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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안철수가 대선에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진흙탕 정치판에 뛰어 들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인 듯했기 때문이다. 임기응변과 조변석개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지 못할 바에야 그가 그간 걸어온 길을 꾸준히 가는 게 그를 위해서도, 또 국가를 위해서도 유익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철수는 대선 레이스에 합류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렇다면 안철수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역사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 돼야 한다. 역사는 소수 지배 집단의 것이 아니라 다수 국민의 무대임을 명심하고 말이다.

선견지명이 있어서라기 보다 나는 안철수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 든 이후 그에 대한 온갖 중상모략이 난무할 줄 알았다. 이것을 어떻게 대처하는가도 좋은 관전 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격에 방어 자세를 취하게 돼 있다. 그 방어의 방식이 가지각색이긴 하지만.

지금의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안철수 바람'을 잠재워야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넘볼 수 있다. 안철수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서 새누리당이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것 중 가장 손쉬운 것이 바로 '네거티브 전법'이다. 선거 때마다 효력을 발휘하는 '네거티브', 선거는 상대를 떨어뜨리고 내가 붙어야 하는 게임이니까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사용하고 볼 일이다.

안철수 후보가 예전에 거래한 주택의 다운계약서 문제로 사과를 했다고 한다. 안철수 본인과 부인이 이 문제에 다 관여된 것 같다. 안될 일이다. 그것이 당시 우리 사회의 관례였다고 해도 대통령 후보가 될 사람에게는 있어서 안될 일이었다. 그것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와 머리 숙여 사과했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문제에 주목하고자 한다. 안철수의 사과 방식에 대한 것이 하나요 개인의 도덕성을 따지기 전에 우리 사회의 양심 지수를 따져 보는 문제가 둘이다. 과연 안철수다웠다. 그는 신속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이전의 정치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기존의 정치인들은 거의 다 너무나 뻔한 사실을 가지고도 일단 모르쇠로 일관했다. 시간을 한없이 끌다가 여론이 식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을 때도 다른 변명을 하기 예사였다. 안철수를 공격하는 사람들도 조금만 조사하면 여러 가지 의혹이 드러날 지도 모른다. 다른 대선 후보 중 하나인 박근혜 후보만 봐도 육영장학회, <부산일보>, 영남대 학교법인 등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편법으로 취득하고 딸인 박 후보에게 불법 상속해줬다는 게 설득력이 있음에도 반성은커녕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는 이런 점에서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다르다.

우리 사회의 양심 지수를 생각해 본다. 과거 권위주의가 판 치던 독재정권 하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때는 말할 것도 없겠고, 그 아류인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도 소수 지배 집단의 나라였지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었다. 대통령 말 한마디가 곧 법이었던 시절을 우리는 살아왔다.

이런 사회에는 정의가 발 붙일 틈이 없고 법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가진 자의 부패와 편법은 이런 환경에서 잉태된 것이다. 경제 개발에 편승해서 횡행한 부동산 투기도 불의와 편법이 통하는 사회 환경을 삼제하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의 다운 계약서도 그런 사회악의 산물임을 알아야 한다.  도덕군자 아니면 소유한 부동산이 없는 사람들만이 이 굴레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 나라를 이끌고 나가려는 사람은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대통령 후보뿐 아니라 정치인들과 경제·사회·문화·교육 등 모든 영역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후보의 과거도 냉철하게 검증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검증을 하는 방법이 유치해서는 안 된다. 힘 있는 정부 여당이 흥신소에서 뒷조하듯 흠집을 잡아 보수 언론에 흘려서 보도하는 식의 수순은 떳떳하지 못하다.

정치인 검증이 한 사람을 죽이는 식이 아니라, 그 검증으로 사람을 바로 세워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유용한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에 검증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민 통합을 겉으로는 외치면서 속으로는 분열을 부채질하는 식의 선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 정치 의식이 그 정도 선은 넘어 서 있다.

화폐 경제학에 '그레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이론이다. 나는 우리 정치에도 이 그레샴의 법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정치인, 진정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고자 하는 정치인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아내는 야비한 짓, 그것이 정치에 있어서의 그레샴의 법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태그:#안철수 사과, #다운 계약서, #그레샴의 법칙, #양심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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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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