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이 울긋불긋 단풍을 수놓은 가운데 가장 많은 인파가 단풍놀이를 갔다는 지난 28일 구룡포 일대 걷기 투어를 했다. 이번 투어에 참여한 이들은 옛님의 정취, 그 향기를 따라 구룡포 일대를 다시 돌아보고 서로 간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구룡포 읍사무소에서 오전 10시에 만난 뒤 구룡포 해안가를 따라 당지인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징어가 이제 제철인 듯 도로변 길가 할 것 없이 오징어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오징어가 장관을 이루며 바다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이렇게 말린 오징어를 피데기라고 부른다. 옛날 구룡포 조선 앞 바다는 현재 일부가 매립지로 오징어 건조 작업장이 돼 주변인이 사용하고 있는데, 항구 양쪽 등대가 길 안내를 하고 있다. 빨간 등대를 오른쪽으로 보고 흰색 등대를 왼쪽으로 해 배들이 기준을 잡아 출항한다고 한다.
천천히 주변을 걸어서 구룡포 시장에 가니 마침 장날이라 온갖 물건들이 다 펼쳐져 있다. 구룡포의 명물 50년 전통의 진빵 역시 맛보고 늘 구룡포에서 먹던 모리국수를 점심으로 떼웠다.
식당 사장님이 모리국수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하셨다. 구룡포 현지인으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며 구룡포 막걸리를 마시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점심식사 후에 구룡포 공원으로 간다. 옛적 가장 번창했던 동네인 용주로 입구에는 용왕당 입구라고 적힌 돌 기둥이 있다. 이곳은 신사가 있었던 자리로 올라가는 계단 앙 옆으로 세워진 이름을 시멘트로 발라서 땜질 처리하고 뒤로 돌려서 다시 세웠다. 일종의 재활용인 셈이다.
그리고 돌기둥에 신사를 무너트리고, 충혼각을 짓는데 참여한 구룡포 주민들의 이름을 다시 새겼다. 시멘트가 덧씌워진 비석은 도가와 야사부로를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도리이(토리) 즉 솟대의 흔적으로 콘크리트 기둥을 신사 앞에 있었던 것인데 지금은 매몰돼 일부 흔적이 역사로 남아 있다.
구룡포 공원에는 이상하게 생긴 작은 석조물이 있다. 이는 바로 부동명왕으로 대정(大正) 6년이라 새겨져 있어 일제 강점기 때 작품으로 보인다. 부동명왕은 대일여래의 사자로서 밀교 5대 명왕 중 하나이다. 현재도 일본인들이 찾아와서 그 앞에 일본돈들을 일부 올려놓고 간다.
구룡포는 과메기의 고장답게 과메기 거리가 있고 지금 이제 말리기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구룡포 근대역사관은 이제 구룡포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고, 주변 거리는 새롭게 깔끔하게 단장됐으나 길 건너 인근에 구룡포항 확축공사 준공비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늘 찾아도 근대 역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곳이지만, 볼 거리와 역사를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곳이 바로 구룡포다.
덧붙이는 글 | 구룡포 걷기 투어는 200번 버스를 타고 구룡포 읍사무소에 내려서 항구를 따라서 걸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