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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7월 11일 오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을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 중단된지 4년이 되었다. 남쪽 관광객들을 실은 버스가 분주하게 오가던 강원도 고성 남북출입사무소(CIQ) 차량 통행문이 굳게 닫혀 있다.
 지난 2008년 7월 11일 오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을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 중단된지 4년이 되었다. 남쪽 관광객들을 실은 버스가 분주하게 오가던 강원도 고성 남북출입사무소(CIQ) 차량 통행문이 굳게 닫혀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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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만 4년을 맞는다. 김대중 정부 출범에 즈음해 1998년부터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11일 남측 관광객인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함에 따라 10년 만에 중단됐다. 그로부터 금강산관광은 남·북한 모두에게 '잃어버린 4년'이었다.

북한군 초병의 총격이 고의였건 우연이었건, 출범한 지 반 년도 안된 이명박 정부가 이 사건을 계기로 금강산관광을 중단시킨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로 4년 동안이나 금강산관광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남북관계 관리의 무능력이다. 비 오듯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도 휴전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정치외교인데 이 정부의 통일부장관이 한 것은 4년 동안 무위도식하며 자리를 보전한 것뿐이었다.

북측은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미 "최고의 수준에서 (안전보장을) 담보해 준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김 위원장이 현 회장에 언급했다는 '재발 방지' 약속을 정부 당국 간에 확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정부는 관광 재개를 위해 고(故) 박왕자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보장 등 이른바 '3대 선결조건' 해결을 요구해왔다. 게다가 금강산관광 문제는 2010년 발생한 천안함-연평도 사건까지 겹쳐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상황이다.

남한 관광객 194만 명... 남·북주민의 상호 이해 증진에 기여

2008년 7월 박왕자씨 사망으로 중단되기까지, 금강산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었다(출처 : 통일부).
 2008년 7월 박왕자씨 사망으로 중단되기까지, 금강산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었다(출처 : 통일부).

그럼에도 금강산관광은 재개해야 마땅할 이유가 충분하다. 금강산관광은 분단 장벽 제거와 평화 증진의 상징이다. 금강산 지역은 군사 요충지이며 해군기지인 장전항을 포함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육로관광을 위해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개방, 동부전선에서 군사적인 대결을 완화했다.

금강산관광은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이다. 남한 관광객 194만 명이 북한 지역인 금강산을 방문해 제한적이나마 북한주민을 접촉함으로써 남·북주민의 상호 이해 증진에 기여했다. 또, 관광특구 조성으로 북한의 개방에도 기여했다.

금강산관광은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이다. 북의 자연환경과 남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하여 관광특구로 개발해 남·북은 상호 경제적 이익을 교환했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관광사업을 계기로 속초-고성 지역 숙박업체, 음식점, 주유소 등 90개 이상 업종이 활기를 띠고 관광사업에 투자한 30여개 기업들에 의한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두었다.

지난해 8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보고된 남·북경제협력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2008년 하반기~2010년)는 관광수입 감소, 투자위축 효과, 원부자재 판매 차질, 지역경제 위축, 관광수지 적자 악화 등을 포함한 직접효과만도 7억5350만 달러나 된다. 생산 유발 효과(14억7878만 달러)와 부가가치 유발효과(5억4322만 달러)를 합친 간접효과는 20억2200만 달러나 되고, 고용 유발효과는 2만여 명이다.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인해 2만 명이 넘는 실직자가 생긴 셈이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가 취한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 교역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및 신규투자 불허 등을 담은 5·24조치로 인해 남·북교역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금강산관광은 5·24조치의 하위 범주에 속한다. 또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경협을 재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5·24조치는 법이 아닌 임시 조치일 뿐, '출구전략' 마련해야

지난 2008년 7월 11일 오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을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 중단된지 4년이 되었다.
금강산 육로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붐볐던 '화진포 아산 휴게소' 넓은 주차장에는 금강산으로 관광객들을 실어 날랐던 미니버스 4대만 운행이 중단된 채 주차되어 있다. 버스에는 남측 관광객들을 태운 차량임을 알리는 깃발이 낡았지만 그대로 꽃혀 있다.
 지난 2008년 7월 11일 오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을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 중단된지 4년이 되었다. 금강산 육로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붐볐던 '화진포 아산 휴게소' 넓은 주차장에는 금강산으로 관광객들을 실어 날랐던 미니버스 4대만 운행이 중단된 채 주차되어 있다. 버스에는 남측 관광객들을 태운 차량임을 알리는 깃발이 낡았지만 그대로 꽃혀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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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5·24조치는 법이 아닌 임시 조치일 뿐이다. 1년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임시 조치가 2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북한의 관광수입 적자와 함께 관련 중소기업들과 지역경제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남·북관계의 균열을 비집고 북·중 경협이 본격화되는 국면이 전개되는 이즈음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불과 5년 동안 권력을 위임받은 이명박 정부가 5년 내내 임시 조치로 남·북관계를 억류시키는 것은 권한 남용이다.

정부로서도 이제는 5·24조치의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금강산관광 재개다. 금강산관광은 단절된 남·북관계 정상화의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다. 또 대화가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의 공간이 금강산이라는 점에서 금강산관광은 남·북대화 재개의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또 금강산관광은 설악산과 연계한 국제관광지대 개발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도 긴요하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북·중 간에 유람선을 이용한 라진선봉-금강산 국제관광이 개시되는 등 중국의 금강산관광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라선-금강산 사이 배에 의한 금강산 국제관광이 29일부터 시작되었다"면서 "관광객들은 구룡연, 만물상, 삼일포, 해금강을 비롯한 금강산의 여러 곳을 돌아보고 동해의 경치를 즐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신문들도 중국인 관광객 100여명이 지난달 29일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성 훈춘시의 취안허 통상구를 거쳐 나흘 일정의 첫 금강산 유람선 관광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강산관광의 독점 운영권을 가진 지린성 연변천우국제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바다를 건너 금강산을 관광하는 첫 노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매월 한 차례 단체 관광객을 보낼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은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의 공동 시설물이자 이산가족 상봉 장소인 온정각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고 정주영 회장의 염원으로 1998년 6월 북한(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관광총회사)과 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 추진되었다. 그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0년 동안 어렵게 구축해 온 금강산관광 인프라를 중국과 북한이 일방적으로 사용하는 형국인데 이명박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에 비유하면, 금강산관광은 재주는 현대가 넘고 돈은 되놈이 버는 사업이 되었다. 남·북 평화와 민족화해협력의 인프라가 중국-북한의 돈벌이로 이용되는 셈이다.

남측이 제시한 '3대 선결조건'과 북측의 남측 자산 몰수 및 동결 조치 해제와 같은 난제들이 쌓여 있지만, 금강산관광은 남측 정부가 재개 의지를 가진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남·북한 당국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대화에 즉각 임해야 할 것이다.


태그:#금강산관광, #현대아산, #정주영, #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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