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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거리와 낙엽
 비내리는 거리와 낙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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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가 했는데 어느덧 초겨울이 찾아온 걸까? 요사이 며칠간 날씨가 서늘하더니 어제 오후부터 내린 비가 오늘 오후까지 이어진다. 늦가을 비일까? 초겨울 비일까? 우산을 받쳐 들고 나선 거리에서 가로수 잎에 튕겨 손등에 떨어진 빗방울의 감촉이 섬뜩하게 차갑다. 계절을 재촉하는 비가 마음까지 스산하게 한다. 문득 오래전에 가수 최헌이 불러 유행했던 노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 때문에
흐르는 세월 따라 잊혀질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다시 떠오르나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 오래 전 유행했던 가요 '가을비 우산 속에' 1절 -

길가 담장의 담쟁이 덩굴
 길가 담장의 담쟁이 덩굴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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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거리의 쓸쓸한 풍경
 비내리는 거리의 쓸쓸한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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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거리에 떨어진 낙엽들, 가슴시린 풍경

비 내리는 거리에 떨어져 내린 낙엽 모습은 참으로 처연하다. 길바닥에 나뒹굴다가 비에 젖은 낙엽들, 자동차 지붕과 유리창에 내려앉아 차갑게 젖어 있는 낙엽들, 굵은 나무줄기에서 가녀린 모습으로 뻗어 나온 줄기에 매달린 한두 잎 단풍도 모두 모두 잊혀져가는 추억처럼 서글픈 모습들이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 도종환의 시 '가을사랑' 중에서 -

하천변의 억새꽃
 하천변의 억새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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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벤치
 텅 빈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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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높은 담장을 타고 오른 담쟁이 덩굴과 잎들도 비에 젖었다. 그래도 아직 잎이 지지 않고 바알간 빛깔을 잃지 않은 것은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리라. 줄기가 뻗어나간 모양도 참 예쁘고 신비롭다. 누가 저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자연이 펼쳐낸 저 필치를 누가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것인가.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김현승의 시 '가을의 기도'중에서 -

물가에 핀 갈대꽃
 물가에 핀 갈대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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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단풍
 담쟁이 단풍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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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변에서 비에 젖은 채 휘청거리는 갈대와 억새꽃의 처량함이라니, 그래도 꺾이지 않고 의연하게 버티고 서 있는 저 모습. 어쩌면 오늘도 어느 거리에서 어설픈 천막에 의지하여 먼저 떠나보낸 동료들의 넋을 기리는 노동자들의 눈물 젖은 얼굴을 닮은 모습이다.

아, 고뇌의 흔적으로 비워 낸 넋들은
그 뜨겁던 청춘을 내려놓고
고통으로 멍든 붉은빛 눈물과
이별을 수놓는 노란빛 손수건을 흔들며
이제 떠나가는구나.
저 먼 레테의 강 

- 고은영의 시 '낙엽에 띄우는 엽서' 중에서 -

그렇구나, 가을이 그렇게 가고 있구나. 낙엽으로, 단풍으로 억새꽃, 갈대꽃으로, 빨간 담쟁이 잎으로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다시 최헌의 가을비 우산 속에 노래 한 구절을 읊조려 본다.

비에 젖은 낙엽
 비에 젖은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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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겨울비, #낙엽, #단풍, #계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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