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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곰파스의 영향으로 훼손된 계곡을 복구하기 위한 작업차량의 진입을 위해 낸 길
▲ 남한산성 계곡 복원현장 태풍 곰파스의 영향으로 훼손된 계곡을 복구하기 위한 작업차량의 진입을 위해 낸 길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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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그때 많은 피해가 있었고, 남한산성 계곡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천동에서 서문으로 이어진 계곡도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그런데 2년 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남한산성 계곡 수해복구공사가 시작되었나 봅니다.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가던 남한산성 계곡엔 굴삭기가 돌덩이를 깨뜨리는 소리가 메아리쳐 올립니다.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였겠지만, 태풍피해를 입은 지 2년이나 되어서 복구를 한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멀쩡하던 4대강도 파해치고 단시간 내에 그 많은 보를 만든 정부가 속히 복구해야 할 곳은 이제서야 복구를 시작했으니, 한편으로는 4대강 사업에 모든 중장비가 총동원되어 정작 필요한 수해복구사업은 이제사 손을 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의심도 들어갑니다.

여기저기 난도질 당한 듯하다. 태풍보다 더 심한 훼손을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남한산성 계곡 복원현장 여기저기 난도질 당한 듯하다. 태풍보다 더 심한 훼손을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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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5월 5일), 오랜만에 남한산성에 들렀다가 굉음소리와 먼지에 깜짝 놀랐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계곡엔 물이 넘쳤지만, 지금은 비가 많이 내리거나 제법 골이 깊은 계곡에서나 맑은 물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조금씩 흐르긴 하지만, 이전같지는 않습니다.

태풍 곤파스로 입은 피해는 너무 광범위했고, 곤파스가 지난 후 남한산성을 방문했을 때에 계곡 곳곳이 무너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머지않아 복구를 하겠지 생각했고, 지난해 등반을 할 때에는 신록의 나무 이파리들 때문인지 자연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역시 자연이구나 싶었지요.

자연의 색감과 이질적인 인간의 손이 닿은 자연의 색깔
▲ 남한산성 계곡 복원현장 자연의 색감과 이질적인 인간의 손이 닿은 자연의 색깔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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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으로 공사차량이 진입하기 위해 주변의 나무를 베고 만든 진입로입니다. 복구를 하긴 해야겠지만,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간 흔적보다 덜하다고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쩌란 말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자연 스스로 치유하도록 둘 수 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것입니다.

번듯하고 보기 좋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특별히 위험한 요소가 없다면 스스로 치유해갈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은 것이지요.

수해복구차량이라는 표지를 한 굴삭기가 계곡의 돌을 깨뜨리고 있다.
▲ 이질적인 풍경 수해복구차량이라는 표지를 한 굴삭기가 계곡의 돌을 깨뜨리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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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삭기가 돌을 깨뜨리는 소리는 오랜만에 쉼을 위해 자연을 찾은 이들에게 소음 그 자체였습니다. 딱따구리 소리가 들려와야 할 숲에 굴삭기의 돌 깨뜨리는 소리는 참으로 이질적으로 들여왔습니다.

저런 식으로 복원을 한다면 옛날 계곡의 모습은 기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바에는 자연 스스로 무너지고 치유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두는 것이 훨씬 자연적이지 않을까 싶더군요.

시멘트로 덧칠해진 남한산성 성곽, 그 옛날 모습이 이랬을까?
▲ 남한산성 성곽복원 시멘트로 덧칠해진 남한산성 성곽, 그 옛날 모습이 이랬을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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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서문에 올라 성곽을 따라 수어장대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성곽은 이전과 다르게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멘트로 마감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재 복원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는 안 되는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 시멘트 업자와 결탁을 해서, 시멘트 듬뿍 발라놓은 듯한 복원현장을 보면서 이렇게 복원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겉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두었다면 다 무너져버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복원이라면 차라리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무너진 성곽 그대로를 보는 것이 나을 듯했습니다.

우리 나라의 건축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화재를 복원하는 수준은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수해가 난 지 2년이나 지나서 복구를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빨리빨리 단기공사에 능하고, 4대강 공사도 밀어붙이기로 2년도 안 되어 다 완공했다고 하는 판에 느려도 보통 느린 것이 아닙니다.


태그:#남한산성, #수해복구, #문화재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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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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