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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다. 눈부신 여름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여름날에 많은 청년들이 도서관에서 온종일 취업준비에 매달리고 있고, 인턴이라는 명칭 하에 잡무처리를 도맡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오늘날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취업난, 과다한 등록금, 비정규직 양산 등의 문제들은 점점 더 심화되며 청년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각박한 현실에도 많은 이들이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열정으로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보여준 정치적 개혁자로서의 청년당의 활동과 최근 사회적 혁신가로 사회적 기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바로 그렇다. ODA Watch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새로운 분야로 각광받는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는 청년들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는 청년들을 둘러싼 제도와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청년들이 변화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개발협력과 관련한 다양한 영역에 참여하여 새로운 정보를 얻고 경험을 쌓는 단계를 넘어 영향력 있는 전문가로 변모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역할모델들도 있으며, 몇몇은 이미 자신이 모델이 되고 있다. 청년들이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는 분야와 형태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해외봉사단에 참여하거나 정부원조기관, 개발NGO의 인턴 혹은 직원이 되어 근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공헌팀이나 사회적 기업에서 전문적으로 국제개발협력에 관한 일을 하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해외 탐방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으며, 많은 청년들이 유학을 마치고 개발학 학위를 받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아가 몇몇 청년들은 직접 개발NGO나 국제개발협력 관련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기도 한다. 협동조합, 주민조직, 적정기술 등 다양한 주제와 관련한 국제개발협력 연구 모임 및 프로젝트가 청년들에 의해 조직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들인 정부·기업·시민사회·대학들은 재정지원·교과목 개설·행정제도적 지원·(비록 많은 경우 비정규직이지만)일자리 제공 등을 통해 다양한 기회들을 청년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약간 과장하자면 국제개발협력은 청년들의 '희망의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희망이 가득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과연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제도적 환경의 변화 속도에 비해 본질 자체에 대한 사고의 깊이는 충분하게 형성되고 있는가? 제도적 환경은 점차 다양화되면서 청년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에 반해, '왜?'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 조사는 아니지만, '왜?' 국제개발협력인가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조사가 있다. 2011년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ODA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및 국제비교'는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최근 청년들의 인식의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에 원조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세대별 답변 중 '자국의 이익추구'를 선택한 19~29세는 25.4%이며 30대는 24.3%이다. 그 다음은 18.4%가 응답한 40대이다. 반면 같은 질문의 답변 중 '도의적 책임과 의무' 에 대해서는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50대가 30.4%로 최고를 보인 반면, 20대는 21.2%로 최하위를 차지했고 30대는 24.8%가 선택했다. 이상의 설문결과를 보면 20, 30대는 국제개발협력에 있어 매우 현실적인 태도를 보인다. 실제 국제개발협력과 관련 한 면접에서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기 위해 이 분야를 택하겠다는 답변을 스스럼 없이 하는 청년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발전을 지원한다는 명분하에 공식적으로 '다른 사회와 타인의 인생에 개입하여 변화를 꾀하는' 국제개발협력의 속성에 대해 청년들은 충분히 깊은 고민을 하고 참여하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청년들이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물론 윤리적, 철학적 깊은 고민을 마친 사람만이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러한 사고가 깊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참여하는 청년들에게는 시작하는 시점에서 조금 더 깊은 차원의 성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본래의 선한 의도와는 관계없이 원조자금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개도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악역'을 맡게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장차 정부·학계·시민사회·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의 선진화된 국제개발협력을 이끌어갈 청년들이 연구·세미나·학회·연구 프로젝트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개발협력의 철학 및 윤리와 같은 근본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외부자로서의 개입의 한계와 가능성, 개도국 주민들의 대상화, 복잡한 구조적 한계를 무시한 단선적인 발전모델,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개발행위자의 역할과 범위,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책임의 범위 등은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고민해야 할 대표적인 주제들이다.   

올 여름 많은 청년들이 개도국에서 해외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각종 기관에서 인턴으로, 혹은 정부 원조기관과 개발NGO의 직원으로 국제개발협력에 새롭게 입문할 것이다. 이들에게 실무적인 기술전문가보다는 질문하는 철학자로 시작하기를 권유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ODA Watch 누리집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국제개발협력, #청년, #해외봉사, #ODA,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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