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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몸에서 분리되는 현상.'

세간에 유행하고 있는 '유체이탈'의 사전적 의미다. 이 말이 임기 8개월여를 남겨두고 있는 이명박 정권 말기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되는 상태를 일컫는 이 말의 숨겨진 뜻은 한 때 유행했던 '사오정' 시리즈와도 비슷하다. 자신과 관련된 잘못된 일을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 하거나,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엉뚱한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는 경우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최근 대통령의 황당한 발언이나 행동이 바로 '유체이탈'로 표현되곤 한다.

MB의 자화자찬 발언과 국민을 무시하는 통치행위를 빗댄 '유체이탈 화법'과 '유체이탈 정치'가 임기 말에 이르면서 부쩍 잦아지고 있다. MB의 유체이탈은 원희룡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이 공식석상에서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 개혁 요구에 딴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해서 일부에선 유체이탈 화법이란 비판을 듣고 있다"고 정조준 했다.

이러한 MB의 유체이탈은 국민과의 소통을 멀리한 채 어처구니없이 자신만의 시각을 계속 고집하며 레임덕 현상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 유체이탈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조그만 흑점도 안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1년 9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실장 주재 36차 확대비서관회의에 예고없이 방문해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1년 9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실장 주재 36차 확대비서관회의에 예고없이 방문해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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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30일,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현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이 대통령은 이 정부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MB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마자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측근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줄줄이 구속되기 시작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MB의 멘토'로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까지 사법처리됐다.

2007년 대선 캠프의 핵심 멤버였던 '6인회'도 도덕성 논란에서 비껴가진 못하고 있다. 이미 파이시티 금품수수 등 비리혐의로 구속된 최 전 방통위원장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 이어 '상왕', '만사형통', '영일대군' 등으로 통해온 MB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도 사면초가 위기에 놓였다. MB측근 비리사건 때마다 거론돼 오던 그가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상태다.

게다가 대통령 자신도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있다. 내곡동 사저 의혹과 BBK 수사 등이 특검이나 국정조사로 이어질 경우 퇴임 후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특검이 진행될 경우에도 수사에 응해야 할 처지가 됐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했던 MB정권의 말로가 불안하다. 측근과 친인척 비리의 악취가 진동하는 현실을 보면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말은 딴세상 이야기로 들린다.

[# 유체이탈②] 논·밭 쩍쩍 갈라지는데 "4대강으로 홍수·가뭄 모두 극복"

물이 바닥나서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저수지가 대한민국 가뭄의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물이 바닥나서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저수지가 대한민국 가뭄의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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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년만의 가뭄이 MB정권 말에 찾아왔다. 이 때문에 농심은 마냥 타들어 가는데 MB는 또 다시 '유체이탈 화법'으로 농심을 더욱 분노케 만들고 있다. 지난 6월 20일, 브라질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유엔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200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국내에선 엄청난 가뭄으로 논과 밭이 쩍쩍 갈라지고 있는데도 4대강 사업으로 가뭄을 극복했다는 황당한 화법으로 타는 농심을 두 번 울린 셈이다. 게다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뭄이 때 아닌 폭염 때문에 정서적으로 발생한 느낌이지 실제로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착시현상이다"라고 말해 성난 농심을 더욱 자극시켰다.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엔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이는 단순한 실수로 넘기기엔 국민 여론과 너무 동떨어진 발언들이다. 논밭이 타들어 가고 농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4대강으로 가뭄을 극복했다며 자랑하는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저수지 285곳이 완전히 말라버릴 정로로 가뭄은 극심했다.

물이 넘쳐나던 저수지는 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졌고, 논에선 제철에 모내기를 하지 못하고, 밭에선 고추와 깨를 비롯한 작물들이 메말라 비틀어져 가는 모습 앞에 농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더욱이 필요할 때 내리지 않던 비가 향후에 폭우로 집중될 전망이어서 이젠 홍수피해가 염려된다는 점이다. 그 때도 4대강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것인가? 정작 나라 상황은 모르고 외국에 나가서 치적을 자랑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거니와 서글픔을 안겨준다.

[# 유체이탈③] 한일군사정보협정 처리과정 질책?

2012년 5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2년 5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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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악수는 거듭된 악수를 낳기 마련. 독도·위안부 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위안부 소녀상 말뚝사건 등으로 일본에 대한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MB정부가 한일군사정보협정을 강행하려다 들통이 났다. 협정이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날치기 통과됐지만,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부재중이었다.

중남미 순방 중이었다고 하지만 이토록 중대 사항을 국민들 의중은 고사하고 국회에도 묻지 않고 대통령이 부재중인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니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은 아직도 한반도에서 범한 숱한 반인도적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쉬쉬하며 일본과 군사협력을 체결하려했다니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한일군사정보협정을 국무회의에 통과시켰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체결이 보류되자, 처리과정에 대해 MB가 질책을 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MB가 협정체결 처리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국회와 국민들에게 협정 내용을 소상히 공개하고 설명해서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대통령 자신은 전혀 몰랐다는 모양새다. 그토록 중대한 현안을 대통령 의중과 상관없이 비밀리에 통과시킬 리 만무한 일이다. 야당 의원들이 "뼈 속까지 친미에서, 이젠 뼈 속까지 친일인 MB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일 만도 하다.

MB정부의 이런 유체이탈적 태도는 미국과의 쇠고기협상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과 협상과정 내용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데 급급함으로써 거센 저항과 분노를 샀다.

[# 유체이탈④] 인천공항 팔아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인천공항 전경
 인천공항 전경
ⓒ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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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는 남은 임기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하다. 거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6일 '공공기관 선진화계획 추진실적 점검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면서 18대 국회에서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실패한 인천국제공항의 매각을 빠른 시일 내에 재추진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추진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시장 상황 등 여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임기 말 MB정부가 인천국제공항 매각에 저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뜻을 이루지 못한 인천공항 매각을 19대 국회에 법안을 재상정해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강행의 뜻을 밝히고 나선 데는 뭔가 석연치 않다.

지난해 9월 29일 인천공항공사 국정감사에서 국토해양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은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여야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등으로 낭비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헐값'에 매각하려고 한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당시 여당(한나라당)인 정희수 의원조차 "인천공항은 현재 성장초기단계로 매각을 서두르면 헐값매각이라는 비판과 함께 해외자본에 매각시 국부유출 의혹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7년 연속 흑자 경영을 실현하고 있으며 같은 기간 총 순익만 1조 3700억원을 내는 등 잘만 운영되고 있는데 도대체 왜 매각해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민영화가 되지 않은 지금도 인천국제공항은 싱가포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공항 서비스평가에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 연속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공기업이지만 매년 흑자를 내고 있는 건실한 세계적 수준의 공항이다. 이런 공항을 이제 8개월 남은 임기 안에 매각해서 어떻게 선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공항이 민영화될 경우 당장 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이용료는 인상될 것이 불 보듯 하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인천국제공항 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다. 이런 튼실한 공기업을 임기 반년가량 남은 MB정부가 민간기업 또는 개인에게 팔아 민영화해서 경영 내실화를 다지겠다는 뜻은 언뜻 보아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들끓는 반대 여론 때문인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일 "인천국제공항 매각을 국회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태그:#유체이탈, #MB, #4대강,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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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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