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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착한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정작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정치인에 비해 크지 않은 편입니다.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조명이 기초단체장보다는 주로 정치인에게 집중한 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구 50만 명이 넘는 수도권 기초단체장은 조 단위 예산을 집행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수도 서넛을 웃돕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365일 전국 기초단체장을 찾아가 공약 사안을 중심으로 이렇게 묻기로 했습니다. 시장(군수-구청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영어로 하면, Mayor, what matters most?, 편의상 '기초단체장 인터뷰 MWMM?'로 이름 붙였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4월 보궐선거를 통해 7년 만에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 조충훈 순천시장. 그는 민선 3기에 이어 민선 5기 순천시장이 됐다. 그는 시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취임식조차 생략한 채 현장으로 달려갔다. '건방 떠는 시장이 되기 싫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FTA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많은 이들이 한직이라고 여기던 농업기술센터소장을 국장대우로 공모했다. 파격이었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충분히 검토... 이벤트 아냐"

조충훈 시장은 "취임 이후 3개월 동안 충분히 검토했다"며 "순천만 정원박람회와 관련 더이상의 논란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충훈 시장은 "취임 이후 3개월 동안 충분히 검토했다"며 "순천만 정원박람회와 관련 더이상의 논란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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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 시장은 시장실 앞에 '만사소통'이라는 글귀를 내걸어놓고, 지위고하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순천은 특정고교 인맥으로 유명한 도시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 지역 특정 학맥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그는 출신 학교 따지지 않고 만났다. 한 순천시청 공무원은 "처음엔 다들 생색내기인 줄 알았는데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하게 들은 뒤 '이렇게 하면 되겠냐'고 다시 묻고 그렇게 집행을 하니까 다들 놀랐다"고 했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는 조충훈 순천시장을 지난 13일 만났다. 조 시장은 우선 지역 정치세력 간에 찬성·반대로 나눠 헛땀 흘리고 있던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와 관련 "취임 이후 3개월 동안 충분히 검토했다"며 "더 이상 정치논리와 이익논리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개최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조 시장은 특히 "순천만정원박람회는 단순한 행사나 이벤트가 아니다"라며 "21세기의 패러다임인 생태와 환경이라는 시대정신을 지자체가 실천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각별하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순천시를 "훼손이 아닌 보존, 개발이 아닌 자연을 생각하고 사람을 생각하는 생태·환경으로 도시경쟁력을 갖춘 미래 도시들의 롤 모델로 가꿔가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광양만권 통합 문제와 관련해서 조 시장은 "여수·순천·광양 시민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동의한다"면서도 "시민들의 정서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고 합의해야 한다"고 해 성급한 추진에는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다음은 조충훈 시장과의 일문일답.

- 민선 3기에 이어 7년 만에 민선 5기 순천시장으로 다시 복귀하셨습니다.
"제가 시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3달이 됐습니다. 취임 후 취임식도 생략하고 바로 정원박람회장 현장을 방문해 업무파악 및 공사 진행을 살피는 등 기회를 한 번 더 주신 시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동안 비장한 각오로 숨 가쁘게 뛰었습니다.

그동안 '2013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업무를 시정의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원도심과 신도심의 균형발전, FTA 대비 우리 시 농업 대응방안 등의 중요한 현안사업에도 고민하고,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정원박람회가 이제 285일 정도밖에 남지 않는 시점에서 앞으로 남은 기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정원박람회 성공 개최 여부가 달려 있는 만큼 한층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 그동안 순천만정원박람회 개최와 관련해서 극심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취임 이후 지난 3개월 동안 갈등과 논란의 원인에 대해 충분히 점검했습니다. 각 단체별 이익에 따른 논리,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억지 논리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순천만정원박람회는 단순한 행사나 이벤트가 아닙니다. 지자체가 시대정신을 실천한다는 의미가 큽니다. 우리는 산업사회가 주 패러다임인 시대를 거쳐왔습니다. 21세기의 패러다임이 무엇입니까. 생태와 환경입니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순천만 정원박람회입니다."

공무원-시민 간 소통 강조하는 조충훈 순천시장

조충훈 시장은 "순천만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순천을 생태문화 도시의 롤 모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충훈 시장은 "순천만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순천을 생태문화 도시의 롤 모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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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습니까.
"'지구의 정원 순천만(Garden of the Earth)'이란 주제로 2013년 4월 20일부터 10월 30일까지 6개월간 개최되는 녹색박람회입니다. 자연의 보고인 순천만을 항구적으로 보전함은 물론 순천이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정원박람회의 핵심 콘텐츠로는 네덜란드·중국·프랑스·미국 등 세계 10개국의 특색 있는 정원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세계 전통정원'입니다. 또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정원 디자이너인 찰스젱스가 순천의 모습을 보고 디자인한 순천만 호수, 지난해 영국 첼시플라워 쇼에서 최고상을 받은 가든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의 작품인 포시즌 가든 등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박람회장을 가로 지르는 송전철탑을 현재 예술작품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공모 중에 있는데 박람회장의 또 다른 상징적 랜드마크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원박람회장 조성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로 박람회를 알차게 채우고, 정원박람회 행사 운영 방법과 사후 활용계획을 수립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정원박람회 관련 모든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순천시민과 함께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아 정원박람회가 반드시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시장실 입구에 있는 '만사소통(萬事疏通)'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저는 갈등을 치유하고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은 '소통'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선거기간 내내 '만사소통(萬事疏通)' 슬로건을 내세웠고 취임 후에도 공무원과 시민들 사이에 소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환경미화원 직원부터 대화를 시작했는데, 직능별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우선 직원들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서로 견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지만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 보면 결론이 도출됩니다. 저는 그러면 그 결론으로 하자고 합니다. 며칠 전에 9급 공무원이 제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시장님 저랑 데이트 한 번 하시죠'라고요. 그 메일을 받고 제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조금은 노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들과 자주 공개 데이트할 생각입니다. 하하.

또 특별한 일이 아니면 각종 이익단체 직능단체 간의 대화자리에도 제가 직접 나가 듣습니다. '모든 시민이 시장이다'는 더 이상 슬로건이 아닙니다. 시민들 말씀 듣다보면 억지주장이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서로의 주장을 듣는 기회를 갖는 것이죠. 시장이 그런 첨예한 이해관계의 자리에 어느 편에 치우침이 없이 듣고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시민들께서 알아서 한 발씩 양보도 하시곤 합니다. 이게 소통의 힘이죠."

- 시장님께서는 그리는 순천은 어떤 도시입니까.
"우리 순천은 산과 바다, 강 그리고 호수가 어우러진 도시로서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농 복합도시입니다. 특히 세계 유일의 온전한 5대 연안습지이며 철새·갈대·갯벌 등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순천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잠정 등재됐고, 세계적인 관광잡지인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세 개를 받는 등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생태 관광 1번지로 인정받고 있는 우수한 생태도시죠. 자원입니다.

21세기 도시경쟁력은 생태와 문화에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순천의 미래의 롤 모델을 제시하는 생태환경 박람회로 치를 계획입니다. 훼손이 아닌 보존, 개발이 아닌 자연을 생각하고 사람을 생각하는 생태·환경이 얼마나 큰 도시경쟁력이 되는지 순천시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이는 미래 도시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롤 모델을 제시하는 중차대한 일이죠."

"순천의 생태·환경을 롤 모델로 만들 것"

조충훈 순천시장 집무실 앞에 걸린 '만사소통'이란 글귀가 인상적이다.
 조충훈 순천시장 집무실 앞에 걸린 '만사소통'이란 글귀가 인상적이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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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하자마자 농업기술센터장을 공모로 뽑았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취임해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이 농업기술센터입니다. FTA 등 시장 개방 확대로 어려워진 농업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었습니다. FTA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어 나갈 아이디어와 마인드를 가진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공모했던 것입니다."

- FTA 대응 전략 차원의 공모인사였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순천은 도시와 농촌이 양축으로 결합된 도시입니다. 농업이 무너지는 것은 순천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정부 보조금이나 나눠주는 소극적인 대책으로는 우리 순천농업을 망하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박정희의 통일벼 때문에 우리 농촌이 1차로 망했습니다. 이제 FTA로 망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가롭게 박정희 정권이 통일벼 나눠주듯 정부보조금 나눠주며 농촌을 방치해야 되겠습니까. 공격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래서 FTA에 대응해 5년간 4887억 원을 투입해 농업경쟁력을 강화하는 '희망농업·행복농촌'계획을 완성했습니다. 토론을 해 본 결과, 우리 시는 전국 2대 친환경 농업 특구이며, 전국 최고의 매실 생산단지고, 그동안 1읍면 1특품사업 육성 등 농업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지원을 해왔기에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부는 여수·순천·광양을 통합대상으로 선정했는데요.
"지방행정체제 개편위가 여수·순천·광양이 이미 하나의 경제권이며, 국가적 차원에서 통합의 필요성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보고 이번에 통합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광양만권 통합은 3개 시 시민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동의합니다. 다만, 시민들의 정서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고 합의하는 가운데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저는 광양만권 행정협의회를 중심으로 통합문제를 조금씩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무소속으로 7년 만에 다시 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 시민 여러분이 성원해주신 덕분입니다. 저는 시민 여러분께서 지난 과오와 허물을 인정하는 저의 진정성을 평가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제 첫 공약이 작은 주차장 하나 만드는 것이었듯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건방 떠는 정치인 시장'이 되지 않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다시피 취임식도 않고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현장에서 소통하고 현장에서 실행하는 시장이 되고자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제게 주어진 임기 동안 잠 한숨 안자고 일하겠다는 각오와 심정으로 근무하겠습니다. 제겐 꿈이 있습니다. 우리 순천의 생태와 환경을 21세기 롤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 생태와 환경에 우리 순천의 문화를 넣는 것입니다. 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도시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보내주신 성원에 늘 감사합니다."


태그:#조충훈, #순천시, #정원박람회, #순천만,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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