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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하는 것은 뭐든 관여하는 둘째 아이 하지만 전형적인 개구쟁이인 둘째는 결국 엄마 말을 듣지 않고 엄청 큰 댓가를 치르고 말았다.
▲ 사이좋은 오누이 그러나 전형적인 개구쟁이 오누이 누나가 하는 것은 뭐든 관여하는 둘째 아이 하지만 전형적인 개구쟁이인 둘째는 결국 엄마 말을 듣지 않고 엄청 큰 댓가를 치르고 말았다.
ⓒ 노봉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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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참 많다. 오죽하면 '미운 세 살,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며 '자식이 아니라 원수'라는 말까지 할까? 그러나 혹여 아이들이 잘못되거나 아파하면 그 고통을 아이들이 아닌 자신에게 달라고 하는 것 또한 부모 마음이 아닐까?

점심시간 중에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기 위해 SNS를 뒤적거리다가 아내가 '카카오스토리'에 써 놓은 글을 보고 잠깐 고민에 빠졌다. 아내의 글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과 글 속에 있는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져야 하는데, 이 글을 보니 왠지 웃음이 나온다.

"난 계모인가? 아이들이 다쳐서 우는데... 0.1초 잠깐 속상하다가 결국은 "쌤통이다" 하고 아이들에게 약을 올렸다. 나 계모 맞나 봐! 분명, 배 아파서 애 낳은 기억이 나는데... 왜 아이들 고통이 이처럼 재미있는 걸까?"

아무래도 상황이 와 닿지 않았다. 결국, 궁금함을 이겨내지 못했던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아내는 웃으면서 퇴근 후에 집에서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궁금증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내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는 것은 "큰일은 아니구나!" 하며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내는 왜 자신을 계모라고 표현했을까?' 아내의 글 속에 있는 궁금증은 오후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퇴근 시간. 서둘러 퇴근길을 재촉했고,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큰아이와 둘째 아이는 엄마와 함께 다정하게 저녁 간식을 먹으며 여느 때처럼 퇴근하는 아빠를 향해 "안녕히 다녀오셨어요?"라는 말과 함께 다정하게 뛰어오며 안겼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사이 아내에게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던 글에 대한 자초지종을 들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목욕탕에서 물놀이하던 둘째아이가 샤워기 가지고 노는 것이 걱정되어 아내는 "샤워기 가지고 놀면 위험하니까, 그냥 놀라"고 계속해서 말했지만, 물이 나오는 샤워기가 마냥 신기했던 둘째아이는 샤워기를 이리저리 돌리며 놀았단다.

그러다 엄마의 말을 무시했던 둘째 아이는 스프링형으로 되어있는 샤워기에 남자의 생명과도 같은 그곳이 줄에 '찝'히고 말았다. 남자만이 알 수 있는 이 고통을 당연히 모르는 아내는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애처롭기는 했지만, 그 모습과 상황에 너무 웃음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를 달래며, 엄마의 경고를 무시한 죄라고 아이를 또 놀렸다고 한다.

상황을 상상해보면 아빠인 내가 아니 아빠를 떠나 남자로서 그 상황은 정말 고통스러웠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고통을 알 수 없는 아내는 그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다행히 아이의 상처가 크지 않아 아내는 아이를 진정시킨 뒤 '네 고통을 무시하고 웃은 엄마를 용서해 달라'고 얘기하며 아이를 달랬다고 한다.

사실 아빠인 나도 아내의 자초지종을 들으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아이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상상은 간다. 그런 나를 보며 아내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근데 난 정말 계모가 맞나 봐요. 둘째 아이가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왜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그런데 남자들 그 상황이 되면 정말 그렇게 아파?"
"……."

아내의 마지막 질문에 "남자들에게는 말로만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이지…"라며 답해주고 싶지만, 그냥 웃었다. 아이는 엄마 말을 무시하다 결국 참기 어려운 고통을 당했고, 아내는 아이의 고통보다 그 상황에 웃음(?)을 참지 못한 죄를 저질러 그 보상으로 둘째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약속했다.

결국, 이날 일은 모자간의 쌍방과실로 웃으며 끝냈지만, 아내가 써 놓은 글속에는 진심과 웃음이 교차한다. 아이의 고통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한 자신을 '계모'라고 자책하지만, 만약 그런 상황에 내가 있었더라도 아내와 똑같이 않았을까?는 생각을 한다.


태그:#육아일기, #오누이, #쌍방과실, #계모일기, #개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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