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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라이터, 필드라이터, 접이식 톱
▲ 산행 비상용품 델타 라이터, 필드라이터, 접이식 톱
ⓒ 황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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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1일 경기도 포천 국망봉(1168m) 산행을 나섰던 세 형제부부 6명 중 4명이 사망했다. 오전 11시에 출발해 오후 5시에 정상에 도착했고, 하산하면서 길을 잃어 119에 구조요청을 했다. 6명의 등산객은 라이터, 랜턴, 버너, 코펠, 그 어느 것도 없었다. 구조대가 오후 9시께 도착했으나 결국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라이터가 있어서 불을 피웠다면 모두 살 수 있었을 것이다.

2009년 2월 25일 새벽에 직장 동료 2명이 설악산 산행을 나섰다가 오후 5시에 황철봉(1381m) 근처에서 조난당해 119에 신고했다. 밤에 불을 피우며 추위를 버텼다. 추운 겨울 설악산에서 침낭도 없이 이틀 밤을 지냈다. 2월 27일 정오께 구조대에 발견돼 구조됐다.

라이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생사가 갈렸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 모닥불을 피울 때 필요한 것이 라이터이다. 라이터는 불을 피우기 위한 산행 필수품이다. 불은 조난 지점을 알려주고, 몸의 체온 저하를 막아주며, 야생동물로부터 지켜준다.

산행할 때 라이터가 중요하지만 일회용 라이터는 비바람이 불고, 습도가 높으면 켜지지 않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라이터는 윈드밀 터보 라이터이다. 델타라이터와 필드라이터 2개이다.  델타 라이터는 견고하고 방수, 방풍, 가스 잔량이 확인 가능하다. 필드라이터는 고도별(0m/1500m/3000m)로 조정하게 돼 있고, 일반 불꽃과 터보 불꽃이 동시에 나온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산행할 때에 라이터를 배낭 안에 휴대하고 다닌다. 비상시를 위해서다. 라이터는 비에 젖지 않게 통 안에 보관한다. 불쏘시개로 신문지와 양초도 배낭 안에 넣어둔다.

불을 피울 때 라이터 외에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톱이다. 라이터만 있으면 나뭇가지를 태울 수 있으나 화력은 약하다. 톱이 있으면 나무를 잘라 군불을 지필 수 있고, 바람을 막을 수 있다. 나는 접이식 소형 톱을 가지고 다닌다. 너무 작은 톱은 실전에서 활용성이 떨어지고, 크고 무거운 톱은 배낭 안에 넣고 다니기에 부담스럽다. 톱이 있으면 조난 시에 창조적 대처가 가능하다. 톱을 배낭 속에 넣고 다니라고 권하고 싶다.

밤에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헤드랜턴이나 손전등이다. 당일 산행이라도 배낭 안에 넣고 다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코펠, 버너, 라면이나 수프 같은 비상식량이다. 나는 비상용으로 스노우피크 티타늄 코펠과 프리머스 스토브를 사용하고 있다. 둘 다 아주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평상시에 산행을 하면서 무거운 버너 코펠을 배낭 안에 넣고 다닐 수 없다. 옆의 동료가 저체온증으로 똑바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몸이 떨리고 헛소리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불을 피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비상식량이다. 불은 외부의 온도를 따뜻하게 하지만 따뜻한 국물은 몸 안을 따뜻하게 하고 몸을 회복시킨다. 이것이 버너 코펠을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이유다.

산행 중 길을 잃거나 발목이 다쳐서 걷지 못하게 되면 부득이하게 비박을 해야 한다. 산은 준비 없이 오르는 자에게 냉정하고 가혹하다. 산행 비상 장비를 챙기는 것은 산악인의 지혜이며, 같이 산행하고 있는 동료를 지키기 위한 산악우정이다. 당신의 배낭에는 라이터가 있는가.

덧붙이는 글 | 원드밀 터보라이터는 낚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태그:#산행조난 ,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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