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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인하대학교 1학년 사회과학부에 다니고 있다. 나는 '미디어와 현대사회'라는 교양필수 강의를 듣는데 교수님으로부터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서 인하대학교 이러닝 게시판에 해당 링크를 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받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인터넷 기사가 별건가 그냥 쓰면 되겠지...'

인터넷을 켜자마자 보이는 수십 개의 인터넷 기사들... 나는 시나브로 '인터넷 기사는 쓰기 쉽다'고 은연중에 생각했나 보다. 학기 초에 받은 과제임에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11월 20일, 드디어 첫 기사를 써냈다. 물론 당연히 채택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내가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첫 기사. 결과는 생나무였다.
 내가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첫 기사. 결과는 생나무였다.
ⓒ 이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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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가 내가 처음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기사다. 기사 하단에 '이한솔 기자'라고 써넣은 것에서 당연히 채택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듯했다. 전국 버스가 파업을 예고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인터넷 기사로 접하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렸다. 그냥 인터넷 기사를 보고 말이다. 결과는 당연히 '생나무'(정식 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기사). 이때까지만 해도 이게 고난의 시작이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나는 첫 기사가 정식 기사로 채택되지 못했음에도 꾸준히 버스 파업에 대해, 택시의 대중교통화가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기사를 올렸다. 결과는 모두 '생나무'였다.

지난 20일 첫 기사를 시작으로 지금껏 삭제한 기사들까지 합하면 거의 매일 기사를 올렸다. 사회·교육·사는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나름 기사를 작성해 송고했다. 하지만 채택을 기대했던 기사들이 채택되지 않자 불안해졌고, 오기가 생겼다.

'이젠 채택되겠지'...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생나무 클리닉 닥터의 소견
 생나무 클리닉 닥터의 소견
ⓒ 이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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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직접 취재를 하자... 무슨 기삿거리가 없을까'라고 생각하던 중 덕성여대 부근에서 장사를 하시는 엄마 친구분의 말이 생각났다. 덕성여대 부근에서 이뤄지는 경전철 공사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현장에 나가 직접 사진을 찍어 취재를 했다고 생각하며 기사를 올렸다. 이번에는 정말 채택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또다시 생나무. 나는 생나무 클리닉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생나무 클리닉 닥터의 소견을 바탕으로 공사에 관한 건설업체와 전화 통화를 하고 기사를 송고했다. 또 정식 기사로 채택되지 않자 자는 구청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기사를 재송고했다.

그때, 기사를 송고하고 식탁에 앉아 마음 편히 밥을 먹고 있는데 휴대전화에 낯선 번호가 떴다.

"이한솔 기자님이신가요?"
"네."
"오마이뉴스 편집부입니다. 혹시 과제때문에 기사를 송고하신 건가요? 취재경위가 어떻게 되시죠?"
"과제 때문인 것은 맞는데요. 그래도 엄마 친구분의 말을 바탕으로 제가 다 취재해서 쓴 거예요."

편집부가 전화를 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말을 버벅거리며 취재경위를 설명했다.

"<오마이뉴스>에는 누구나 기사를 올릴 수 있어요. 이한솔씨도 물론 올리실 수 있는데, 기사라는 것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한솔씨 기사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없어요."

이 말을 시작으로 편집부의 독설이 시작됐다.

"이한솔씨가 생나무클리닉에 올리신 것과 다시 송고하신 걸 비교해보면 차이가 없어요. 말하고자 하는 바도 없고,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것이고."
"그래도 주제는 괜찮죠?"
"주제라는 게 없어요. 지금 조사하신 거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가 없어요.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사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되지 않고요."

아, 그대로 경전철 공사 기사는 괜찮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사실관계도 조사했다고 한 건데 편집부의 평가를 들으니 '내가 조사한 건 사실 관계가 아니구나, 내가 기사를 그렇게 못 썼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밥을 먹다가 눈물을 흘렸다.

"초면인데 이렇게 독설을, 이렇게 날이 선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이번 기사 역시 정식 기사로는 채택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네..."

그렇게 편집부와의 통화를 끝내고 나서 나는 밥을 먹다 말고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다른 과제도 못하고, 내가 매일 <오마이뉴스> 기사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런 생각으로 막 울고 있던 차에 전화가 또 울렸다. 혹시 편집부?

인터넷 기사, 쉽지 않았습니다

나는 책상 위에 앉아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나의 시민기자 도전기'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나는 책상 위에 앉아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나의 시민기자 도전기'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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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한솔 시민기자님, 경전철 공사 업체입니다. 공사와 관련된 기사는 언제쯤 보도가 될까요?"
"아, 그거요... 안 쓰기로 했어요..."

나를 기자님이라 불러주시며 친절하게 기사 보도 시기를 묻는 공사 관계자분의 질문에 서러움이 더 밀려왔다. 그 서러움이 가실 때까지 운 뒤 나는 다시 책상 위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내가 지금 겪은 이 일을 기사로 송고하면 어떨까? 이것도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나는 책상 위에 앉아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나의 시민기자 도전기'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정리되는 생각의 줄기는 단 하나. '기자 되기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원고를 송고하고, 또 편집부와 통화까지 하면서 인터넷 기사쓰기는 쉽다고 생각했던 옛 기억은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렸다.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전화 통화에서 '저... 그... 어...'라는 말과 함께 미리 적어놓은 질문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어떻게 질문할까를 고민했다.

취재 과정에서 마주했던 관계자들의 딱딱한 태도에 긴장했고, 또 고난을 느꼈다.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란 속 기사들을 보면서 '이 정도 기사야 나도 충분히 쓰지'라고 생각했던 거만한 과거를 반성하게 됐다.

급기야 '나는 왜 기사 거리가 없나' '나는 왜 사는 이야기+란에 올릴 만한 활동을 하지 않았나' 자책하기도 했다. 일상의 찰나의 순간들을 소중한 기억으로 기록하신 모든 시민기자들과 현장에서 다양한 뉴스보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시민기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태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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