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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삭박물관에서 특별전시 중인 <열도 속의 아리랑> 포스터. 관람료는 무료다.
 서울역삭박물관에서 특별전시 중인 <열도 속의 아리랑> 포스터. 관람료는 무료다.
ⓒ 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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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67주년을 맞이하는 8·15 광복절 기념 특별 전시회 <열도 속의 아리랑>이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8월 10일 개막해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열도 속의 아리랑>은 '재일동포 100년의 삶과 꿈'이라는 부제로 지난 100년간 일본의 혹독한 차별과 억압 속에서 재일동포의 고단한 삶이 어떠했는지를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전시되는 니시키에

재일동포 1세이자 역사학자인 강덕상 박사는 재일한인역사자료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재일동포 1세이자 역사학자인 강덕상 박사는 재일한인역사자료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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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에 닿으면 다색판화(니시키에)를 볼 수 있다. 이는 재일한인역사자료관 강덕상 관장이 지난 40년간 수집한 자료이며, 니시키에가 국내에서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니시키에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황국사관의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일본의 역사 왜곡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니시키에를 통해서 근대 일본의 왜곡된 시선을 볼 수 있으며, 일본이 얼마나 철저하게 자신들의 대륙침략을 합리화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는지 엿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영화가 말하는 재일동포'라는 주제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작은 오빠>, 오쿠리 코헤이 감독의 <진흙강>, 재일동포 김수진 감독의 <밤을 걸고>, 이즈츠 가즈유키 감독의 <박치기>, 박철수 감독의 <가족시네마>,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 재일동포 오충공 감독의 일본 관동대지진 기록다큐영화 <숨겨진 손톱자국>, <버려진 조선인>등 8편의 영화가 17일까지 상연된다.

지난 11일 오전, 기자는 재일동포 1세대 강덕상 박사(재일한인역사자료관 관장·1923 간토 한일재일시민연대 일본대표)와 <숨겨진 손톱자국> <버려진 조선인>의 오충공 감독, 이해학 목사(야스쿠니 반대 공동행동 한국대표), 김종수 목사(1923 간토 한일재일시민연대 한국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조선인이 인간인가? 멸치가 생선인가?

재일동포, 이번 영화상영회에 오충공 감독이 제작한 관동대지진 다큐멘터리 <숨겨진 손톱자국>과 <버려진 조선인>등이 상영된다.
 재일동포, 이번 영화상영회에 오충공 감독이 제작한 관동대지진 다큐멘터리 <숨겨진 손톱자국>과 <버려진 조선인>등이 상영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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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가혹한 수탈정책으로 삶의 터전을 상실한 80만 명 이상의 조선인들이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해방 직전까지 무려 200만 명 이상이 일본에 머물게 됐다. 살길을 찾아 고향을 찾은 이들은 타국 땅에서 차별과 편견 속에서 의식주와 교육 모든 것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했다. 재일동포 1세대는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꿨지만 그들과는 달리 재일동포 2, 3세대는 차별을 철폐하고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운동을 벌여나간다.

그러나 일본은 철저하게 그들의 삶을 유린했다. 일본은 재일동포의 국적선택권을 철저히 무시했을 뿐 아니라, 일방적으로 국적을 박탈했다.

일본의 패전 이후 10년, 대부분 조선인은 일자리를 잃고 생활난을 겪었으며, 일본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조선인들은 조선인 마을을 중심으로 폐품 수집업, 막걸리 제조업, 엿장사, 양돈업 등에 종사했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았다. '멸치가 생선인가? 조선인이 인간인가?'라는 멸시 속에서 조선인들은 힘겨운 삶을 살았다.

1923년 관동대지진의 수난,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대표인 이해학 목사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대표인 이해학 목사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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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1일, 도쿄 주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자 일본은 정국을 안정시키려는 방편으로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을 죽이려 한다는 등 각종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결국, 이 혼란기에 일본인에 의해 6000명 이상의 조선인이 학살 당한다.
올해 9월 1일, 관동대지진 90주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지금껏 일본은 그에 대해 침묵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도 이에 대해 진실규명을 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는 한국 역사 교과서에도 두어 줄 정도만 언급돼 있을 뿐이다. 일본 정부가 때리고 죽였는데도, 한국 정부는 지금껏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강덕상 박사와 오충공 감독은 자신들이 이 일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실규명은 일본을 위해서도 한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일본은 수치스러운 역사를 고백함으로 짐을 덜 수 있고, 한국은 진상규명을 통한 명예회복을 하게 됩니다. 아직 100년도 안 된 역사인데, 없었던 것처럼 덮어둔다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진상 규명을 통해 희생자들의 명단도 확보되고, 확인된 유골은 고향에 묻힐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일본은 감추려 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잊힌 역사는 반복된다"

1923 간토 한일재일시민연대한국대표인 김종수 목사
 1923 간토 한일재일시민연대한국대표인 김종수 목사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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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반대 공동행동 한국대표 이해학 목사와 1923 간토 한일재일시민연대 한국대표 김종수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자신들의 처지에서 수치스러운 역사를 감추고 싶고, 합리화시키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피해당사국인 대한민국 정부는 역사적인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을 성심껏 하지 않습니다.

잊힌 역사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가려면 두 나라 사이에 왜곡되고 감춰진 역사의 진실이 규명돼야 할 것입니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지금까지도 고통과 차별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다시는 그런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1923년 간토조선인학살 같은 사건들이 역사에서 그냥 잊히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일본의 의식화 교육은 섬뜩했다

강덕상 박사가 니시키에 전시관에서 그림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강덕상 박사가 니시키에 전시관에서 그림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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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상 박사가 40여 년간 수집한 니시키에 전시가 이번 전시회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영화로 말하는 재일동포'에서 상영되는 영화들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열도 속의 아리랑>에는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는데,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들의 놀이판(주사위놀이·딱지놀이 등)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자신들의 침략전쟁을 합리화하고 의식화한다는 점이 놀랍다. '니시키에 전쟁화'를 통해서 근대 일본의 왜곡된 시선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일본은 이웃 나라에 대한 허황된 우월의식, 즉 '황국사관'을 바탕으로 한 일본적 민족주의를 니시키에를 통해 일본인들의 내면에 뿌리깊이 심어놨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일본 우익의 내면에서 그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재일동포 오충공 감독은 관동대지진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에 집중하는 유일한 영화감독이다. 그 때문에 일본 우익으로부터 많은 협박도 당하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 탓에 난청까지 생겼단다. 그럼에도 그는 관동대지진의 진실 규명을 위해 지금까지 힘쓰고 있다. 그는 "6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학살됐음에도 한국 정부에서 이토록 진상규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에게 도움이 되는 건 '진상 규명'

최근 일본 우익의 역사 왜곡과 과거사에 대한 움직임들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그 일이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행동이 그들의 대응방식을 미리 예견하지 않은, 임기 말 레임덕현상을 희석시키기 위한 '꼼수'였다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일관계, 가깝고도 먼 나라이기에 작은 이슈 하나도 큰 문제로 드러난다. 그러나 어떤 문제이든 진실에 접근해 바로잡아가는 노력 없이 한일관계는 늘 긴장을 탈 수밖에 없다.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한다. 수치스러운 과거라고 감추거나 합리화시키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수치스러운 역사 혹은 아픈 역사니까 그냥 덮어두자는 식의 사고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67주년 광복절이 지나고 나고 보름 뒤면 곧 90주기를 맞이하는 '1923년 간토조선인학살'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동대지진을 기록한 <열도 속의 아리랑> 전 전시 사진 중 하나.
 관동대지진을 기록한 <열도 속의 아리랑> 전 전시 사진 중 하나.


태그:#재일동포, #니시키에, #강덕상, #오충공, #관동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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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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