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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8월 2일 오전 11시 20분]

이상철 고문은 군포시를 사랑한다. 그래서 부패 없는 투명한 군포시를 만드는데 여생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이상철 고문은 군포시를 사랑한다. 그래서 부패 없는 투명한 군포시를 만드는데 여생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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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비리를 보면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우시는 올곧은 어르신입니다!"

이수호(63) 민주노총 전 위원장은 지난 26일 이상철(77) '군포시 비리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이하 군포비리대책위) 상임고문에 대해 묻자 이렇게 들려줬다. 두 사람은 사립학교 개혁운동을 함께했다. "부패 사학에게는 회유와 압력이 통하지 않는 비타협 원칙주의자, 사리사욕을 챙기는 시민운동가나 타락한 목사들에겐 추상(秋霜) 같은 어르신"이라고 들었다.

일전에 이 상임고문은 한 대학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 대학에서 각종 부패를 목격하고 양심선언을 했다가 학교법인 이사장이 동원한 정치권력에 의해 구속영장 집행과 소송까지 당했다. 부패세력에 맞섰다가 고초를 겪었지만, 좌절은커녕 부패사학 청산의지를 다지면서 시민운동에 투신했다. 15년 동안의 부패사학 청산운동 과정에서 소위 '교육 마피아'들이 '이사장님으로 모시겠다'고 회유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이 상임고문이 암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했다. 이 전 위원장은 "노후를 편하게 보내실 때도 됐는데 만연한 지방 비리를 보다 못해 싸움에 나서신 것 같다"면서 "부패세력들이 우리 사회를 계속 위협하고 있는데도 이만큼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어르신 같은 양심세력들이 계시기 때문"이라며 존경의 뜻을 표시했다.

암 수술도 못 꺾는 노 투사의 열정... 밥값·술값 대며 군포비리대책위 조직

아내와의 여행 등 노후계획을 수정하고 지방권력과의 싸움에 나선 이상철 상임고문
 아내와의 여행 등 노후계획을 수정하고 지방권력과의 싸움에 나선 이상철 상임고문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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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임고문은 팔순을 앞둔 고령자다. 지난 연말과 올해 초에는 허리디스크로 고생했고, 지난 4월에는 전립선암 수술까지 받았다. 그래서 사회 현안 및 지역 문제는 현역 운동가들에게 맡기고 아내와 여행을 다니며 노후를 즐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군포시 비리문제와 지방권력의 부조리에 부딪히면서 성치 않은 노구를 이끌며 투쟁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현재 지방권력을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세력들은 거의 사라졌다. 지방권력의 횡포와 비리를 고발하거나 호소할 곳이 제대로 없으니 피해자들의 절망과 한숨 소리는 더 깊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임고문이 올해 상반기 내내 군포비리대책위 결성에 혼신을 바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비리 세력과 맞닥뜨리면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우는 이 상임고문은 술값과 밥값은 물론이고 투쟁기금까지 대가면서 군포비리대책위를 조직했다.

이 상임고문은 "지방권력의 비리와 오만이 부패사학 못지않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내가 사는 동네에 악취가 진동하는데도 나만의 일이 아니라며 외면하는 것은 동네에 거주하는 어른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방권력의 폐해를 청산하는 일에 여생을 바치겠다는 노 투사를 지난 26일 만났다. 다음은 이상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 아내와의 여행 계획을 왜 수정하셨습니까.
"군포시의 비리문제와 지방권력의 오만함 때문입니다."

- 군포시의 비리가 어느 정도이기에 노후 계획까지 수정하게 했습니까.
"군포시가 한 업자에게 불법 부당한 방법으로 6년 동안 49건, 6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몰아줬습니다(관련기사 : 군포시 비리사건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운동 돌입). 이를 한 시의원이 지적하고,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일부 언론이 보도하자 경기도와 군포시가 마지못해 감사를 실시했는데 면죄부만 주고 말았습니다.

그 업자가 군포시에 제출한 정산자료에는 대포 통장을 비롯한 허위 서류들이 한 눈으로 봐도 알 정도로 많은데도 군포시는 눈을 감았습니다. 시와 업자의 유착에 의해 시민 혈세가 마구 샜는데도 그 누구도 상응한 처벌을 받지 않은 채 버젓이 활보하고 있습니다. 비리를 못 봤다면 몰라도 1년 넘도록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아내와의 여행을 유보하고 비리 진상규명 운동에 나서게 됐습니다. "

김윤주 군포시장이 자신의 고향이자 자매도시인 경북 예천 2010 군민제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윤주 군포시장이 자신의 고향이자 자매도시인 경북 예천 2010 군민제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군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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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지방권력'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입니까?
"김윤주 군포시장은 3선입니다. 시민들이 세 번이나 뽑아주었으면 청렴한 목민관으로서 봉사행정을 펼쳐야 할 터인데, 원님 행차부터 했습니다. 김 시장은 자신의 고향이자 자매도시인 경북 예천군에서 열리는 2010 군민제전에 공무원과 시민 400여 명을 대동하고 참석했습니다.

다른 자매도시에는 버스 1~2대 정도의 인원만 참석시켰는데 시장의 고향 행사에는 버스 10대를 동원했습니다. 초졸 학력인 김 시장이 3선 시장에 당선돼 금의환향한 셈인데 그 행사에 참여한 군포시민과 관변단체 기관장들은 행사장에 도열했고 김 시장은 일일이 악수하면서 위세를 과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차, 우리가 오만한 권력을 탄생시켰구나'라는 반성과 후회가 들었습니다."

- 김윤주 시장의 3선 당선에 기여한 바가 있습니까.
"지난 2010년 군포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민주 진영의 후보가 당선되길 바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민후보로 출마한 노동운동가 출신의 정금채 후보가 돌연 사퇴하면서 민주당 김윤주 후보가 범야권 단일후보가 됐습니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김 후보가 당선되도록 나름으로 기여했습니다."

- 김윤주 시장은 단일 후보가 되면서 '정금채 후보와 시정현안 상의' '시민사회단체와의 협치' 등을 약속했는데, 지켜졌나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장 취임 이후에 민주당 시의원들을 동원해 2011년도 예산 3500억 원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당선을 위해선 정치적 약속을 남발하고 당선된 뒤에는 약속을 팽개치는 김 시장을 보면서 결코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정치적 욕심이 '지역갈등' 원인... 비리 공무원 검찰 고발할 것

이수호 민주노총 전 위원장은 이상철 고문을 "부정비리를 보면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우시는 올곧은 어르신"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전 위원장은 이상철 고문을 "부정비리를 보면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우시는 올곧은 어르신"이라고 말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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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치기 예산 가운데 문제가 된 예산편성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가수 등을 불러서 보름간 노는 철쭉축제에는 9억여 원이나 책정하면서 4개 복지관 노인 1200명의 한 달 점심값으론 4800만 원을 책정했습니다. 반면 군포시 공무원 600명에 대한 단합대회 비용으로 5000만 원이나 편성했습니다. 공무원들이 하루 술 먹고 노는 데는 1인당 8만 원 넘게 책정하면서도 독거노인 1인당 한 끼니 점심값으로 2000원밖에 책정하지 않았습니다.

군포시는 그 예산으로 공무원 단합대회를 열었는데 하필이면 혁신학교로 지정된 초등학교, 그것도 학생들이 한창 수업 중인 운동장에서 바비큐를 하며 술판을 벌였다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군포를 전국적으로 망신시켰습니다. 이것은 군포시 행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군포시가 이벤트성 전시행정에 예산을 과도하게 편성하면서 그 피해는 독거노인과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살해당한 한아름 어린이처럼 군포에도 소외된 어린이들이 많은데 이처럼 독거노인과 소외된 어린이들은 푸대접하고 있습니다." 

- 지방 권력의 폐해가 부패사학 못지않다고 했습니다.
"지방자치의 폐해가 심각합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방권력자들의 권력놀음에 악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방권력자는 권력을 사유화하고, 인사에 목을 맨 공무원들은 승진을 위해 충성 경쟁을 벌이고, 시민복지를 위해 사용돼야 할 혈세는 권력자의 이권과 인기영합 행정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부패사학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이듯이 지방 비리의 최대 피해자는 시민들입니다. 시민들은 지방권력과의 싸움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시민운동이 대신해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민운동이 생활운동은 잘하고 있는지 몰라도 권력 감시운동을 소홀히 하면서 지방권력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 지난 2011년, 지방 비리와 싸우면서 거둔 성과와 한계는 무엇입니까.
"살아 있는 권력의 힘 때문에 대항하지 못하던 시의원과 시민운동가, 건강한 보수진영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 것이 성과입니다. 한계는 군포시의 불통 행정에 가로 막힌 것입니다. 시민단체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대다수 자치단체들은 공개합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이 군포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도 답변이 없습니다. 군포시가 소통부재 행정을 펼치는 것은 김윤주 시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군포 시민사회의 갈등 원인은 무엇입니까.
"김윤주 시장의 정치적 욕심이 그 원인이라고 봅니다. 문화원 사태는 김 시장의 무리한 자기 사람 심기가 불러온 것이고, 시의회가 추경예산을 전액삭감한 것은 김 시장의 독선 행정에 반발한 것입니다. 무리한 캠프 인사 챙기기와 독선행정에 의해 갈등이 발생했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한 데도 김 시장은 비판의 목소리조차 외면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문화재단 추진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김 시장은 강행의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비판과 반대를 무릅쓰고 문화재단을 강행하는 것은 다음 선거를 위해 자기 사람을 챙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시민사회에선 보고 있습니다. 김 시장의 지나친 정치적 야망이 지역의 갈등을 초래하고 심지어 부채질하고 있는 것입니다."

- 군포비리대책위가 결성 초기부터 삐꺽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군포 경실련은 결성식을 앞두고 군포비리대책위에서 빠져나갔고, 상임대표였던 군포YMCA 이사장은 돌연 사퇴했습니다. 결성식 이후에는 일부 참여 단체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지방권력이 군포비리대책위를 무력화시키려고 작업을 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싸움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시민운동은 부패세력과 싸워야 더 튼튼해지고 지지받는 운동입니다. 싸움이 본격화되고 투쟁력이 상승하면 내부의 갈등은 해소될 것입니다."

-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검찰에 비리 공무원과 업자의 처벌을 요구할 것입니다. 아울러 감사원 감사청구와 비리보조금 환수를 위한 주민소송제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상철 상임고문은 CEO 출신의 시민운동가. 20대부터 50대 후반까지는 재벌그룹의 전무이사와 중소기업체 CEO를 지내다 사학비리를 목격하고 부패청산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이 상임고문은 '참여연대' 창립 멤버이자 1호 평생회원으로 참여연대 시민로비단장과 운영위원을 지냈으며,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과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고문 등을 맡고 있다.


태그:#김윤주 군포시장, #군포시 비리진상규명, #이상철 상임고문, #지방권력, #지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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