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진도 운림산방 앞에 있는 남도전통미술관 전경. 매주 토요일 오전 그림경매가 열리는 곳이다.
 진도 운림산방 앞에 있는 남도전통미술관 전경. 매주 토요일 오전 그림경매가 열리는 곳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28일 토요일 오전 진도 운림산방 앞. 남도전통미술관에서 토요 그림경매가 열리는 날이다. 경매를 시작하기도 전에 경매장 밖에 벼룩시장이 먼저 펼쳐졌다. 할머니들은 검정쌀과 산나물, 말린 미역 등을 들고 나왔다. 한 할아버지는 멱서리 같은 짚공예품을 펼쳐 놓았다.

삼삼오오 무리 지어 지나던 여행객들이 전시물품에 관심을 보이며 가격을 묻는다. 한 할머니가 "여기 할매들이 직접 키우고 바다에 나가 딴 것"이라며 "몸에 좋은 자연산"이라며 자랑했다.

할아버지는 "경로당에서 우리 노인들이 손으로 다 짠 것"이라며 수공예품임을 강조했다. 할아버지는 짚공예품이 잘 팔리지 않는데도 마냥 웃고 있다. "바람 쐴 겸 해서 나왔다"며 판매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림경매에 앞서 열린 벼룩시장. 여행객들이 진도 관내 경로당 할아버지들이 만든 짚공예품을 구경하고 있다.
 그림경매에 앞서 열린 벼룩시장. 여행객들이 진도 관내 경로당 할아버지들이 만든 짚공예품을 구경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토요 그림경매장의 체험마당. 여행객들이 합죽선에 문인화를 그리고 있는 한 화백의 손끝을 주시하고 있다.
 토요 그림경매장의 체험마당. 여행객들이 합죽선에 문인화를 그리고 있는 한 화백의 손끝을 주시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벼룩시장과 조금 떨어진 미술관 앞에선 민속놀이 마당이 펼쳐져 있다. 투호와 고리를 던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일가족이 보인다. 바로 옆 그림마당엔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다. 그들은 합죽선에 먹으로 수묵화를 그리고 있는 노작가의 손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실내 미술관에선 남도소리 한 대목에 이어 흥겨운 '진도아리랑'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나던 사람들의 눈과 귀가 미술관으로 향한다. 잠시 후 그림경매를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뒤를 잇는다.

그림 경매는 오전 11시 시작됐다. 312번째 경매라는 게 진행자(서선숙)의 얘기였다. 경매에는 남도 미술작가들의 한국화와 문인화, 서예작품 등 40점이 나왔다. 진행자의 작가와 작품 소개에 이어 경매가 공개로 시작됐다.

토요 그림경매에서 경매사 서선숙 씨가 경매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요 그림경매에서 경매사 서선숙 씨가 경매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남도전통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토요 그림경매. 지난 2006년부터 한 주도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남도전통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토요 그림경매. 지난 2006년부터 한 주도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경매가는 정상 판매가보다 40% 가량 쌌다. 가격도 10만 원 대에서 20∼40만 원이 주를 이뤘다. 최고 98만 원(시중가 164만 원)짜리 작품도 있었다.

경매 참가자들은 주최측에서 미리 나눠준 작가와 작품 설명서를 보며 진행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대전에서 온 이명선(57)씨는 "시중에서 100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는 작품들이 40∼50만 원에 나온 것 같다"면서 문인화 몇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김대철(47, 광주광역시)씨는 "운림산방에 왔다가 우연히 경매장에 들러 현찰이 부족하다"며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한지 물었다. 진행자는 "신용카드 뿐 아니라 며칠 있다가 계좌 입금해도 괜찮다"며 무료 배송해 주겠다고 했다.

토요 그림경매장에 비치된 경매 번호판과 작품설명서. 참가자들이 번호판 하나씩 들고 경매에 참여하게 된다.
 토요 그림경매장에 비치된 경매 번호판과 작품설명서. 참가자들이 번호판 하나씩 들고 경매에 참여하게 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토요 그림경매에서 경매사 서선숙 씨가 합죽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요 그림경매에서 경매사 서선숙 씨가 합죽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미술작품을 사려는 구매 희망자가 나타나면 호가(呼價)가 2만 원씩 올라갔다. 처음 23만 원에 나온 작품에 구매 희망자가 나설 경우 25만 원, 27만 원으로 올라가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가장 높은 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작품을 차지했다. 경쟁자 없이 단 한 명이 응찰할 경우엔 바로 그 사람이 낙찰자가 됐다.

열다섯 번째 작품 경매가 끝나고 잠시 남도소리 공연이 펼쳐졌다. 경매 중간에 공연을 보며 쉬어가는 게 이색적이었다. 남종화의 혼이 배어있는 그림과 흥겨운 남도의 국악이 한데 버무려지는 마당이었다. 경매 중간에 진행자가 퀴즈를 내고, 정답을 맞춘 사람에게 사은품을 주는 것도 재밌다.

국악공연이 끝나자 다시 그림경매가 이어졌다. 한국화에 이어 문인화와 서예작품이 선보였다. 전통의 합죽선 위에 먹으로 그림과 글을 작품화한 합죽선은 13만 원에 나왔다. 남도소리 한 대목이 경매 중간에 또 등장하고 간간이 경품도 줬다. 일반적인 경매장과 달리 작은 축제마당이었다.

토요 그림경매 중간중간에 선보이는 남도소리 한마당. 경매장에서 듣는 남도소리가 흥을 돋운다.
 토요 그림경매 중간중간에 선보이는 남도소리 한마당. 경매장에서 듣는 남도소리가 흥을 돋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토요 그림경매가 열리고 있는 진도 남도전통미술관 풍경. 경매 중간 쉬어가는 시간이다.
 토요 그림경매가 열리고 있는 진도 남도전통미술관 풍경. 경매 중간 쉬어가는 시간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토요 그림경매는 지난 2006년 8월 시작됐다. 벌써 6년이 됐다. 전라남도가 전업작가들의 미술작품을 사들여 미술품 애호가들에게 싸게 되팔기 위해 마련됐다. 지역 미술인들의 창작의욕을 높이면서 미술품 애호가들의 문화욕구도 충족시키자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동안 이 경매를 통해 팔린 미술작품만도 2200여 점. 올해도 벌써 230여 점이 팔렸다. 한국화가 가장 많고 문인화와 서예작품이 뒤를 잇고 있다. 그 사이 미술품을 경매받기 위해 멀리서 부러 찾아오는 '경매여행'까지 생겨날 정도다. 미술품 애호가들은 "작품이 수준급인 데다 가격도 저렴해서 좋다"고 입을 모았다.

토요 그림경매가 6년 동안 한 주도 쉬지 않고 계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남도전통미술관에서 열리는 그림경매가 진도(珍島)의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토요 그림경매가 열리는 남도전통미술관 앞에 있는 운림산방. 한국 남종화의 본거지로 통하는 곳이다.
 토요 그림경매가 열리는 남도전통미술관 앞에 있는 운림산방. 한국 남종화의 본거지로 통하는 곳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 그림경매장(남도전통미술관)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국도 죽림나들목-2번국도우회도로-서영암나들목-F1경주장-영암방조제(49번지방도)-화원-문내(77번국도)-우수영-진도대교-남동교차로-운림산방(남도전통미술관)



태그:#그림경매, #토요경매, #서선숙, #남도전통미술관, #남도예술은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