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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터 개발자들 저작권 잘 지켜줘야 가능성이 있지요."

 

정부가 주최한 행사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부터 달라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저작권 정책 오픈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2 소프트웨어 저작권 상생 한마당'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교수, 변호사 등 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소프트웨어 저작권 이외에도 오픈소스, FTA등 다양한 방향으로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한 의견을 내놨다.

 

재주는 개발자가 넘고, 저작권은 정부 몫?

 

2008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지식재산권은 87.8%의 경우 발주자가, 2.6% 경우 수주기업이 갖고 있다. 공공 사업이니 발주자는 정부다. 개발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오면 정부가 그 저작권을 가져가는 모양새라는 얘기다.

 

이날 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김진형 교수는 최근 드러난 국방부의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무단 사용을 거론하며 이러한 정부의 관행이 소프트웨어 산업의 고사를 부른다고 꼬집었다. 소프트웨어를 만든 기업이 저작권을 못 가지면 기업의 개발의지가 저하될 뿐더러, 유사한 기능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도 기존 프로그램과 다르게 만들어야 하므로 사회적인 낭비라는 지적이다.

 

발제를 맡은 안효질 고려대학교 교수도 동일한 지점을 짚었다. 보통 정부와의 계약 형태가 민간끼리의 계약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공공 소프트웨어 개발 시 정부와 개발업체가 소프트웨어를 적어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윤재 삼성SDS 수석연구원은 저작권을 둘러싼 정부와 대기업 개발업체의 입장을 '갑'과 '을'의 관계로 설명했다. 계약서상 '을'인 개발업체는 '갑'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정 연구원은 "이렇다보니 개발업체는 이미 자기들이 만들어서 판 소스 코드를 다시 돈 주고 사서 쓰는 해괴망측한 상황도 종종 겪는다"고 털어놨다. 이에 김 교수는 "정부가 갑이고 을이 대기업이라고 하면 대기업 역시 중소기업에게 그보다 더한 저작권 갈취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부터 저작권 관련해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업계 전반의 관행을 고칠 수 있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저작권 교육 필요해"

 

현장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한미FTA 등으로 변화한 소프트웨어 저작권 환경을 대체로 잘 모르고 있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현숙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정책법률연구소장은 "소프트웨어 업체의 경우 실무 계약을 맺는 사람들이 법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도 당연히 정부 발주기관이 갖는 거 아니냐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이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미혜 충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한미FTA 발효 이후 저작권 환경이 변했지만 일선 개발자들은 그에 대한 의식이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위반 같은 경우 FTA 이전에는 친고죄였지만 FTA 이후 비 친고죄로 바뀌었다는 게 김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아직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저작권자가 아니더라도 아무나 신고하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며 "정부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을 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저작권 관련 개발자들의 교육이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다. 오픈소스의 특징은 사용, 복제, 배포, 수정이 자유로워 아무나 가져다 쓸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프트웨어 사용자에게 일정한 의무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오픈소스를 가져다 쓰면서 이 의무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소송 대상이 된다.

 

박순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개발자와 이용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날 포럼의 의의를 밝혔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관련 사항은 연말 즈음 정책에 반영될 예정이다.


태그:#소프트웨어,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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