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낙동강특위가 있었다고 해서 4대강사업을 살피고, 없었다고 해서 안하는 사안은 아니다. 경남도 차원에서 특위가 만들어지니까 참여했던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계속 숨기고 있지만, 지금 낙동강에는 재퇴적과 보 안전성 문제, 녹조 등으로 인한 수질문제 등이 발생하고, 자전거 길도 살펴봐야 하며, 보 주변 구조물 유실이 되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현장조사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다."

경상남도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18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자문기구로 만들어졌던 '낙동강특위'는 오는 8월 중순 2년간 활동을 정리하는 백서 발간을 마지막으로 해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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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16일 오전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창녕함안보 현장조사에 나선 가운데, 이미경.박수현.민홍철 의원은 환경단체와 함께 창녕함안보관리사업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박창근 교수가 입장을 밝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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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지사는 사퇴 이전에 '낙동강특위' 운영기간을 내년 6월까지로 연장하는 결정을 해놓았지만,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임채호 행정부지사는 사실상 해체를 바라고 있다.

낙동강특위는 환경·토목·수질 전문가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초 경남도는 경남도의회에서 조례를 만들어 '공식 기구'로 활동하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 다수인 경남도의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도지사 자문기구로 운영해 왔다.

낙동강특위는 이태동안 활동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창녕함안보 관리수위를 2.5m 낮추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초 한국수자원공사는 함안보의 관리수위를 7.5m로 계획했는데, 낙동강특위 위원인 박재현 교수(인제대)가 중심이 되어 지하수 상승을 지적했던 것이다. 이후 수공은 함안보 관리수위를 5m로 낮추었다.

또 국토해양부는 부산권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진양호(남강댐) 물을 가져갈 계획을 세웠다. 진주·사천·남해·하동 지역 주민들은 이에 반대했고, 낙동강특위는 남강댐 물의 부산권 공급에 반대하는 논리와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낙동강특위는 그동안 함안보와 합천보의 안전성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고, 낙동강사업 구간인 김해 한림·상동·매리지역의 폐기물 매립 사실을 찾아내기도 했다.

대안도 제시해 왔다. 낙동강특위는 부산권 식수 확보의 대안으로 낙동강 천변저류지(인공습지) 개발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현재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용역 중에 있는데, 내년 2월경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낙동강특위 위원인 박재현(인제대)·김좌관(부산가톨릭대)·박현건(경남과학기술대) 교수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창근 교수는 낙동강특위 활동을 하다 수공으로부터 고소까지 당했다. 지난 6월말 수공 정남정 4대강사업본부장이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낙동강특위가 함안보에서 부등침하·세굴현상 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자 수공은 '허위사실'이라며 고소한 것이다.

낙동강특위는 그동안 40회 이상 정식회의를 열고 현장조사도 벌여왔다. 박창근 교수는 "낙동강특위를 하면서 처음에는 공무원과 갈등을 겪었던 점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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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16일 오전 민주통합당 소속 이미경.박수현.민홍철 의원과 함께 창녕함안보 현장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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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특위 활동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일은?
"아무래도 지방정부다 보니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를 한다고 하지만 이름만 그렇다. 아직도 중앙정부에서 강력한 입김이 지방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거기에서 공무원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 만약에 국토해양부와 각을 세우는 부분이 있으면, 공무원들은 '예산을 따와야 하는데…. 그냥 넘어가자'는 반응부터 보였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예산권을 중앙정부가 다 쥐고 있으니까, 중앙정부의 결정이 비록 잘못 됐다 하더라도 지방정부에서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그런 공무원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설득을 한 게 아니다. 공무원들이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것을 특위 차원에서 발표했다고 보면 된다. 원래는 우리가 자문을 하면 경남도 차원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공무원들이 발표하는 것을 부담으로 여겼다. 그래서 특위 차원에서 계속 언론에 발표했다. 우리가 발표하고 나면 공무원들은 다른 방법으로 중앙정부와 이야기할 때 '그건 특위 의견일 뿐이다'는 식이었다."

- 공무원과 갈등을 빚은 구체적인 사례는?
"처음부터 껄끄러웠다. 우리는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치려는 입장이었고, 처음에는 경남도가 낙동강사업권을 갖고 있었다. 같이 앉아서 일을 하기가 불편했다. 그런 갈등의 최정점에 있었던 사건이 김해 매리지역의 폐기물 매립 문제였다. 오래 전 낙동강 둔치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인데, 처리 문제가 발생했다. 경남도청 공무원이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공문을 주고받은 업무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 낙동강특위는 여느 자문위원회와 다르게 활동해 온 것으로 보이는데.
"근본적으로 특위가 공무원한테는 바람직한 조직은 아니다. 여느 위원회 같으면 공무원들이 정책을 만들어 놓으면 위원들이 추인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여태까지 위원회는 과정이나 국장이 정책 설명을 하면 위원들이 박수치는 분위기였다. 아마도 낙동강특위 같은 위원회 운영도 경남도에서는 처음일 것이다. 행정기관의 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본다. 김두관 전 지사가 사퇴하면서 낙동강특위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되겠지만, 운영 모델에 대해서는 경남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모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위원회 운영에 있어서는 단체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할 거 같은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들어선 뒤, 서울시에서 위원회 구성할 때 '까칠한 사람'들을 전문가로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 김두관 전 지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거수기만 불러서 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그런 위원들을 싫어한다. 공무원들이 싫어하더라도 바른 행정을 펴기 위해서는 그런 측면이 필요한 것이다."

- 수공에서 고소를 했는데, 경찰 조사는?
"수공이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경찰조사를 한다면 성실하게 응할 것이다. 일단 문제의 핵심은 함안보가 안전하냐 안전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수공이 안전하다고 한다면 공개적으로 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안전하다고 결론이 나오면 국민들은 낙동강특위가 엉터리하고 할 것이다. 그런 좋은 방법을 두고 고소라는 형태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제 입장에서 볼 때, 역으로는 함안보의 안전성 문제를 숨기기 위한 방안이라 본다. 고소할 문제가 아니다.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게 잘 돼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문제를 제기한 전문가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공의 명예가 더 올라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