '인간 마이크', 소리통으로 안 전 후보의 말을 전하겠다"는 허 전 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민들이 "소리통"이라고 먼저 외치며 안 전 후보의 말을 따라서 외쳤다. 초반에는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시기에 따라하는 바람에 마치 메아리처럼 이어지기도 했다.

연설을 끝낸 안 전 후보는 자리를 뜨기 전 시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기다리던 시민들은 차례로 안 전 후보와 악수를 나누며 질서를 지켰다. 앞선 현장에서 서로 먼저 악수하려고 달려들던 시민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안 전 후보는 허 전 팀장 어깨에 올라가 무등을 타고 멀리 있는 시민들에게까지 인사를 했다. 옆에 있던 한 시민이 "목마 타는 게 즐거우시나 보네"라고 말하자 안 전 후보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이명박 정부, 약속 하나도 안 지켜... 이제 강원도 바뀔 때 됐다"

이날 안 전 후보를 보러 온 시민들은 대체로 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50대 이상 시민 중에서도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아무개(70)씨는 "박근혜가 싫다, 2번 찍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눈덩이 위에 서서 배우자와 함께 안 전 후보를 지켜보던 고아무개(56)씨는 "나이 많은 강원도민이라도 전부 새누리당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가 원주 도시 개발해준다고 했는데 그 약속들 하나도 지키지 않았더래요. 오히려 개발권을 다른 지역에 다 빼앗겼다고 들었는데요? 이제 강원도도 바뀔 때가 됐죠."

원주시민과 만난 안 전 후보는 이후 춘천으로 이동, 오후 3시부터 풍물시장 입구에서 시장 안 롯데마트까지 시민들과 걸으며 문 후보 지지와 투표 참여를 호소할 예정이다.

[1신: 12일 오전 9시 40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중앙시장 문화의거리에서 허영 전 비서팀장의 어깨에 올라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중앙시장 문화의거리에서 허영 전 비서팀장의 어깨에 올라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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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12일 안철수 전 무소속 예비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돕기 위해 강원도 표심잡기에 나선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짐에 따라 전체 유권자수의 약 3%를 차지하는 강원도 표심이 두 후보의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의 강원도 행보 또한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안 전 후보는 이날 강원 원주시 원일로 농협 앞에서 중앙시장 문화의 거리 도보로 이동하며 원주 시민들과 만난다. 이어 춘천으로 이동해 풍물시장 입구에서 시장 안 롯데마트까지 시민들과 걸으며 문 후보 지지와 투표 참여를 호소한다.

문 후보 지원을 공식 선언한 이후 부산→수도권→호남→서울을 방문한 안 전 후보는 '인간 마이크'라는 안철수식 유세로 전국을 훑고 있다.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는 데도 자신만의 유세 방식을 고집하며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그동안 안 전 후보는 시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후보께서 새정치를 위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며 "그 약속 지키시리라 믿고 아무 조건 없이 도와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11일 서울 대학가를 방문해서는 "투표만이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며 20대 투표율 향상을 촉구했다.


태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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