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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정권 퇴진 후 첫 대통령 선거를 치른 이집트 국민이 무함마드 무르시(61)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집트 대통령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현지시각) 대선 결선투표 결과 무슬림형제단 후보 무함마드 무르시가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이집트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치른 민주주의 대선에서 이슬람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밑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는 독재 정권에서 부역했다는 약점을 딛고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개혁을 외치는 무슬림형제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집트 민주화 혁명의 상징인 타흐리르 광장에서 반군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무르시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거리 행진을 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해 1월 '아랍의 봄'으로 불을 지핀 민주화 혁명으로 수많은 시민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은 끝에 무바라크의 30년 철권통치를 끝낸 이집트는 마침내 1년 5개월 만에 민선 대통령 선출이라는 역사적인 결실을 내놓았다.

무르시의 대변인 아흐메드 압델-아티는 "역사적인 순간의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혁명을 위해 피를 흘린 희생자들이 있어 지금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이집트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선에 섰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무르시, 학자 출신의 강경 이슬람주의자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 무르시는 카이로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공학도 출신이다. 유학을 마치고 이집트로 귀국해 자가지크대학에서 30년간 재료공학과 교수를 지낸 무르시는 80년대 무슬림형제단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해 정치 활동을 병행하다가 1995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무바라크의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판사들을 지지한 혐의로 2006년 수감되어 7개월간 복역하기도 했던 무르시는 지난해 4월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 대표를 맡았고 주로 강경 이슬람주의자의 목소리를 내왔다. 자유정의당은 애초 카이라트 알 샤테르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으나 테러지원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이유 때문에 대선 출마 자격이 박탈되자 무르시가 뒤늦게 대체 후보로 나섰다.

비록 경쟁 후보들보다 늦게 대선에 뛰어들었지만, 무르시는 이집트 최대 이슬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탄탄한 조직력과 서민층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에 올랐다.

권력 놓지 않으려는 군부와 마찰 불가피 

무슬림형제단이 무르시를 앞세워 우여곡절 끝에 대선 승리를 거뒀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난관이 만만치 않다. 무슬림형제단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군사최고위원회다. 군부는 총선에서 부정 선거가 있었다는 이유로 무슬림형제단이 장악했던 의회 해산 명령을 내리며 갈등을 불러왔다.

군부는 대선을 앞두고는 입법권과 예산권, 군통수권을 행사하는 임시헌법을 발표했고 새 헌법을 만드는 제정위원회를 구성하는 권한도 갖겠다고 나서면서 사실상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군부는 대선이 끝나면 조속히 민간 정부에 모든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여전히 정국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무슬림형제단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집트 대선이 막을 내렸지만 반군부, 반서방 성향의 무슬림형제단이 정권을 잡으면서 당분간 정국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태그:#이집트 대선, #무슬림형제단, #무함마드 무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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