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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북천들녘에 가을을 수 놓은 코스모스.
▲ 코스모스 하동 북천들녘에 가을을 수 놓은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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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을철에 제일 가보고 싶은 기차역이 어디인가요?"

누가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직감적으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바로 경남 하동 북천 코스모스역이라고. 맞습니다. 하동 북천역은 가을 이미지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코스모스가 만발한, 기차를 타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역에 숨어 있는 비밀 하나를 알았습니다.

하동 북천역은 경전선 구간에 있는 역으로 경남 하동군 북천면에 소재해 있습니다. 북천면 들녘은 가을 코스모스가 넘실거리며, 매년 이맘때 하동북천코스모스메밀꽃 축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하동 북천역사.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느낌이다.
▲ 북천역 하동 북천역사.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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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은 경남 밀양시 경부선의 삼랑진역과 호남선의 광주 송정역을 잇는 총 길이 300.6km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한다고 하여 각각 첫 글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경전선 구간에는 제법 역사를 갖춘 크고 작은 역이 있는 반면,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 사람 몇 명만 앉을 수 있는, 긴 나무의자만 덩그러니 서 있는 간이역도 있습니다.

대중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옛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자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와는 달리 시골지역을 통과하는 기차 여행자는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드는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 한둘이 타고 내리는 작은 간이역은 차츰 폐쇄되는 실정에 놓여 있습니다.

북천역도 마찬가지로 한때, 역사 폐쇄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하루 이용객이 채 10명도 안되었던 역이, 코스모스축제기간에는 3~4만 명이 붐빈다는 하동 북천역. 이용객이 적다고 폐쇄의 위기에서 벗어나, 지금은 오히려 최고의 가을여행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과연 그 숨은 비밀은 무엇일까요?

하동 북천역을 살린, 가을을 대표하는 꽃 코스모스

하동북천역을 지나 경전선을 달리는 기차
▲ 기차 하동북천역을 지나 경전선을 달리는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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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가을을 대표하는 꽃 코스모스였습니다. 지난 2007년경부터 기찻길 주변에 심기 시작한 코스모스는 가을날 기찻길에 화려한 수를 놓았고, 수많은 여행자를 불러들이게 됩니다. 이때부터 북천역은 활기를 되찾았고, 기차역 폐쇄를 막아 주는 일등공신이 되어 버립니다.

지난 11일. 어느 방송국에서 방영한 <경남100경 완전정복>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하동북천역의 생존 비밀을 알았습니다. 당시 근무했던 장태익 역장님과 직원들의 노력으로 코스모스를 심기 시작하여, 지금의 북천 코스모스역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동북천역의 이정표. 이리가면 다솔사역, 저리가면 양보역입니다.
▲ 북천역 하동북천역의 이정표. 이리가면 다솔사역, 저리가면 양보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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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방송 리포터와 인터뷰 한 내용을 잠시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죠. 한 4년 걸렸어요. 이거 조성하는 데. 유일하게 이 역만 남았어요."
"아, 이 근처에 (작은 역사가) 다 없어졌나요?"
"예. (기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젊은 사람은 없고, 나이 많은 분만 있다 보니까, 이용객이 낮다고 그렇겠지. 십에서 십칠 명 내외. 1개 열차에는 한 명도 승차를 안 하고 그런 열차가 태반입니다."

"사무실에 차가 없는 시간, 공간을 이용해서 사무실 문을 잠가 놓고, 코스모스 밭에 가서 일을 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여기 계신 동네 어른 분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서 표 끊으러 대합실에서 기다리다가 코스모스 밭에 옵니다. 표 끊어 달라고."

"그냥 뒀을 때는 다 없어졌죠. 지금 현재 인근에 이렇게 없어진 역이 한 7~8개 되거든요. 이 규모로서는 유일하게 북천역만 남아 있습니다. 바로 여기 횡천, 양보, 완사 다 직원이 없잖습니까."
"그럼 북천역도 없어졌을 수도 있었는데, 코스모스가 살린 거네요."
"당연히 없어졌지요. 그때. 당연히 차트에 올라가 있었고."
"아, 위기의 그 순간까지 올라가 있었군요."
"예. 명단에 올라가 있었죠."

코스모스 활짝 핀 경전선 철길.
▲ 철길 코스모스 활짝 핀 경전선 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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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와 장태익 역장님(현재 반성역에 근무)의 대화에서, 하동북천역의 숨은 공로는 바로 '코스모스'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동북천코스모스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뻔했던 숨은 비밀을 이제 아셨나요? 혹여 하동북천으로 여행을 가시거든 고맙다는 격려의 말씀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당시 근무했던 장태익 역장님과 직원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철도 현대화 사업으로 경전선 복선(왕복노선)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2015년 준공예정으로, 복선사업이 완료되면 옛 철길은 폐쇄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천역에서 다시는 코스모스를 볼 수 없을까 걱정이 돼 북천역에 문의한 결과, 새로운 북천역사 건립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하동북천역을 지나 경전을 달리는 기차.
▲ 기차 하동북천역을 지나 경전을 달리는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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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열차환경도 좋고, 시간이 단축되는 빠른 여행도 좋습니다. 하지만 느릿느릿 차창 밖 농촌풍경을 보며 달리는 기분은, 이제 철도박물관에서나 볼 날이 올 것만 같아, 진한 아쉬움으로 남을 것만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 거제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와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싣습니다.



태그:#하동북천역, #코스모스, #북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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