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태백레이싱파크'는 상당히 넓은 부지에 해발고도 700m가 넘는 곳에 조성된 고지대스포츠훈련장특구에 있다. 지난 2003년 준공과 동시에 국제자동차연맹의 공인을 받은 서킷(Circuit, 자동차 오토바이경주용 순환도로)이 있어 틈틈이 국제경기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자동차로 서킷 2.5km를 천천히 돌아본 다음, 차에서 내려 내부시설을 살펴보았다. 3700석 규모의 관람석과 36개의 피트(Pit, 경주차를 대기시키고 정비하는 곳), 지상 4층의 컨트롤타워, 교육실, 프레스센터, 세미나실, 식당, 숙박시설, 레저용 카트장 등을 갖추고 있었다.

신나게 카트 타기
▲ 태백레이싱파크 신나게 카트 타기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우리들은 실재로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서킷을 돌면서 연습하는 자동차들을 구경한 다음, 레저용 카트(kart, 레이스에 쓰이는 소형 자동차)장으로 이동하여 1인승 및 2인승 카트를 분산하여 타고는 잠시 레이스를 즐겼다.

날씨가 추워 옷깃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워 신경이 쓰였지만, 기분은 너무 좋아 신나게 달렸다. 예전에 한번 타 본적이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아 어렵게 곡선을 돌며 고생을 하면서도 재미가 있어 세 바퀴를 돌았다. 조작도 간단하고 속도도 크기 빠르지 않아 초등학생도 약간의 교육과 훈련만 받으면 여유롭게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ATV타기
▲ 태백레이싱파크 ATV타기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그리고는 ATV(all-terrain vehicle, 험한 지형에도 달릴 수 있는 소형 오픈카 혹은 산악용 4륜 오토바이)를 타고는 주변 계곡을 돌아서 잠시 바람을 맞고는 돌아왔다.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모험심을 기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며 중독성이 있었다. 연습을 충분하게 하고 안전훈련만 받으면 중학생 정도면 손쉽게 탈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있었다면 한두 바퀴 더 타고 싶었다. 그러나 일정이 빠듯하여 맛만 보고는 점심을 먹기 위해 황지동에 있는 '인삼닭갈비'집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태백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인삼육수를 넣은 '물닭갈비'로 한술 떳다.

물닭갈비
▲ 태백 명물 물닭갈비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춘천 닭갈비가 철판 위에 닭과 채소를 올려 조리고 볶아서 먹는 형태라면, 같은 강원도 지역이지만 태백의 닭갈비는 닭고기에 고구마, 떡, 냉이, 쫄면사리, 라면사리 등을 넣고 육수를 부어 끓여 먹는 방식으로 기름기가 적고 담백했다. 현재 태백에서는 물닭갈비를 전국화하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우리가 먹은 인삼물닭갈비는 보통의 육수에 인삼을 넣어 잡냄새를 없애고, 닭고기 특유의 구수한 향도 잡아주어 맛이 좋았다. 육수가 조금 적기는 하지만 샤브샤브와도 비슷하고 향과 맛도 좋아 전부 먹고는 추가로 밥을 조금 볶아서 육수와 버무려 먹으니 이것도 별미였다.

묽닭갈비를 먹고서 볶음밥
▲ 태백 묽닭갈비를 먹고서 볶음밥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일반적으로 좁고 작은 나라라고 생각되어지는 대한민국은 내가 보기엔 아직도 너무 볼 것이 많고 큰 것 같다. 태백은 고향 영주와도 별로 멀지 않은 곳인데, 이런 별난 음식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조만간 다시 한 번 맛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커피를 한잔 하고는 인근 시장으로 이동하여 마른 취나물과 곤드레 나물을 조금씩 산 다음, 화정동에 있는 '용연동굴(龍淵洞窟)'로 갔다.

용연동굴은 태백팔경 중 하나이다. 강원도기념물 제39호로 해발 920m에 위치하여 국내 동굴 중 가장 고지대에 터를 잡고 있다. 규모는 상당히 크고 구조가 복잡하며 입체적인 노년기 동굴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용소굴, 용수굴이라고도 한다.

해발고도 920미터의 높은 곳에 있다
▲ 용연동굴 해발고도 920미터의 높은 곳에 있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일반적인 동굴과 다른 용연동굴 만의 특징은 크게 두세 가지가 있다. 우선 건식동굴이라 물이 많지 않다. 물이 많지 않은 관계로 통상의 동굴은 물길이 시작하는 곳이 천장이 되고 물이 나오는 곳에 큰 퇴로구가 있어 이곳을 시작으로 굴을 발굴하고 개발하는데 비해 용연동굴은 정반대다.

물이 들어가는 곳은 발견했지만, 건식동굴이라 물이 나오는 곳을 찾지 못하여 위에서부터 동굴을 개발한 형태라 내부를 순환하여 돌아 나오는 구조다. 따라서 다른 동굴과 달리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서 한참을 둘러보고는 다시 올라와야 한다.

동굴 내부에 물이 많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5~6개의 림스톤과 림풀(지하수가 느린 경사의 동굴바닥을 흘러내릴 때 마치 계단식 논과 같은 지형을 만드는데 논두렁에 해당하는 부분이 림스톤(rimstone)이고 림스톤에 싸여 물이 고인 부분이 림풀(rimpool))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참 멋지게 보존이 된 동굴이다
▲ 용연동굴 참 멋지게 보존이 된 동굴이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통상 석회암 동굴은 물길만 따라 가도 물이 나오는 구멍이 있다. 물길을 따라서 동굴 바닥에 호수가 형성되기도 하여 다양한 석순과 종유석, 종유관, 유석, 동굴산호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는 물길이 특별하게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종유석, 석회화폭(石灰華瀑) 등이 발달되어있어 경이롭다.

다른 특징은 여기에서만 발견되는 희귀한 생물이 많다. 습도와 유기질이 풍부하여 긴다리장님좀먼지벌레 등 9종은 이곳을 모식산지(模式産地)로 하는 귀한 생물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동굴 내 생물은 관박쥐, 김띠노래기, 장님굴새우 등 모두 38종이다.

1966년 한일 합동 동굴조사 때는 동양에서 처음으로 장님톡톡이, 초동굴성갑충, 긴다리장님좀딱정벌레,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옛새우 등 6종의 생물이 발견되어 학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동굴 주변의 지질은 고생대 오도비스기 조선누층군으로, 3억년~1억 5천 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다. 굴의 길이는 약 800m정도다. 전체를 순환식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 철 계단을 따라서 돌면 대략 1000m정도 되며 어린이 걸음으로도 4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용연동굴
▲ 태백시 용연동굴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동굴 내부에는 임진왜란 때 관민들이 피난했다는 내력의 붓글씨가 있었다고도 하고, 의병 본부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아울러 국가 변란 때마다 피난처로 자주 쓰인 곳이다. 몇 군데 낙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잘 보존되어 있는 동굴 내부를 보기위해 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땀을 흘린 우리들은 기념촬영을 하고는 늦기 전에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아름다운 곳도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많은 태백, 한겨울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방문하여 태백산 등산도 하고 천제단과 단군성전, 단종비각에도 인사를 드리고 싶어진다.

또한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눈꽃열차가 서는 추전역, 석탄박물관 등도 한번 둘러보고 싶다. 여기에 강원도에서도 가장 유명한 통리5일장을 살펴보면서 별미인 감자수제비를 한 그릇 먹고 싶다.

태백시문화관광해설사 신동일 선생의 추천으로 산 건나물
▲ 태백 산나물 태백시문화관광해설사 신동일 선생의 추천으로 산 건나물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황량한 탄광촌에 생산기반이 없어 인구도 줄고 있지만, 산소도시 고원 레포츠 관광도시 태백은 나름 희망이 있어 보여 기쁘게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태백에서 사온 산나물로 밥과 반찬을 하여 요즘 며칠 동안 나는 태백산의 향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 행복하다.


태그:#태백시 , #용연동굴, #태백레이싱파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