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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 코타로(58 '교과서네트 구마모토' 대표
 호리 코타로(58 '교과서네트 구마모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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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세력들의 압력에 구마모토현교육위원회가 굴복한 것이다."

호리 코타로(58, 구마모토 대학 교육학부 교수) '교과서네트 구마모토' 대표는 구마모토현(熊本) 교육위원회가 현립중학교 3곳에 이쿠호샤판 공민교과서 부교재를 독단으로 내려 보낸 배경은 "극우세력들의 압력에 굴복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마모토현교육위원회는 올해 구마모토 현립 중학교 3곳에 현장교사들이 주교과서로 채택하지 않은 이쿠호샤(育鵬社)판을 공민교과서 부교재로 채택해 사용하게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부교재에는 독도(獨島)를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하고 '시마네(島根) 현에 위치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영토'라고 왜곡된 주장을 담는 등 일본의 침략사를 왜곡·축소·미화하고 있다.

호리 코타로 대표는 지난 18일, 일본 구마모토현청 내에서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부교재를 채택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은 매우 치졸한 방법으로 구마모토현뿐만 아니라 구마모토시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시교육위원회에서는 현교육위원회와는 달리 두 번이나 '교육현장에 혼란을 야기, 채택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는 구마모토현교육위원회 및 구마모토현이 충남도와 29년째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지사 관여할 입장 아니라고?... 의지 있다면 사용 중지시킬 수 있다"

호리 코타로 대표는 최근 가바시마 이쿠오(蒲島 郁夫) 구마모토현지사가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교재 사용중지 요청 당부 서한에 대해 '(부교재 선정은) 독립된 교육위원회가 결정하게 한 일로 현지사가 관여할 입장이 아니다'며 거절한 데 대해서도 "의지가 있다면 부교재 사용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교육위원회와 현청은 독립기관이지만 교육장과 현교육위원을 현지사가 임명, 형식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히려 "학생들이 부담하도록 돼 있는 부교재 구입비를 세금으로 지출한 데 대한 책임이 현지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감사청구 건에 대해서는 "현교육위원회 감사위원이 보수정당 소속위원이어서 그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소송할 경우 승소를 장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쿠호샤판 부교재가 사용될 경우 싸움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날까 봐 두렵다"며 충남도민 및 한국민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주요 인터뷰 요지.

"구마모토시교육위원회는 요청받고도 두 번이나 거절했다"

일본 구마모토 현청(熊本) 현청  입구
 일본 구마모토 현청(熊本) 현청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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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네트 구마모토'에 대해 소개해 달라.
"구마모토 내 시민들이 참여해 2001년 발족했다. 일본정부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이 학교 교과서에 반영되는 것을 우려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일본 시민들에게 평화분위기를 해치는 왜곡 교과서를 학교현장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교과서를 연구 분석해 문제점을 현민들에게 알려왔다. 현교육위원회와 시정촌 교육위원회를 찾아가 후쇼샤판 및 이쿠호샤판 등 문제가 있는 교과서를 선정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 이런 활동으로 그동안 일본 내에서 특히 보수적으로 꼽히는 구마모토현에서 대표적 왜곡 교과서로 지목된 교과서가 채택률 0%를 기록했다. 때문에 구마모토 현립 중학교 3곳이 이쿠호샤판 공민교과서 부교재를 채택한데 대해 본교과서가 아닌 부교재라는 이유로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공민교과서 부교재를 선정하는 과정에 현장교사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현육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부교재를 선정해 강요한 것은 전문직인 교원의 직업상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주교재와 내용이 다른 이쿠호샤판을 부교재로 선정한 데 따른 학교현장의 혼란도 예상된다. 중학교 3곳뿐이지만 개미구멍만한 구멍이 거대한 둑을 무너지게 한다. 작은 구멍을 막지 못하면 큰 구멍이 돼 끝내 무너지게 된다.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막자는 마음으로 대응하고 있다."

- 현재 학교 부교재 선정 문제로 대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 내 지역은?
"교과서 부교재 선정으로 대응하고 있는 곳은 구마모토뿐이다. 부교재는 아니지만 왜곡 교과서 선정으로 주민감사를 청구한 곳은 에히메(愛媛)현이 있다. 오키나와현 야에야마(八重山) 지역은 교과서 문제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 활동을 해 오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회원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현재 회원은 50여 명 정도다. 하지만 이번 현교육위원회가 독단적으로 선정한 중학교 이쿠호사판 공민 교과서 부교재 선정 취소를 위한 주민감사청구에는 114명이 참여했다. 이들에게 회원이 돼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이번 일을 계기로 회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러 현안이 많아 교과서 문제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점도 어려운 점 중 하나다."

- 구마모토현에서 40년 넘게 일했던 교사도 이번처럼 현교육위원회가 현장 교사의 의견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교과서 또는 부교재를 선정한 일을 처음 접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 교육위원회가 왜 무리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나.
"구마모토현 내 유력인사들 대부분이 자민당 일원이거나 새역모(일본의 침략사를 왜곡 미화하는 교과서 집필을 주도한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를 만들어온 지하 극우 사령탑으로 알려진 일본회의(日本會義)에 속해 있다. '일본회의' 주된 방침이 이쿠호샤판이나 후쇼샤판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를 늘리는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자 현교육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현교육장이 현교육위원회에 지금과 같이 임의로 부교재를 선정해 내려 보내게 한 것이다. 아주 치졸한 방법이다. 다만 서둘러 하다 보니 법률적 하자가 있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검토를 못했던 것 같다. 덕분에 우리가 대응을 할 수 있는 틈새가 생겼다. 보수우익세력들이 구마모토현뿐 아니라 구마모토시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시교육위원회에서는 현교육위원회와는 달리 두 번이나 '학교현장에 혼란을 야기, 채택 할 수 없다. 대신 모든 교과서를 도서관에 비치하겠다'며 거절했다. 현교육위원회가 교사들과 학생들을 존중했다면 시교육위원회처럼 거절할 수 있었다."

- 이쿠호샤판 부교재가 사용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싸움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날까 두렵다. 이게 제일 무섭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 최근 가바시마 이쿠오(蒲島 郁夫) 구마모토현지사가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교재 사용중지 요청에 대한 회신을 통해 "(부교재 선정은) 독립된 교육위원회가 결정하게 한 일로 현지사가 관여할 입장이 아니다"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어떻게 보나?
"현교육위원회와 현청은 독립돼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형식적이다. 현지사가 교육장과 현교육위원을 임명하기 때문이다. 즉 현지사가 의지가 있다면 부교재 사용을 중지시킬 수 있다. 법률적 근거 없이 학생들이 부담하도록 돼 있는 부교재 구입비를 세금으로 지출한 것은 최종적으로 현지사에게 책임이 있다."

"현 감사위원회 4명 중 2명은 보수정당 소속"

지난 18일, 주민감사를 청구한 호리 코타로 대표(오른쪽, 교과서 넷 구마모토)가 현감사위원회 직원과 감사 청구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18일, 주민감사를 청구한 호리 코타로 대표(오른쪽, 교과서 넷 구마모토)가 현감사위원회 직원과 감사 청구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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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감사청구에 따른 의견진술을 통해 부교재 선정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제기했다.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번 건의 경우 현감사위원회 감사위원이 모두 4명이다. 이중 2명은 자민당과 공명당 소속 현의원이다. 감사위원들이 법률적 검토를 면밀히 하고 한국과 충남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당연히 우리 요구를 반영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정당 소속위원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소송하면 100% 승소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 교류관계에 있는 충남의 기관 및 시민단체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충남 시민단체를 비롯 충남도, 도의회, 도교육청에 감사드린다. 덕분에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01년과 2005년에도 충남도민들의 연대와 지원이 없었다면 교과서 문제를 지속해 오지 못했을 것이다.

충남 도민들 덕분에 이곳 '아소'라는 시골마을 주민들도 '교과서 때문에 한국관광객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교과서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아시아 평화를 위해 끝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교육의 문제인 만큼 충남도교육청 등 교육계에서 좀 더 적극 나서 줬으면 한다."

- 충남도민 및 한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는?
"일본의 여러 역사 및 공민교과서 내용에 관심을 가져 달라. 우리가 문제 삼고 있는 이쿠호샤판 공민교과서 부교재도 이것만 보면 문제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좋은 교과서와 비교해보면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태그:#구마모토현, #이쿠호샤, #독도영유권, #왜곡교과서,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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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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