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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 2인의 공약을 비교합니다. 여성노동 관련 공약 분석 3회, 보육과 노인돌봄 각 1회, 여성인권 공약 1회, 총평 1회 등 총 7회에 걸쳐 관련 공약을 분석합니다. <기자주>

매번 대선 때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논쟁의 중심이었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도  후보들은 '비정규직 축소'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비정규직 절반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기업들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할 텐데 신규채용이 줄거나 영세기업은 비정규직 직원을 내보낼 수도 있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과연 비정규직을 줄이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가?

5년 전인 2007년 8월 11일,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은 비정규직인 5000여 명(이마트 4000여 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현재 이마트 직원 1만2600명, 신세계백화점 3000명 직원 중 비정규직은 한 명도 없다. 정규직 전환 이후 14.2%(2006년 기준)에 이르던 캐셔 퇴직률은 8.3%(2011년)까지 떨어졌다. 근속기간이 길어지자 직원들의 업무 숙련도가 개선되면서 이마트 점포당 계산 오류 건수는 5년 사이에 75% 감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선 이후, 서울시 비정규직 노동자들 28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정규직의 신분을 '공무직'으로 하여 고용안정뿐만 아니라 임금 조건 또한 개선했다. 또한, 서울시 간접고용 노동자 6231명을 2015년까지 직접고용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53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집권자 의지에 의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충분히 정규직화할 수 있으며, 비용 문제 또한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모범적인 사례가 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우려하고 있다면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닐까? 구체적으로 대선후보들의 여성비정규직 관련 공약을 살펴보자.

박근혜, 기업 입장에서 비정규직 축소 규제... 여성비정규직 언급도 없어

박근혜 후보는 ① 국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경우 우선적으로 상시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고용을 폐지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유도 ② 대기업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단기간 근로자에 대해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유도 ③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을 해소하고,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화물운송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비정규직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TV토론에서 밝힌 것처럼 여전히 기업입장에서 비정규직 축소를 규제라고 생각하고 있고, 여성대통령을 내세우면서도 여성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 또한 여성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에 대한 내용은 없고 애매하게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것뿐이다.

여성비정규직에 대한 관점도 없고, 정말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것인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문재인, 여성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문재인 후보는 ① 2017년까지 전 산업 비정규직의 절반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면서 내 공공부문 상시업무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화 ②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 확대 및 노사공동기금 지원 ③ 15만 명 교육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④ 여성 비정규직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 ⑤ 특수고용노동자, 가사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비정규직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공공부문 전원 정규직화, 민간부문 전환지원금 확대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특히 공공부문에 여성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있는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현장성에 기초한 정책이다. 또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받지 못해 노동을 하면서도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와 가사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은 여성노동계의 오랜 숙원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별임금격차가 남성대비 3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렇게 성별임금격차가 높은 것은 여성노동자의 2/3가 비정규직인 것과 저임금 직종에 여성이 몰려있는 것, 승진에서의 차별로 인한 것이다. 남자 정규직(314만 원)을 기준으로 할 때 남자 비정규직(172만 원)은 54.8%, 여자 정규직(206만 원)은 65.6%, 여자 비정규직(110만 원)은 35.0%에 불과하다. 여성비정규직 문제해결은 성별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고 여성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지름길이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사회양극화 해소, 사회 통합과 복지국가 실현,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므로 총체적이고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여성비정규직 정책은 비정규직을 줄이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성평등 관점으로 고용에서 기회의 평등, 과정의 평등, 결과의 평등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위원장입니다.



태그:#한국여성단체연합 , #비정규직, #정문자, #대선 ,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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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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