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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덕 시흥시의원
 이성덕 시흥시의원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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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이 분신했던 70년대나 지금이나 노동 현장이 너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했을지 모르지만 노동자의 현실은 너무나 똑같다. 하나도 변한 게 없다."

26일 오후, 시흥시의회 의원실에서 만난 이성덕(민주통합당) 시흥시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시흥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에서 활동하면서 시화공단의 영세·소규모 사업장을 방문했던 경험을 털어놓다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시흥 스마트허브'에 있는 영세·소규모 사업장은 여전히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근로자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6일, 이 의원은 조례 하나를 발의했다. '시흥시 비정규직 및 영세·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권리보장과 지원에 관한 조례'다. 다른 시·군에서는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조례를 제정하고 비정규직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이 의원은 "시흥시는 영세·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조례를 발의하기 전, 7월 4일부터 16일까지 4차례 간담회를 통해 시흥지역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문제와 해법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7월 19일에는 '시흥지역 영세사업장 및 비정규노동자 문제의 해법을 묻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그 뿐이 아니다. 10월 25일에는 공청회를 열었다. 조례 제정을 위한 준비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어느 섬유회사에 갔더니 섬유에서 나오는 실 같은 게 공중에서 둥둥 떠다녔다. 근로자들은 하루 종일 일하면서 그걸 다 마셔야 한다. 도금업체는 더 열악하다. 어느 업체인가는 기름 때문에 바닥이 미끌미끌한데, 한 여름에 방송에서는 휴가철이라고 보도를 하는데 이 업체의 근로자들은 속옷이 땀에 기름까지 섞여서 아예 쩔어 있었다."

이 의원은 어느 공장에 작업현장 동영상을 찍으러 갔다가 울컥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기계 앞에 근로자들이 각각 떨어져 서 있는데 기계 소음 때문에 다들 귀마개를 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고 울컥한 것이다. 기계 앞에서 대화를 나눌 상대 없이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는 근로자들의 현실이 그의 목울대를 아프게 만들었던 것이다.

점심시간이 1시간이 아닌 40분, 그것도 작업 라인별로 교대로 식사를 해야 하는 근로자들이 많았고,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달리듯이 구내식당으로 달려가는 근로자들도 있었는데 빨리 밥을 먹고 쉬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이야기는 길고 오래도록 이어졌다.

이 의원이 시흥 스마트 허브 즉 시화공단의 영세·소규모 근로자의 현실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들의 현실을 보면서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조례를 발의했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많은 부천이나 안산은 조례에서 비정규직만 다뤘지만, 우리 시흥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흥시는 전국 최대의 중소영세기업 밀집지역이다. 시흥스마트 허브에서 일하는 제조업체 근로자는 15만 명인데, 그 가운데 6만7천 명이 시흥시에 거주하고 있다. 우리 시민들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의원이 그들을 위해 시흥시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공무원들은 국가산업단지인데 왜 자치단체에서 떠맡아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말한다.

"국가산업단지가 맞다. 그렇다고 우리가, 시흥시가 그곳과 선을 긋고 우리와 상관없다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말아야 하나? 우리 시흥시민들이 그곳에서 힘들고 어렵게 일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나? 그렇게 따지면 시흥시에 경제산업과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가산업단지라서 우리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면 그곳의 기업들에게 융자를 하고 소상공인을 지원해주는 경제산업과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되지 않나."

결국 조례안은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지난 23일 열린, 제199회 시흥시의회 제2차 정례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조례가 상임위를 통과했는데도 본회의에서 일부 민주통합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는 해프닝이 일어났지만, 문제가 없기 때문에 통과될 수 있었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조례가 통과되었으니, 이른 시일 내에 영세·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또 노동정책협의회를 구성해서 노동자의 인권보호와 노동관련 정책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 의원은 "시흥시 노동자지원센터가 무엇보다 빨리 설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번 조례와 관련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영세·소규모 근로자들의 처우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첫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정질문 때 김윤식 시장에게 영세사업장이 밀집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는데, 김 시장이 아주 전향적인 답변을 해서 기대를 하고 있다."

26일 열린 시흥시의회에서 김 시장은 이 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해 "시흥스마트 허브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노·사가 상호 협력하고 상생의 대화합을 이뤄야 한다"며 "노·사·민·정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김윤식 시흥시장이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들을 단계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하고,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될 수 있게 '생활임금제' 도입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밝게 웃었다.


태그:#이성덕, #시흥시의회, #시흥시, #김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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