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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수보수지역 태안, 주민들의 선택은 선진당의 텃밭이었던 태안에서 선진당이 새누리당에 흡수되면서 이번 대선에서의 표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초고령화에 진입한 태안거리에서 만난 노인층 대부분은 더 이상의 말도 필요없이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
ⓒ 김동이

"인물? 그게 뭐가 중요혀. 우리당(선진통일당) 찍어야지."

선거를 즈음해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태안지역주민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다. 그동안 충청권을 상징(?)하는 정당이었던 선진통일당을 태안주민들은 '우리당'으로 부른다.

이렇듯 각종 선거가 치러질때면 태안에선 인물론이 중요하지 않다. 속된 말로 인물론이 아닌 지역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면 상대후보가 누구이건 간에 당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야말로 태안은 선진당의 골수 보수지역이다.

태안에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군의원 중 신경철 부의장과 박남규 군의원만이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이기재 군의원이 무소속, 나머지 의원 5명 모두가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이후 4·27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진태구 군수까지 합치면 태안지역은 그야말로 자유선진당의 텃밭이었다. 이런 연유로 군의회에서는 자유선진당이 의결권을 좌지우지하고 군의장을 독식할 정도로 다수당의 횡포가 있었다. 심지어 태안지역에서는 자유선진당 공천을 받으면 군의원은 '떼어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다.

최근 그런 선진통일당이 새누리당과 합당되면서 이제 태안지역 정치인들은 모두 자연스레 새누리당 소속이 되었다. 지역정치권의 색깔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뀐 것. 태안지역의 여당이었던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이 자연스레 새누리당 빨간 옷으로 갈아입었다.

지역의 한 선진당 당원인 조아무개(49)씨는 "합당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당적이 새누리당으로 옮겨졌다"며 "우리지역에서는 선진통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 소속이 아닌 다른 당으로 이탈하는 정치인들은 없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귀뜸했다.

▲ 과반수였던 선진당 소속 의원들도 새누리당에 흡수 태안군의회 8석 중 5석이 선진당 소속 의원들이 차지했지만, 새누리당에 흡수되면서 군수까지 포함 전원 빨간 옷으로 갈아입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박근혜 후보의 태안유세시 합당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태안군의원들.
ⓒ 김동이

파란점퍼에서 빨간점퍼로 갈아입은 태안군의회 군의원들은 지난달 28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태안유세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비쳤다.

이들은 이날 모두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점퍼를 차려입고 유세장 선두에 서서 유세장에 나온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누구하나 반발없이 자연스럽게 새누리당에 흡수된 태안지역 정치인들의 이러한 행보가 이번 대선에서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인물론보다 지역정당에 소중한 한 표를 던졌던 태안지역 민심이 이번 대선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까.

"지역 발전 위해 여당에 합당 잘한 일" 

▲ "택시승객들은 아직 대선얘기 안혀" 택시승강장과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주민들은 내심 속내를 숨기는 듯 보이지만 보수적인 성향은 어쩔 수 없는가보다. 보수층이 두터운 태안의 선택은 노인층과 젊은층의 투표율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정대희

태안읍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주민들과 택시운수업 종사자들을 만나 새누리당과의 합당에 대한 입장과 후보선택 기준 등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주민들은 우리당으로 불리던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과의 합당에 대해 대체적으로 '잘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냥 야당으로 남아있어야 했다'는 엇갈린 반응도 나오고 있다.

태안읍 신터미널 앞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55)는 "(합당은) 잘된 일"이라고 평가하며 "그동안 의석수도 적어 (국회에서) 말빨도 먹히지 않았는데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도 여당에 합당하는 게 좋다. 어차피 없어져야 할 정당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선진통일당의 무능이 이번 합당의 주요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주민도 눈에 띄었다. 태안읍 재래시장에서 만나 50대 초반의 한 주민은 "충청권에서 선진당을 그만큼 살려줬는데 지역감정을 거론하긴 그렇지만 우리가 선진당을 키운 이유가 뭐냐?"고 지적하며 "심지어 야당성도 발휘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과의 합당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민들도 있었다. 재래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정당을 보면 새누리당이 제일 낫더라. 보수적인 색깔도 비슷하고 합당하기를 잘했다"며 "(합당으로) 여당이 되었으니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태안읍에 위치한 재래시장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지난 50여년 간 우리나라의 정당역사를 지켜봤다"며 "합당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근데 대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당(선진통일당)은 그동안 내분과 관리를 잘못해 텃밭을 빼앗기면서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 정권을 비난하며 '야당으로 남아있어야 했다'는 일부 주민들과 지방선거 공천을 걱정하는 군의원들도 있었다.

자신을 40대 후반의 여성이라고 소개한 주민은 "이명박(대통령)을 보니 너무 못하고 있지 않냐. 그래서 새누리당이 싫다. 잘사는 사람위주로만 일을 하고 서민들 생각은 안 한다. 차라리 그냥 야당으로 남는 게 나을 뻔 했다"고 말했다.

선진통일당 소속에서 새누리당으로 흡수된 한 군의원은 "어차피 같은 보수정당이기 때문에 반감은 없다"며 "탈당하는 이들도 없다. 다만 다가 올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둘러싸고 문제가 일어날 것으로 보여 걱정이 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한 의원은 "아무래도 여당의원들이 많은 게 지역발전에도 좋지 않겠냐"며 "물론 1당 체계가 돼 걱정하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지방선거에서도 공천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령화된 태안, 서산 노인층의 표심은 확고부동 '1번'

▲ 증권거래소도 노인들 차지... 대부분 1번 지지 서산의 한 증권거래소의 모습.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TV에서 대선관련 뉴스가 흘러나오면 자연스레 주제가 대선이야기로 바뀐다.
ⓒ 김동이

태안에서 우리당으로 불리던 선진당이 사라진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두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냐는 질문은 무의미했다. 아직도 '우리당'을 지지하는 주민이라면 당연히 선진당을 흡수한 새누리당에 한 표를 던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여 택시승강장과 서산의 한 증권거래소에서 만난 주민들에게는 질문을 바꿔 '당을 떠나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서산의 한 증권거래소에서 만난 강아무개(40)씨는 "우리 증권거래소에는 하루에 평균 20~30여 명의 고객들이 찾아오는데 50대 이상 중장년층이거나 노인층이 대부분"이라며 "TV뉴스에 대선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토론의 장이 펼쳐지는데 결론은 1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우리 직원들은 대부분이 젊은 사원들이라서 그런지 대부분이 2번을 선택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이 든 고객들과 이야기할 때는 공감하는 척 하고 있다"며 "서산과 태안에서는 안철수 효과가 극히 저조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지난 총선에서도 봤듯이 서산, 태안은 민주당 세력이 약한 지역 중 하나"라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함께 우리 지역을 방문해서 어떤 이슈를 던지면 모를까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1번에게 표가 몰릴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태안읍 택시승강장에서 만난 김태영(55) 모범운전자회 사무국장은 "손님들은 아직 대선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가끔 택시 운전자들끼리 휴게실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대부분이 여론조사 나은 쪽이나 TV토론회를 보고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개인적으로는 1번을 찍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새누리당도 상대방을 비방하지만 (다른 당에 비해)수위가 낮다. 진보성향의 후보도 현실에 맞는 공약을 제시하긴 하지만 선거운동이나 방송을 보면 상대방을 너무 비방하는 게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선진통일당이 새누리당에 흡수돼 새누리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씨는 "선진당 흡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선진통일당이) 충청도를 상징하는 당이었기에 찍어줬는데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또 다른 택시기사는 "우리지역에서는 기름유출사고 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확실한 매듭을 지어줘야 한다"며 "택시기사 입장에서 볼 때는 아직도 사고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름유출사고를 정치적으로만 이용하지 말고 기름유출사고와 연계해 정부가 공장이나 인력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하면서도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권아무개(38, 여)씨는 "농담으로 남편에게 한 후보를 언급했다가 구박을 당한 적이 있는데, 내 소신대로 투표할 것"이라며 "맘 속으로는 이미 투표할 후보를 정했다. 개인적으로는 안철수 전 후보가 지지연설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 박근혜 후보 유세장에 모인 태안주민들 지난달 28일 공식선거운동 이후 대선후보로는 처음으로 태안을 찾은 박근혜 후보의 유세장에는 2천여명 의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이 노인층으로 '우리당'을 외쳤던 주민들이다.
ⓒ 김동이

태안지역에서는 20%가 넘는 노인층은 대부분이 '우리당' 색깔로 흡수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판세로 흐르고 있었다. 그나마 젊은 층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기울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태안지역 표심의 색깔은 절대적으로 투표율이 판세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번 대선에서 20~30대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아진다면 태안에서의 표심은 붉은색과 노란색의 점유율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덧붙이는 글 | 김동이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제18대 대통령선거, #태안,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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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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