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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가장 관심이 쏠리는 뉴스는 날씨예보 입니다. 비가 도대체 언제쯤 내려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평 남짓에 텃밭을 일구고 있는 관계로 타들어 가는 농작물 걱정에 하늘만 쳐다보는 농부의 모습이 바로 요즈음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수원지역 지난 한 달간 강우량 살펴보았더니

제 기억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본격적 장마철이 오기 직전인 6월 이맘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가뭄과 관련해서 입니다. 댐 수위를 나타내는 수위표를 클로즈업 시키면서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을 배경으로 '최악의 가뭄'에 농작물이 타들어간다는 뉴스입니다.

비가 한동안 내리지 않은 탓에 도심 텃밭의 농작물들은 시름시름 앓고 있었습니다.
 비가 한동안 내리지 않은 탓에 도심 텃밭의 농작물들은 시름시름 앓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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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이 같은 뉴스를 볼 수가 없는데 수리시설이 잘 갖추어진 까닭에 예전보다는 가뭄 피해를 덜 받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가 합니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비다운 비가 내린 게 한참 된 듯합니다. 도대체 비가 언제 내렸는지 조차 기억하기 힘들어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어가 살펴보았답니다.

지난 5월 달과 6월 10일 현재까지 내린 비의 양을 기상청 자료 가운데 수원지역을 기준으로 살펴보니 5월 달에 내린 비의 양은 8.2mm 6월 현재 내린 비의 양은 2.0mm에 불과합니다.

궁금한 마음에 10년 주기로 강우량을 살펴보았습니다. 10년 전인 2002년 5월 달에는 43.7mm가 내렸습니다.

또 1992년에는 122mm가 1982년에는 165.3mm가 내렸습니다. 이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2012년 가뭄은 3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인 셈입니다. 40여 일 동안 수원지역에는 10.2mm에 불과한 강우량을 기록했으니 대지가 타들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수만 평 규모 안산시 초지동 주말농장 물 때문에 몸살 앓아

안산시는 시 소유 초지동 의료단지 부지를 경작지로 개간한 후 지난 2월 시민들에게 다섯 평 단위로 이를 분양한 바 있는데 저희 가족도 이를 분양 받아 도심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제가 비가 언제쯤 올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드넓은 주말농장 곳곳에는 물 공급을 위한 대형 저수통이 놓여 있습니다. 3만 평이 넘어 보이는 주말농장 곳곳에는 눈에 들어오는 저수통만 십여 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도심농부들은 이 저수통에서 물을 받아다가 자신의 텃밭에 물을 뿌리게 되는 거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물 공급이 여의치 않습니다.

커다란 저수통에는 물은 단 한 방울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길게 놓여 있는 물을 받는 그릇들의 모습이 비가 내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커다란 저수통에는 물은 단 한 방울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길게 놓여 있는 물을 받는 그릇들의 모습이 비가 내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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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동 주말농장터 도로 건너편에는 자연 하천이 있지만 이곳에서 물을 퍼올리는게 아니고 아마도 관정을 파서 저수통에 물을 채우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5월 중순 까지만 해도 주말농장 곳곳에 놓여 있는 커다란 푸른색 저수통마다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또한 물통마다 대여섯 개씩 달려있는 꼭지만 돌리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 텃밭에 물을 뿌리는게 무척이나 쉬웠답니다. 

하지만 십 수 일 전부터 가뭄이 심해지면서 주말농장 위쪽에 놓여 있는 물통에서는 물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말농장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물을 공급하는 원수가 메말랐는지 아래쪽에 놓여있는 저수통에만 물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농작물에 물을 한 번씩 주려고 하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말농장 위쪽에 놓여 있는 저수통은 텅 비어 있는 관계로 200여 미터 아래쪽에 놓여 있는 저수통으로 물을 받으러 가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텃밭의 농작물들은 노랗게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텃밭의 농작물들은 노랗게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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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아래쪽 몇 개의 저수통에서만 물을 받을 수 있기에 물을 받기 위한 줄 또한 점점 길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저수통의 수위가 낮은 관계로 가장 밑에 있는 물 꼭지 한곳에서만 물을 받을 수 있기에 기다리는 시간도 점점 길어져 십분 이상은 기다려야만 합니다. 현재와 같이 가뭄이 심해진다면 물 받눈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습니다.

작물들은 농부의 정성으로 키워지는데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텃밭의 작물들은 시들시들합니다. 물을 머금지 못한 밭의 작물들은 노랗게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와 반해 도시 농부의 부지런한 손길을 받은 농작물은 싱그러움을 한껏 자랑하고 있습니다.

싱싱함을 자랑하는 텃밭과 그렇지 못한 텃밭의 차이는 물을 제때 공급했는지 여부입니다. 시들시들한 다른 텃밭의 농작물을 바라보노라니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도시농부들의 마음 또한 편하지는 않겠지요.

제가 가꾸고 있는 텃밭 입니다.
 제가 가꾸고 있는 텃밭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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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뜯어오는 상추 그 양이 너무나 많아

제가 분양받은 다섯 평의 텃밭에 저희 부부는 무척이나 다양한 채소를 심어 놓았답니다. 세 개의 구획으로 나누어 놓은 텃밭 한 개에는 상추, 치커리, 양상추 등 바로 뜯어 먹을 수 있는 엽채류를. 그리고 또 한곳에는 고추와 호박 그리고 남은 한 곳에는 토마토, 가지, 강남콩, 들깨 등을 심어 놓았답니다.

문제는 상추 등 엽채류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주말마다 이곳 텃밭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물을 길어다가 뿌려주고 잡초 제거와 함께 상추를 뜯는 일인데 그 양이 장난이 아닙니다. 주말마다 뜯어오는 상추의 양이 커다란 비닐 봉투 하나로 가득하니 말입니다.

제법 소담스럽게 자라난 호박잎 밑에는 애기 호박이 앙증스럽게 그 모습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제법 소담스럽게 자라난 호박잎 밑에는 애기 호박이 앙증스럽게 그 모습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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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어 오는 상추의 양 가운데 저희 네 식구가 일주일 내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해보았자 수확량의 10분의 1이 될까 말까 합니다. 이렇게 상추가 넘쳐나다 보니 매 끼니 싱싱한 상추를 식탁에 올린다지만 먹어 치우는 양은 한정돼 있고 대부분은 냉장고 야채박스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서 상추를 본격적으로 뜯어오기 시작한 지난 5월 중순부터는 주말마다 지인들을 불러서 주말텃밭 체험도 함께 하고 수확한 상추를 한 아름씩 싸주는게 주말 행사가 되다시피 했답니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주말농장의 도심 초보 농사꾼. 수확하는 상추의 양이 너무 많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과, 애타게 비가 내리기를 바라며 하늘을 쳐다보는 농부의 마음을 공감하는 소중한 체험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는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초보농사꾼, #주말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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