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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2시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공안고문조작으로 사법살인에 의해 희생된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인혁당)' 피해자 유가족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규탄하고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005년도 인혁당재건위사건이 조작되었다는 국정원발전위 조사결과를 두고 '한마디로 가치가 없는 것이며, 모함'이라고 한 발언과  '2007년 '인혁당재건위사건의 무죄판결'에 대해 '같은 법원에서 두 개의 판결'이 내려졌다며 인혁당 사건 무죄판결에 의혹어린 반대의견을 제기한 데 대한 유가족의 분노가 폭발한 것입니다.

새누리당사 앞에서 유가족들이 분노하며 내 아들 내 남편을 살려내라고 외치고 있다.
 새누리당사 앞에서 유가족들이 분노하며 내 아들 내 남편을 살려내라고 외치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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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내 남편 정치 제물로 사용하지 마라."
"더 이상 못 참겠다. 내 아들, 내 남편 살려내라."

38년이란 긴 세월을 간첩 가족, 빨갱이 자식으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야했던 유가족들은 분노와 원한의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습니다.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은 1차와 2차 두 차례 이어지는데 백과사건의 정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정을 든 인혁당 사법살인 피해자 유가족. 인혁당 사법살인 피해자 유가족이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모였다.
 영정을 든 인혁당 사법살인 피해자 유가족. 인혁당 사법살인 피해자 유가족이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모였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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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인혁당사건'은 64년 8월14일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북괴의 지령을 받고 대규모 지하조직으로 국가변란을 획책한 인민혁명당 사건을 적발, 일당 57명중 41명을 구속하고 16명을 수배중에 있다"고 발표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진다.

1차 인혁당 사건이 있은 지 10년이 흐른 74년 4월,'2차 인혁당 사건'으로 더 잘 알려진 소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은 중앙정보부가 74년 유신반대 투쟁을 벌였던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을 수사하면서 배후·조종세력으로 '인혁당재건위'를 지목, 이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한내 지하조직이라고 규정한 사건이다.

유신 2년째인 74년은 재야단체,학원가의 반체제 데모가 잇따르고 일부 언론인,교수,종교인,재야인사들이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개헌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유신체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던 시기였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조직이 민청학련의 배후에서 학생시위를 조종하고 정부전복과 노동자, 농민에 의한 정부 수립을 기도했다"는 것이 74년 4월 25일 중앙정보부의 발표 내용이었다.

민청학련 1024명이 연루된 '인혁당 재건위 및 민청학련' 사건에서 253명이 구속송치됐고 이 가운데 인혁당 관련자 21명,민청학련 관련자 27명 등 180여 명이 긴급조치 4호,국가보안법,내란예비음모, 내란선동 등의 죄명으로 비상보통군법회의에 기소됐다 - 네이버 백과사전

현장에서 38년 전 유가족이 외쳤던 울부짖음을 다시 재현하고 있다.
 현장에서 38년 전 유가족이 외쳤던 울부짖음을 다시 재현하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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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된 사람 중 서도원(53, 전 대구매일신문 기자), 김용원(41, 경기여고 교사), 이수병(40, 일어학원 강사), 우홍선(46, 한국골든스탬프사 상무), 송상진(48, 양봉업), 여정남(32, 전 경북대 학생회장), 하재완(44, 건축업), 도예종(52, 삼화토건 회장) 등 8명은 기소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희생됩니다.

이후 2005년, 2007년 두 차례에 거친 조사결과 2차 인혁당 사건인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은 고문과 조작에 의한 공안 사법살인이고 희생자들은 무죄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입니다.

박근헤 새누리당 후보님, 그런 과거의 범죄를 시인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으면서 과거는 과거대로 역사에 맡겨 묻어두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요?

잘 아시겠지만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뿌리며 토양입니다. 토양 자체가 민주주의라는 생명을 키워낼 수 없는 조건이라면 토양을 갈아엎고 객토를 해서라도 생명이 싹틀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과거를 철저하게 돌아보고 청산할 과거가 있으면 청산하고 가야한다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과거를 과거로 잊어버리면 우리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 과거 공안당국 유신 독재 치하의 범죄와 범죄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에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인 당신은 '재고할 가치가 없다. 모함이다' 혹은 '두 개의 판결문이 있다' '과거는 역사의 심판에 맡기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라고 일축하며 국민대통합을 외치는군요.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없는 토양에서 국민대통합이나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을까요? 과거 잘못을 되돌아보아 반성하고 궤도를 수정하지  않고 올바른 현재와 미래의 지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함께 살아보자며 벌인 77일간의 옥쇄파업을 두고도 빨갱이란 낙인을 찍어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대한민국입니다. 쌍용자동차 옥쇄차업 해고 노동자들은 무엇보다 빨갱이라는 낙인과 손가락질이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반공을 국시로 내세우고 냉전이 이어지던 엄혹한 시절, 빨갱이라는 말 한마디에 사람의 목숨이 파리목숨이 되던 시절, 간첩이란 오명을 쓰고 죽어간 사람들의 남겨진 가족이 겪어야했을 고통에 대해 박근혜 후보 당신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그 조작과 범죄가 당신의 아버지가 통치하던 시절에 권력을 이어가지 위해 조직적으로 행해진 범죄였다면 당신은 무릎을 꿇고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여덞 명의 사형수를 두 번 죽이고 한을 안으로 삭이며 죽음과 같은 터널을 지나온 유가족의 가슴에 다시 못을 박는 행동은 대선후보가 아니라, 그저 전직 대통령의 딸로서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유가족이 오열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다.
 유가족이 오열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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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의 한 분인 강순희님이 말하더군요.

"우리들은 살고 싶습니다. 여러분 누구의 말을 믿겠습니까?" 공개재판을 하자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묵살하고 사람을 죽이고 또 다시 그들을 죽이려 합니까?"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듣는 사람들 심장조차 찢는 듯한 유가족의 한맺힌 절규와 오열에 귀를 열고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을 하시길 바랍니다.


태그:#인혁당 사건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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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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