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열린 '걸투(girl two)쇼'에서 개그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강아지 인형 '브라우니'를 끌고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열린 '걸투(girl two)쇼'에서 개그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강아지 인형 '브라우니'를 끌고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KBS <개그콘서트> 브라우니의 공통점은? 바로 '과묵함'이다. 이는 누구의 평가도 아닌 박 후보 스스로 내린 평가다. '불통 이미지'로 곤욕을 겪는 자신을, 아무리 물어봐도 답하지 않는 '브라우니'에 비교했다.

박 후보는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학생누리관 강당에서 열린 '걸투(Girl Two)' 토크콘서트'에서 '브라우니'와 함께 등장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400여 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브라우니의 목에는 '빨간 스카프'가 메여져 있었다.

브라우니를 안은 채 자리에 앉은 박 후보는 "브라우니가 저를 닮아서 이렇게 과묵하다"며 농을 던졌다. 사회를 맡은 박정숙 아나운서가 "그렇지만 그 존재감은 대단하죠, 우리와 소통하려는 의지 차원에서 (박 후보가) 브라우니와 함께 온 것 같은데요"라고 묻자, 박 후보는 "브라우니가 맞답니다"라고 재차 농을 던졌다. 청중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새누리당과 서울여대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토크콘서트는 그야말로 발 디딜틈 없이 붐볐다. 박 후보보다 1시간 먼저 등장해 1부를 장식한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의 특강 때도 학생들은 자리가 없어 계단에 앉거나 서 있었다. 박 후보가 출연하는 2부 순서 때는 강당 입구부터 건물 출구까지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열린 '걸투(girl two)쇼'에서 개그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강아지 인형 '브라우니'와 함게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열린 '걸투(girl two)쇼'에서 개그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강아지 인형 '브라우니'와 함게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후보는 두 명 이상의 남성과 데이트 해본 경험 있다? YES!"

분위기는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박근혜 후보와 김성주 위원장은 이른바 간단한 게임을 학생들과 함께 진행했다. 던져진 질문에 해당하는 사람이 손가락을 접어, 최종적으로 편 손가락이 없는 사람이 벌칙에 당첨되는 이른바, '손병호 게임'이었다.

박 후보를 겨냥한 질문들이 쏟아졌고 박 후보는 "너무 짜고 하는 것 같다"며 난감해했다. 박 후보는 "두 명 이상의 남자와 데이트 안 해본 사람은 손가락을 접어라"는 질문에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손가락을 접지 않았다.

벌칙으로 '노래 부르기'를 주문받았을 땐 "저는 노래하려면 연주도 있고 뒷받침을 해주셔야 한다"며 특유의 '썰렁 개그'로 갈음했다. 박 후보가 노래 대신 농담으로 "조카가 가족 그림에 뜬금없이 강아지를 그렸는데 '왜 강아지를 그렸어요'라고 물었더니 뭐라고 답한지 알아요? '내 마음이요' 이랬답니다"라고 말하자, 장내엔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얘기는 유들유들하게 피해나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중 누가 단일후보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박 후보는 "이건 얘기하면 안 된다, (내가) 누구를 도대체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열린 '걸투(girl two)쇼'에서 학생들과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열린 '걸투(girl two)쇼'에서 학생들과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내가 결혼 안 해서 문제? 공격할 게 없으니까"

사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포인트는 '여성'이었다. 앞서 출연한 김 위원장도 '등록금 문제'에 대한 질문에 "그 문제는 좀 있다가 큰 언니, '그레이스 박 언니'에게 묻는 게 맞을 것 같다"며 '큰 언니'로 박 후보를 소개했다. 박근혜 후보는 "만약 제가 결혼했다면 여기 학생들이 제 딸 뻘 정도"라며 "언니와 동생 또는 엄마와 딸 같은 마음으로 좋은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학교 측이 사나흘 전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모은 질문 중 처음 던져진 질문도 '여성대통령' 논란에 대한 얘기였다.

박 후보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결혼을 안 해 보육 정책 등에 부족함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공격할 게 없으니깐 그렇게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말했다면 그건 편견"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2004년 당대표 당시 자신이 당내 보육시설 '신나는 어린이집' 설치를 제안하고 국회에서 처음으로 (성폭력범에 대한) 전자 발찌법 도입 등을 추진했다고 밝히며 "결혼 여부와 보육·육아정책은 상관없다, 어디까지나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진정한 의지가 있느냐, 실천해내느냐 그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도 "(박 후보가) 우리나라 골드미스의 리더시지 않나"며 "'결혼을 안 했지만 모든 대한민국의 아이가 내 아이다'는 후보의 말씀이 굉장히 감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고 치켜세웠다.

"여성지도자가 있는 나라가 대개 잘 살고 부정부패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성들에게 정치·사회 전반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방안 마련해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만약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여성들이 주요 요직에 참여해서 같이 일할 수 있도록 길을 트고 여성인재를 대거 양성하고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답했다.

또 "여성대통령 탄생 자체가 세계에서 볼 적에 (우리나라의) 큰 변화이고 쇄신이라 볼 수 있다"면서 "잘 사는 나라, 부정부패 없고 깨끗한 나라에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여성지도자가 굉장히 많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여성들이 굉장히 헌신적이지 않나, 섬세하니깐 꼼꼼히 민생을 지키는 특징이 있다"면서 여성의 위기극복능력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우리 어머니들이 위기에 굉장히 강하다, 집안에 어려움을 겪어도 어머니가 자식 열 명을 다 건사하고 그 집안을 살린다"면서 "그런 여성이 DNA처럼 갖고 있는 리더십을 정치와 사회에 적용하면 더 살기 좋은 나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열린 '걸투(girl two)쇼'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열린 '걸투(girl two)쇼'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강한 이미지' 바꾸는데는 성공했지만 '여성대통령'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토크콘서트가 끝나자, 박근혜 후보에게는 '인증샷' 요청이 쇄도했다. 일순간 박 후보와 김성주 위원장이 서 있는 무대가 학생들로 가득 차 버렸다. 박 후보의 얼굴을 가까이 보기 위해 후보의 차가 있는 곳에서 수업 시간을 지각하며 기다린 여학생들도 있었다. 박 후보도 서울여대를 떠나기 전 건물 위에서 박 후보를 구경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하지만 이날 주요 콘셉트였던 '여성대통령'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황보영씨는 "원래 박 후보를 지지하진 않지만 여성이라서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씨와 함께 온 김민지씨는 "박근혜 후보를 너무 좋아해서 보러 왔는데 여성대통령이라서 그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12학번이라고 밝힌, 송아영씨 역시 "박근혜 후보가 온다고 해서 왔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면서도 "여성대통령 들어봤지만 별로 느낌이 없다, 대통령이 여성이랑 무슨 상관인가, 정책이 중요하지"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학생은 '여성대통령은 별로 다가오지 않는다, 대통령이 남자든 여자든 일만 잘하면 되지 성별이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이 학생은 "이 행사가 총학생회에서 초청한 게 아니라 학교 측에서 주최한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뉴스가 나가면 서울여대가 보수적인 학교로 비춰질 것 같아 이런 행사가 좀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박 후보의 인상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4학년인 정보름씨는 "직접 보니깐 언니나 이모처럼 수수한 느낌이다, 언론에서 비춰지는 것보다 한결 더 진실되고 정치인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여성 대통령 하면 여성이 가지는 장점을 어필해야 하는데 오늘 모습은 그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3학년인 유연주씨도 "잘 몰랐는데 직접 보니 (박 후보가) 귀엽다"면서 "이상한 개그하고 말하는 걸 보니 순수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학년인 단두리씨는 "원래 지지하던 후보가 아니다"면서도 "강연을 보고 호감으로 바뀐 건 아니지만 평소의 강하고 드센 인상이 많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이미지'에만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2학년 이진씨는 "개인적으로 처음 맞는 대선이라 정책적인 설명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찾아왔는데 '무엇'만 있고 '어떻게'는 없다"며  "구체적으로 정책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제시가 없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걸투(girl two)쇼'가 진행되는 가운데 학생들이 박 후보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공릉동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걸투(girl two)쇼'가 진행되는 가운데 학생들이 박 후보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태그:#박근혜, #김성주, #브라우니, #여성대통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