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주민들이 마을을 지나는 송전탑을 반대하며 매일 공사장 입구를 막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농기계 위에 피켓을 올려놓은 모습.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주민들이 마을을 지나는 송전탑을 반대하며 매일 공사장 입구를 막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농기계 위에 피켓을 올려놓은 모습.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경남 밀양에서 고압송전탑 공사와 관련해 한전과 주민들 간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경북 청도에서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한전이 충돌하고 있다.

한국전력 대구경북지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주변에 3기의 송전탑을 설치하고 있다. 마을 주민 50여 명은 주민동의 없이 송전탑을 설치하려 한다며 지난 7월 2일부터 공사예정부지 입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환경운동가, 용역들에 폭행당해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이 용역들과의 마찰로 병원에 실려와 치료를 받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이 용역들과의 마찰로 병원에 실려와 치료를 받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13일에는 환경운동 활동가가 용역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전국장이 지역의 인터넷신문 기자와 함께 이날 오전 현장을 찾았을 때 용역직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욕을 하며 넘어뜨렸다.

정 국장은 아스팔트에 머리를 부딪혀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다. 하지만 당시 현장을 지키고 있던 청도경찰서 정보과 형사는 쓰러진 정 국장의 몸을 흔들며 "누워있지 말고 일어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이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정 국장은 "현장에 도착하자 용역 직원들이 달려와 둘러싸고 현장 진입을 막았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고 비난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발표하고 경찰을 규탄했다.

이에 대해 청도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먼저 욕을 해서 용역들이 흥분한 상태였지만 넘어질 상황은 아니었다"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용역들이 정 국장을 향해 욕을 했지만 정 국장은 전혀 욕을 하지 않았으며, 용역들이 정 국장을 밀어 넘어뜨리고 폭력을 행사하는데도 경찰은 구경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은주 부녀회장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며 수수방관했다"고 비난했다.

마을 동의 없이 송전탑 공사 강행,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폭행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마을 주민이 용역들에게 밀려 다친 손을 내보이고 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마을 주민이 용역들에게 밀려 다친 손을 내보이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용역들은 마을 주민들에게도 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마을 주민 김춘화(62)씨는 "용역들이 공사장 진입로에서 강제로 끌어내면서 폭행을 저질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며 멍이 들고 상처가 난 두 팔을 보여주었다.

지난 2일에는 주민 이차연(75)씨가 공사장 입구에서 용역들에 의해 끌려내려오다 실신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씨는 "내 평생 누구한테 싫은 소리 한 번 들어보지 않고 살았는데 늙어서 해괴한 일을 다 당한다"며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굴착기 멈추고 마을주민과 대화부터 해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마을에 송전탑 공사를 위해 논을 갈아엎고 길을 만들었다. 농민들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마을에 송전탑 공사를 위해 논을 갈아엎고 길을 만들었다. 농민들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마을 부녀회장인 이은주(45)씨는 "옛날 기우제도 지내고 했던 당산에 철탑을 세우려 하니 동네 어른들이 반대하는 것"이라며 "한전에서는 마을 보상금으로 1억7천만 원에 추가로 1억원을 더 주겠다고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송전탑 설치반대 투쟁을 하면서 올해 농사는 다 망쳤다"며 "5천평의 복숭아밭에서 매년 2~3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10분의 1도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그에 따르면 이 마을 주민 대다수가 농사를 포기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어 "평화로운 마을을 왜 전쟁터로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공사장의 굴착기를 멈추면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수차례 대화를 제의하고 공사현황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했으나 주민들이 듣지 않고 있다"며 "언제든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태그:#송전탑, #각북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