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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의 또 다른 볼거리는 조선 중후기 건축물의 특징을 맛볼 수 있는 53개 전라도 향교의 으뜸인 사적 제379호 '전주향교(全州鄕校)'를 둘러보는 것이다. 향교는 유학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지방에 설립한 공립교육기관으로 고을마다 하나씩 있었다.

반대적인 개념은 사립학교인 서원이 된다. 통상 서원은 조선의 성현만을 배향했고, 향교는 중국의 성현부터 봉안한 것이 다른 특징이다.

대성전
▲ 전주향교 대성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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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향교는 고려시대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창립 당시에는 경기전 근처에 있었으나, 향교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시끄럽다 하여 전주성 서쪽 황화대 아래로 옮겼다. 지금의 교동 향교는 조선중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은 뒤, 관찰사 장만이 터를 잡았다.

현재 전주향교에는 대성전을 비롯해 각 10칸 규모의 동무와 서무가 있고, 3칸 규모의 계성사, 학생들을 가르치던 곳인 명륜당 등 16동 99칸 규모로 되어 있다.

본관인 대성전은 효종 4년(1653)이 고쳐 세웠는데, 융희 원년(1907)에 군수 이중익이 다시 고쳤다. 규모는 앞면 3칸, 옆면 2칸이다. 정면 3칸에는 널문을 달았으며, 도리 기둥에 맞배지붕이고, 양합각에는 방풍판을 달았다.

명륜당은 광무 8년(1904)에 군수 권직상이 고쳤다. 규모는 앞면 5칸, 옆면 3칸의 규모이다.좌우 1칸씩은 눈썹지붕을 이어 달아 꾸몄으며, 전면에는 모두 널문을 달았다. 따라서 눈썹지붕의 도리가 뺄목으로 되어 길게 뻗어 나와 있는 독특한 양식을 하고 있다. 

전주향교는 수많은 향교 중에 유일하게 공자를 주벽으로 나머지 4성(四聖), 10철(十哲), 송조 6현(六賢)의 위패를 전부 봉안하고 있다. 또 동무, 서무에는 유약(有若) 등 7인의 성현과 우리의 18현(十八賢)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기도 하다.

명륜당, 교실이다
▲ 전주향교 명륜당, 교실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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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적으로 향교를 복원하는 경우 대부분 전주향교를 기본으로 하여 복원공사를 하는 것은 이곳에 전라도 최고의 수도향교 역할도 했고, 많은 수의 중국과 우리 성현을 모두 배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향교와는 차이가 나는 공간 배치와 구도를 가지고 있다. 명륜당이 대성전 뒤에 있어, 사당의 역할이 더 큰 곳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서적도 많은 이곳 장판각에는 주자대전, 성리대전, 사기평림 등 9600여 점의 목판이 소장되어 있기도 하다.

고목이 많다. 은행나무 배롱나무 등등
▲ 전주향교 고목이 많다. 은행나무 배롱나무 등등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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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지붕에 오래된 건물의 느낌이 강한 명륜당과 주변의 은행나무, 배롱나무 등이 볼거리다. 또한 16동의 건물 하나하나가 맛이 남다른 건축 양식으로, 조선 중후기 국가주도 건축물이 주는 특징과 멋을 느낄 수 있어 차근차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전주향교를 둘러 본 우리들은 숙소가 있는 나주로 이동하는 버스를 탔다. 나주 도래마을 인근 산포면 산제리에 있는 '번영회관'에서 맛있는 토속한식으로 저녁식사를 마친 일행은 '다도면 풍산리에 위치한 '도래전통한옥마을'로 이동하여 숙소에 들었다.

나주 밥 맛이 좋다
▲ 번영회관에서 식사 나주 밥 맛이 좋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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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운영관리를 맞고 있는 '도래마을옛집'에 짐을 풀었다. 생각보다 집이 작고 많은 인원이 숙박을 하기 불가능한 관계로 전체를 3팀으로 나뉘어 1팀은 안채과 별당에서, 2팀은 이웃집 행랑에서, 3팀은 마을회관에서 숙박을 했다.

운이 좋았던 나는 안채에서 잠을 잤다. 안채는 1936년에 지어인 한옥으로 왼쪽부터 부엌, 안방, 대청, 작은 방, 작은 방 그리고 사랑방이 있는 멋스러운 한옥으로 부엌 위에는 안방에서 올라가는 다락이 있고, 대청 옆 작은 방 뒤편은 아담한 창고가 있었다.

새로지은 한옥이다.
▲ 도래마을옛집의 별당 새로지은 한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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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은 1930년대 근대가옥의 독특한 특징을 전부 가지고 있다. 안채 맨 우측에 안채와는 일단 툇마루로 나가야만 갈 수 있는 작은 사랑방이 붙어 있어 안채와 사랑채가 하나가 된 복합형 안채구조다. 또한 안채는 필요에 따라서는 내부공간이 칸살이로 구분되어 있어 크게 혹은 작게도 쓸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마당 가운데 있는 큰 감나무가 약간 불안정한 구도를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완성미가 뛰어나고 조경이 좋은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당 옆에 있는 상사화며 다른 꽃들이 무척 좋았다.

마당의 감나무가 영
▲ 도래마을옛집 마당의 감나무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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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청에서 잠을 잤다. 일반적인 마루가 아니라 앞에 문이 있는 마루방으로 3명 정도는 잘 수 있는 곳이었다. 문 앞에는 안채 전체를 연결하는 툇마루가 있어 오갈 수 있어 좋았다.

나는 문간채에 있는 세면장에서 세면을 하고는 별당채 마루에 모여 앉아 차를 한잔하면서 같이 온 일행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당은 지난 2006년 한옥을 매입한 다음 새로 지은 건물로 현대식 한옥이다. 앞에 마루와 안쪽에 방과 부엌, 세면장이 있고 바깥쪽에 작은 창고가 두 개 있는데, 현대식이라 손님들이 오면 주로 이곳에 묵고 식사도 한다고 했다.

안채와 사랑채가 같이 있다
▲ 옛집의 안채 안채와 사랑채가 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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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차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나는 안채를 좀 살펴보고는 잠들었다. 80년이 다 된 고옥 마루에서 하룻밤은 약간 춥고 모기도 있었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 멋진 밤이 되었다.

시민유산2호다
▲ 내셔널트러스트 도래마을옛집 시민유산2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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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일) 아침이 밝았다. 나주 도래마을의 아침 햇살과 싱그러운 공기가 잠을 깨웠다. 나는 세수를 하고는 문간채를 잠시 보았다. 사무실로 쓰이는 방과 부엌과 방 겸용으로 쓰이는 방이 있는데, 상근자 2명이 주로 쓰고 요리도 하는 곳이다.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매월 회원들에게 보내고 있다.
▲ 도래마을옛집의 꾸러미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매월 회원들에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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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지역의 텃밭을 임대하여 농사를 짓고 회원들에게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 10여 가지로 마련된 '밥상꾸러미'를 매주 발송하고, 다양한 문화체험과 교육프로그램, 한옥숙박체험 등을 하고 있는 현장이다.
 
위에는 다락방이 있다
▲ 안채의 부엌 위에는 다락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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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먼 길을 왔음에도 불구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는 마을 산책을 했다. 나는 집 앞 밭에서 오랜 만에 '동과(冬瓜)'를 만났다.

동아(White gourd), 압과(鴨瓜)라고도 불리는 동과는 오이과 식물이며, 쉽게 설명하자면 호박과 오이의 중간쯤으로 보면 된다. 열대 아시아산(인도, 베트남, 태국)으로 중국을 통하여 조선 초기에 조선에 전래되었다.

각종 한방 서적에는 가래를 제거하면서 기침을 멎게 하고, 폐농양이나 충수염 등에 소염의 효과가 있으며, 이뇨작용이 뛰어나다고 전한다. 아울러 요리 관련 문헌에는 전이나 무침 등의 다양한 조리법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널리 쓰이지는 않았지만 애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제 강점기에 자취를 감추었던 동과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통상 수확하는 시기인 11월에 50~80kg이 넘는 큰 열매가 농촌의 굶주림을 벗어날 수 있는 작목으로 좋을 것 같다고 하여 적극 재배를 권하였다.

오이와 호박의 중간 쯤 되는 채소
▲ 동아, 동과라고 한다 오이와 호박의 중간 쯤 되는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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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칼로리가 거의 없는 채소라 배만 부르고, 살이 빠지는 관계로 수확을 포기하고 있다가, 지난 2005년경부터 광주시와 제주도 지역에서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다시 재배되어 김치와 샐러드 등의 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다. 또한 보습효과가 뛰어나 미용, 특히 비누의 재료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작물이다.

보통 꽃이 피고 난 다음 10~20일 경에 수확하여 샐러드, 무침으로 먹으며, 씨를 받거나 김치용으로 쓰는 경우에는 11월에 상당히 큰 크기가 되면 수확을 하게 된다. 씨가 단단하고 껍질이 두꺼워 발아에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성장이 무척 잘되는 편이다.


태그:#전주향교, #나주도래전통한옥마을, #동과,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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