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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핀 커넥터를 채택한 애플 아이폰5
 8핀 커넥터를 채택한 애플 아이폰5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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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너무 컸을까? 정보 유출로 김이 샌 탓일까? 애플이 12일(현지시각) 공개한 아이폰5에 대한 국내 언론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애플다운 혁신이 없다"거나 "아이폰4S만도 못하다"는 혹평부터 "애플다운 디자인"이라거나 "판매 신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까지 다양하다.

반면 IT커뮤니티 '클리앙' 게시판 등에 올라온 아이폰 사용자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기존 약정을 깨면서까지 바꿀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체로 업그레이드 모델로 손색 없다는 평가다. 아이폰4나 4S 사용자도 그럴 텐데 아이폰 3GS 사용자들이라면 말해 뭣하랴. 2009년 말 아이폰 국내 도입 이후 세 번째인 이번 아이폰5 발표에 담긴 의미를 한국 사용자 관점에서 짚어봤다.

고집 꺾은 애플, 4인치 아이폰 이어 7인치 아이패드도?

아이폰5의 4인치 화면은 애플로선 오랜 '타협'의 결과물이다. 4.5인치도 모자라 5인치를 넘나드는 '태블릿폰'이 유행하는 요즘 3.5인치를 고집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4인치도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셔츠 주머니에도 들어가는 휴대성과 한 손에 쥐고 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는 편리성을 감안한 최대치라고 볼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 16대 9 화면비를 적용해 가로 크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세로 크기만 늘렸고 부품 크기도 줄여 무게와 두께를 오히려 20% 정도 줄였다.  

부수적 효과도 있다. HD 영상에 최적화된 16대 9 화면비는 최근 무선 네트워크 속도 향상으로 동영상 감상이 중시되는 현실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존 제품과 호환성을 포기하면서까지 8핀 커넥터와 나노 심(SIM; 식별모듈)을 도입한 것은 제품 두께를 줄여야 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시장 선도자로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스마트폰을 결제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돕는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능과 무선 충전 기능이 빠져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나 소비자 효용성 등을 감안했을 때 휴대성에서 손해를 볼 정도로 시급한 기능이 아니었던 듯하다. 지금으로선 애플이 이 기능들을 채택해 관련 시장이 더 확대되길 바라는 관련 업계나 마니아층의 바람이 더 강해 보인다.   

다만 지금처럼 애플이 2년 단위로 아이폰 외형 디자인을 바꿔온 '관행'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아이폰4S 발표를 앞두고 '화면이 커진' 아이폰5 출시 소문이 돌았던 것도 스마트폰 시장이 급변하는 탓이다. 2년 전 아이폰4 출시 당시만 해도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었지만, 지금은 갤럭시S3, 갤럭시노트2처럼 '스펙'면에서 아이폰5를 앞서는 제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애플이 '7인치 태블릿은 나오자마자 죽음(D.O.A)'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뒤집으면서까지 7인치대 '아이패드 미니' 개발에 나선 것도 최근 경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들 제품이 앱스토어, 아이튠즈로 대표되는 애플의 콘텐츠와 서비스까지 넘어서기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비아이폰 사용자들의 눈높이를 높여놨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구글과 아마존, MS 등도 애플의 빈자리를 호시탐탐노리고 있다.     

아이폰5 어떻게 달라졌나-아이폰4S와 사양 비교
 아이폰5 어떻게 달라졌나-아이폰4S와 사양 비교
ⓒ 오마이뉴스 신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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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 벗은 애플... 현실적 기업으로 변화?

이번 발표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애플 특유의 신비주의가 많이 벗겨졌다는 것이다. 길쭉한 아이폰5 모습은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될 정도였고 LTE 지원도 일찌감치 예상됐다. 심지어 8핀 커넥터나 나노 심 대체, 금속 재질 바디 사용 등 민감한 정보까지 유출됐다. 지난 2010년 4월 아이폰4 시제품 유출 당시 이를 보도한 IT전문매체 <기즈모도>와 각을 세우면서까지 애플이 '비밀 유지'에 연연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애플 내부를 조명한 <인사이드 애플> 번역자인 임정욱 전 라이코스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더 화면이 커지고 빠르면서도 얇고 가벼워진 아이폰5는 매력적"이라면서도 "결코 자신이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팀쿡으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을 창조해내는 것보다 현존하는 제품 안에서 혁신해 나가는 방향을 잡았는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아이폰5는 좀 더 '현실적인' 기업에 가까워진 팀 쿡 체제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3'와 애플의 '아이폰4S'.
 삼성전자의 '갤럭시S3'와 애플의 '아이폰4S'.
ⓒ 권우성/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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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자막에 LTE 지원까지... 달라진 한국 위상 '실감'

아울러 한국 시장의 달라진 위상도 눈여겨 볼만 하다. 불과 3년 전까지 한국은 아이폰 자체가 판매되지 않을 정도로 '스마트폰 변방'이었다. 하지만 3년 만에 스마트폰 인구가 3000만 명을 넘어서면 한국 시장 비중도 커졌다.    

그동안 맥북, 아이맥 등 PC 판매 위주였던 애플코리아도 달라졌다. 지난 3월 뉴 아이패드 발표 때는 발표 당일 제품 소개 페이지를 한국어로 번역해 올렸고 이번엔 아이폰5 소개 동영상에 한국어 자막까지 달았다. 비록 아이폰5 1, 2차 출시국에서 한국이 또 빠졌지만 KT와 SK텔레콤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까지 감안해 별도 모델을 만든 것도 눈에 띈다.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LTE 보급이 가장 활발한 나라들 가운데 하나지만 발표 전까지 국내 주파수 지원은 장담할 수 없었다. 일부에선 3G 모델이 먼저 나온다는 소문까지 돌았을 정도다.

애플 신제품 발표 후 국내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아이폰3GS는 2009년 6월 발표 후 5개월이 걸렸고 아이패드는 무려 10개월이나 걸렸지만 아이폰4는 3개월, 아이패드2는 2개월로 줄었고 아이폰4S나 뉴 아이패드는 불과 한 달 뒤에 출시됐다. 아이폰5 역시 빠르면 10월 초, 늦어도 10월 중 출시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전파 인증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거의 동시 출시나 다름없다.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이폰 개통 행사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이폰 개통 행사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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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삼성전자 안방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애플 입장에선 삼성-애플 특허 소송이 한-미간 자존심 대결처럼 비춰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미국 배심원 평결과 이번 아이폰5 발표를 둘러싼 국내 일부 언론의 '애국주의' 보도는 도가 지나칠 정도다.

최근 대만 HTC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외산폰 불모지'란 명성(?)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그만큼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약진한 탓이지만 경쟁이 사라진다고 반길 일만은 아니다. 굳이 아이폰 도입 이전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제조사와 이통사가 '그들만의 시장'에서 보여준 행태는 최근 '보조금 전쟁'이 잘 말해준다. '애국심'을 떠나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비판이 필요한 이유다.


태그:#아이폰5, #애플,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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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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