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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는 순간,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라크 파병에 나가서 죽을 운명이 그 순간에 결정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우리가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결과를 기다리면서요. 정말 힘없고 벼랑에 몰린 많은 사람들이 저는 죽음의 대기표를 받아 쥐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 TV찬조연설이 사람들을 울렸다.

지난 9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찬조연설자로 마이크 앞에 선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정신과 전문의)는 지난 2009년 정리해고사태 이후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 23명이 자살과 스트레스성 질병으로 사망한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치유를 돕는 '와락'센터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연설은 현재 SNS에서 지속적으로 공유되며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등록된 정 대표의 찬조연설 동영상은 11일 현재 조회수 4만5000여 건을 기록했다(동영상 보기).

같은 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찬조연설에 나선 이종남 새누리당선대위 '든든한 일자리단장'의 연설 동영상은 664회 조회됐다(동영상 보기). 또 같은 사이트에 올라온 박 후보의 TV광고 동영상은 조회수 2만5000여 건을 기록하고 있다.

정혜신 박사(자료사진)
 정혜신 박사(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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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대표는 연설에서 "우리 사회의 절망, 또 그 치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쌍용자동차 노동자 5천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천6백여 명이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정확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로 해고를 당했다, 그들은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하는 식의 그런 상태로 삶에 대한 긴장감이 이 사람들한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고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전달했다.

정 대표는 "혼자 숨죽여서 울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특별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얘기를 들어달라는 것"이라며 "치유가 되는 핵심은 바로 공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그 현장에서 하는 일은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받은 그 사람들의 그 감정 그 고통에 함께 심리적으로 참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힘없는 떠밀려간 사람들한테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목숨"이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누리꾼들은 "정치적 문제를 떠나서 모든 사람이 다 봤으면 한다",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감동적 연설"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일부에서는 쌍용자동차 사태를 낳게 한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일명 '먹튀'가 노무현 정권에서 이뤄진 점을 지적하며 문 후보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음은 정 대표 TV찬조연설의 주요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정신과 의사 정혜신입니다.

저는 오늘 우리 사회의 절망, 또 그 치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한 마디로 말하면요. 절망 사회가 되어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에 42명이 자살한다는 이 세계 최고의 자살률, 근데 우리는 그 수치에도 이제는 점점 무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 어린 학생들에서 노인들까지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절망감으로 인해서 '묻지마' 범죄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그러니까 내 주변에 자살 예비군, 절망 범죄 예비군이 점점 늘고 있다는 얘기죠.

근데 사실 저는요. 정신과 의사라는 호칭보다는 '와락'의 엄마라는 요즘의 제 별칭이 참 마음에 들어요. 혹시 여러분들 '와락'을 아시나요. 그 와락 센터를 말하기 위해서요. 제가 잠깐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얘기를 좀 드려야 될 것 같아요.

3년 전쯤 쌍용자동차 공장에서요. 노동자 5천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천6백여 명이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정확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로 해고를 당했습니다. 그러니까 다들 내가 쫓겨나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죠. 그러면서 농성을 했는데 그러자 이 사람들은 곧 빨갱이로 몰렸습니다. 그리고는 테러범을 진압하는 경찰특공대가 농성장에 투입이 됐구요. 살인적인 진압이 벌어진 거죠.

대테러작전에 쓰이는 '테이저건'이 쓰였고요. 몽둥이로 이 사람들이 맞았구요. 짓밟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그의 아내들, 또 자기 아이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서 벌어졌던 그런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백여 명 되는 사람이 구속이 됐구요. 더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고요. 당연히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부상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이 뭐냐면요. 그들이 마음에 입은 상처입니다. 그 마음의 상처 때문에 이미 23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요. 자살과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 같은 병으로 죽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전쟁터에 나간 게 아니거든요. 그냥 직장을 다녔을 뿐이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해고가 되고 2천6백 명 가운데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간 겁니다.

저는 저 사람들 상담이라도 해서 자살을 막아보자, 목숨은 구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놀랬어요. 왜냐하면 그들의 70퍼센트가 넘는 그 사람들이 심각한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이 사람들의 자살 충동은요. 살까 죽을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그런 형태가 아니었어요. 그냥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하는 식의 그런 상태였습니다. 삶에 대한 긴장감이 이 사람들한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해고를 당했다고 다 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이 죽어가는 거냐, 사람들이 많이 묻더라고요. 사람의 고통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요. 사람이 진짜 억울하면요. 정말로 살아남기가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또 그 억울함과 함께 세상 누구도 우리 고통에, 내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극도의 절망감이 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삶의 끈을 놓게 만드는 거죠. 부모가 이렇게 절망에 빠졌는데 그 아이들은 어떨까요.

7살 먹은 한 아이가 있었는데요. 그 아이는 쌍용자동차를 다니던 아빠가 그 일을 당한 이후로는 버스를 못 탑니다. 그 아이한테는요. 아빠가 피터지고 짓밟히고 하는 것을 눈 앞에서 고스란히 다 봤고. 그 아이한테 버스라는 것은요. 아빠를 짓밟은 그 경찰들이 타고 있던 바로 그 차인 것이죠. 또 다른 6살 난 남자아이가 있는데요. 그 아이는 사건 이후에 허리춤에다 항상 장난감칼, 장난감총, 막대기, 젓가락, 이런 것들을 꼬챙이 같은 것들을 차고 다녀요. 추리닝을 입혀도요. 그 허리띠는 벗질 않습니다. 이 아이 말은요. 자기가 아빠를 지켜야한다는 거죠. 지나가다가 경찰만 보면 주저앉거나 도망을 가는 아이도 여전히 있습니다. 그리고 10대 자녀들 가운데는요. 경찰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만 보면 무조건 반항하고 이런 아이들도 아주 많죠.

<중략>

얼마 전에 와락 센터에 7살, 10살 난 형제가 왔었어요. 그 형제, 그 아이들의 아빠는요, 쌍용차 파업 때 구속되고 많이 다치고 그랬죠. 그 이후에 엄마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구요. 그래서 그 형제가 와락 센터에 와서 하루 종일 놀다가 따순 밥을 해 먹이니까 그 밥을 먹었어요. 그 밥을 먹다가 그 동생이 10살 난 형한테 그러는 거에요. 형 여기는 천국인 것 같아. 옆에서 밥을 해주던 어른들이 그날 다 같이 울었습니다.

사람들은 저 사람들은 왜 만날 시위만 하는 걸까, 그렇게 남의 일 말하듯이 무관심하게 말하기도 하는데요.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데요. 그 사람들처럼 억울하고 그 사람들처럼 고립되고 그렇게 되면 노동자 아니라 대통령이어도 재벌이어도 마찬가집니다. 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언제든지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죠. 누가 내 목숨을 걸고 얘기를 해도 내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람은 그걸 견뎌낼 재간이 없습니다.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습니다. 그럴 때 단 한 사람이라도 귀 기울여 주면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람한테 산소 없이 적당히 좀 살아보라, 견뎌보라, 그러지 않잖아요. 그러면 못 살지 않습니까. 그걸 아니까요. 이렇게 고통 받고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그 마음 그 억울한 마음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은요. 그 단 한 사람만 있더라도 그 사람은 산소 같은 존재인 것이죠. 사람은 그게 없으면 죽는 겁니다. 우리 사회 많은 죽음들이, 또 쌍용차의 희생자들이 목숨으로 그것을 담담하게 아주 현실적으로 증거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략>

얼마 전에 여성 시각 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공중 화장실에 들어갔던 그 얘기가 트윗에 올라왔습니다. 한 여성이 핀잔을 주면서 그랬나 봐요. 여기에 개를 데리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 뭐 이랬던 모양입니다. 그 시각장애인이 이거는 안내견이다, 이렇게 설명을 해준 거죠. 그랬더니 그 여성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안 보이는 건 자기 사정이지, 그러더라네요. 우리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거 아닐까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그리고 혼자 숨죽여서 울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특별한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얘기를 들어달라는 것입니다. 그게 아주 간단한 요구처럼 들리시지 않나요. 그럴 수도 있는데요. 근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제가 와락 센터 말고도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에 고문을 당했던 고문피해자들, 그리고 80년 5.18 광주 피해자들 대상으로 상담을 하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물어요.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상담을 한다고 치료가 되긴 되는 거냐, 뭐 이렇게 많이들 묻습니다. 됩니다. 되죠. 그때 그 치유가 되는 핵심이 뭐냐면 바로 공감입니다. 제가 그 현장에서 하는 일은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받은 그 사람들의 그 감정 그 고통에 함께 심리적으로 참전하는 일입니다. 누군가 자기 고통에 참전해 주면 사람은 결국 자기 고통에서 그 수렁에서 자기를 종래는 건져 올릴 수 있게 됩니다.

며칠 전에 해고를 당한 한 노동자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요. 번개탄을 사가지고 차에 탄 상태에서 저한테 전화를 한 거였어요. 3년을 실낱같은 희망을 잡고 버텼는데 더 이상 견딜 힘이 없다는 거죠. 그 사람과 한참 얘기를 했고요. 그리고 결국 그 사람은 차에서 내렸습니다. 미식가가 선택하는 한 끼 식사도 있고, 굶어 죽어가는 사람한테 한 그릇의 밥이 있습니다. 두 밥이 전혀 다르죠.

그런데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한테 혼자 숨죽여서 울고 있는 사람한테 공감이라는 것은요.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한테 제공이 되는 한 끼 밥 같은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한테 공감을 해주는 일은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문재인 후보를 절박한 마음으로 지지합니다.

미국에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는 순간,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라크 파병에 나가서 죽을 운명이 그 순간에 결정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우리가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결과를 기다리면서요. 정말 힘없고 벼랑에 몰린 많은 사람들이 저는 죽음의 대기표를 받아 쥐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과장이 아니고요. 저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매일매일 만나면서 피부로 아주 현실적으로 절절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통령 선거가 누군한테는 가업이고, 또 누구한테는 정치적인 기반을 닦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정말로 힘없는 떠밀려간 사람들한테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목숨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왔습니다. 여러분 앞에 나왔습니다.

<중략> 진짜 리더십은요. 이런 사람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공감이 뭐냐면 소통입니다. 구중궁궐에 살던 사람이 선거 때 시장을 찾고 시장에 나와서 음식을 먹고 사람들과 악수를 하는 것, 이게 소통은 아닙니다.

<이하생략>


태그:#정혜신, #쌍용자동차, #문재인, #이명박, #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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