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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편향' 논란이 있었던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2일 국회에서 열렸다. 청문위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김 후보자의 종교 관련 발언이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과 부산저축은행 관련 판결을 들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청문회의 첫 번째 키워드는 '종교'였다. 청문회에 앞서 김 후보자는 2010년 부산지역 3개 기독교 단체 합동 신년하례회에서 "부산의 성시화(도시 전체의 기독교화)를 위해 기도하며 힘써 나아가, 하나님께 영광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제20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위반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최재천 "'부산 성시화' 발언, '수도 서울 봉헌'과 무엇이 다른가"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개인의 신념은 철저히 존중하지만, 그 발언이 재판에 영향을 주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종교적 차별을 줄 수 있다는 기우를 줘선 안 된다"며  "김 후보자의 성시화 발언과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전 서울시장의 발언이 무엇이 다르냐"고 질의했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 역시 "김 후보자는 서면질의에서 '사법부가 국민들의 오해를 피하도록 꾸준히 소통에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후보자의 (종교 관련) 발언을 보면, 국민들이 '종교적 신념을 달리하는 사람이 불리한 입장에 도달하지 않을까' 등을 걱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위원들은 30년 법관 생활 내내 부산지역에서 활동했고, 소아마비 장애를 딛고 대법관 후보에 오른 김 후보자가 사회적 약자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판결에선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도 꼬집었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9년 12월 부산저축은행 임원진의 배임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재판은 잘못된 판결"이라며 "임원진의 배임이 나중에 서민 3만 명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사건으로 발전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당시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였던 김 후보자는 친인척 명의로 편법 대출을 해주고, 현행법상 상호저축은행에 금지된 골프장 건설 사업에 불법투자한 부산저축은행 임직원의 배임 혐의를 무죄라고 선고했다. 같은 해 6월 있었던 1심에서는 배임죄가 인정됐고, 2011년 10월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1월 당시 부산 한진중공업 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 중이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서 퇴거 명령을 내리고, 하루에 100만 원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것을 언급하며 "김진숙씨가 자기 목숨을 걸고 올라갔는데 기계적으로 (법리에 맞춰 다른 노사 분규와) 똑같은 판결을 해버리면 후보자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 후보자의 제청은) 장애인, 지역법관인 점을 고려, 소수자를 배려하란 취지가 강했다"며 "어려운 사람들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했을 때만 (김 후보자가) 이 자리에 있는 것, 대법관이 되는 것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또한 "2011년 1월 6일, 사측의 김 지도위원 퇴거 신청이 있은지 하루만에 (후보자는) 사측의 이야기만 듣고 퇴거 결정을 내렸다"며 "이행강제금도 한 달이면 3천만 원인데, 그만큼 월급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물었다. 또 "판결의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대법관으로 문제 있다는 생각이 깊어진다"고 덧붙였다.

김신 후보자는 "법관이 된 이후 항상 헌법과, 법률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는 입장은 추호도 잃지 않았다"고 '종교 편향'을 부인했다. 다만 그는 "어려운 삶의 과정을 겪으면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부분이 개인 생활에 많이 드러나고, 공적 부분에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며 "여러 가지로 심려 끼쳐드리고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신 "종교 편향 논란·부산저축은행 재판 등은 죄송"
 

김 후보자는 '성시화'라는 표현에 대해 "제가 살고 있는 도시를 아름답고 깨끗하고 문제없는, 거룩한 도시로 만드는 운동으로 이해했다"며 "'어느 도시를 완전히 드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날 김 후보자는 '종교 편향' 논란을 의식한 듯 청문회 초반에 "종교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과 김진숙 지도위원 재판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면서도 법리에 맞춰 고민한 결과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먼저 "저축은행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많은 점은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 임원진이 당초 거래가격이 28억 원이었던 토지를 20일 후 47억 5천만 원에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기에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지적에는 "토지 매매가격이란 게 누가 어떤 용도로 샀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답변했다. 또 "제가 생각하는 배임죄의 '고의'부분에서 대법원과 법리에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하루에 100만 원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서는 "행위에 대한 징벌이 아니라 퇴거시키기 위한 심리적 압박 수단이었고, 피신청인(김진숙)의 형편을 감안해 회사가 신청한 150만 원보다 낮은 금액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금액이 높았다'는 지적에 대해서 김 후보자는 "김진숙씨가 (85호 크레인 위에) 오랫동안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과거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김주익씨가 농성하다가 자살한 곳이어서 혹시라도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이유 때문에 김진숙 지도위원을 빨리 내려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청문회 오후 질의 때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태그:#김신, #종교편향, #부산저축은행,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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