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울산 중심가에서 '문수산 개발비리 의혹 철저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 서명을 받고 있는 울산시민연대 회원들. 하지만 이 사건은 관련 공무원이 모두 무혐의 처분됐고, 중소상인을 보호하려 대형마트 허가를 반려한 북구청장은 기소됐다
 울산 중심가에서 '문수산 개발비리 의혹 철저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 서명을 받고 있는 울산시민연대 회원들. 하지만 이 사건은 관련 공무원이 모두 무혐의 처분됐고, 중소상인을 보호하려 대형마트 허가를 반려한 북구청장은 기소됐다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시민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심속 버스공영주차장. 공기가 맑고 숲이 우거져 시민의 허파로 불린 산. 이 두 곳에 어느날 지자체가 조례를 개정하더니 대단위 고층아파트가 들어섰다.

한 곳에서는 로비자금으로 수십 억 원이 나갔고, 다른 한 곳에서는 기부채납 하기로 한 수십억 원대의 땅이 기부되지 않은 채 또 다른 아파트가 들어섰다. 시민재산 수십억 원이 사라졌다면 상식적으로 누구에게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할까.

또 하나.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인 지역에서 또 다른 대형마트의 허가 신청이 들어왔다. 중소상인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었다. 허가권자인 지자체장은 중소상인 보호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사람이다. 그는 과연 대형마트 허가를 내주어야 할까.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 그를 재판에 회부해야 할까.

일반적인 상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수사 결과

앞서 열거한 세 개의 사례는 최근 울산에서 벌어진 남구 삼산동 공영주차장 아파트 허가 사건, 문수산 개발비리의혹 사건, 코스트코를 허가안한 북구청장 기소 사건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좀 다르다. 우선, 삼산동 공영주차장 허가건은 시행사로부터 로비자금 수십억 원이 나갔지만 돈을 받은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로비스트만 실형을 선고 받았고, 관련 공무원과 돈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2011년 4월 27일. 검찰은 울산 남구 삼산동 공영주차장이 아파트단지로 변하는 과정에서 로비자금 26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로비스트인 전 울산시배구협회장 C씨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기사: 울산에서 사라진 26억, 어디로 갔을까)

이후 C씨는 2005년 9월부터 2007년 10월 사이 "공무원에게 청탁해 아파트 건축 관련 도시계획시설 폐지 등 인허가를 받아 주는 대가로 로비자금 26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재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 시민단체의 항의에도 결국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다시 1년 뒤인 지난 6월 5일. 검찰은 9개월을 끌어오던 울산 문수산 개발비리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례가 개정된 후 문수산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허가 조건인 수십억 원의 기부채납 땅인 사라진 데 대해 시민단체가 줄기차게 의혹을 제기해 온 데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검찰은 "울산시 건축주택과와 도시계획과의 부서 간 협의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업무 미숙 또는 과오로 기부채납이 누락됐다"며 해당 공무원들의 무혐의를 발표했다. (관련기사: 수십억 누락이 공무원 업무미숙 탓이라니...) 결재권자였던 울산시장과 당시 도시국장(현 울주군수)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의혹을 제기했던 울산시민연대는 현재 울산시 상급단체인 행안부 감사를 요청하기 위해 시민 서명을 받고 있다. 시민연대는 이후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소해배상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 허가 안해 기소된 구청장의 진로는?

반면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허가 신청이 들어오자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허가를 반려한 북구청장은 검찰이 기소해 곧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검찰, 대형마트 허가 안 한 구청장 기소)  여기다 해당 지자체는 10억 원의 손해배상까지 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울산 북구는 현재 인구 4만5천 명당 한 개의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어 포화상태다. 이 때문에 중소상인들의 생계 대책 호소가 강했고, 북구청장은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다 오히려 직을 상실할 위기로까지 몰렸다.

북구청장의 허가 반려에 울산시 행정심사위는 직권 허가를 내줘 8월이면 또 다시 이 지역에 대형마트 하나가 더 추가될 전망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 중소상인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구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구청장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북구청장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중소상인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허가해 주지 않았다"며 "그런 이유로 기소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주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수십억 원이 상실된 사건의 수사 발표에서 모두 최선을 다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좀 다르다. 대형마트 허가 사건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태그:#울산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