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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7일 오후 9시 18분]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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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통합진보당 당선자가 운영위원회의 '사퇴 권고'를 거부했다.

7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그는 "나는 지도부의 공천이 아니라 당원들의 선택으로 비례대표에 출마한 사람"이라며 "당원이 적접 선출한 후보의 사퇴는 전체 당원의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 당원의 뜻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운영위의 권고에 따른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개인의 사퇴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내가 걸어온 30년 진보운동의 길은 개인의 출세와 입신양명과는 인연이 없다"면서도 "사퇴가 절대선이고 사퇴하지 않는 것이 절대악이라는 프레임 속에 진보정치의 소중한 가치, '이름없는 평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진보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며, 당원이 없으면 진보정치는 없다"며 '당원'만을 보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으로 집중포화를 맞은 데 대해 그는 "나는 이미 조중동 등에 의해서 '당권파'의 실세로 낙인찍혔다"라며 "조중동을 대상으로 구구히 변론할 생각 따윈 별로 없다"며 일축해 버렸다.

김재연 당선자에 이어 이석기 당선자까지 운영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통합진보당 내 갈등은 더욱 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오는 12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운영위 권고안 등에 대해 논의 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대표단 회의에서 '당원 명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 상태다. '대리 투표 및 당비 대납' 등의 행태가 반복된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진짜 당원을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비례대표 경선과 같은 선거 부정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당 내 투표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 운영위의 결정사항이었다. 비당권파에서는 이 같은 시스템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이 예고되는 지점이다.

한편, 이 당선자가 온라인 투표에서 얻은 표의 60%가 IP 중복 투표였다는 의혹이 이정희 공동대표에 의해 밝혀져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4일 오후 전국운영위원회에서 '표적 조사'에 대해 따져 물으며 "(비공개 대표단 회의에서) 특정 후보만 동일 IP를 확인했다는 보고를 받았고 전체의 60%, 6000표라고 메모해 뒀다"라며 "특정 후보는 1위 후보"라고 말했다. 이에 박무 진상조사위원은 "특정 후보와 연결해 말한 적 없다"고 했지만 이 공동대표는 재차 "박무 위원이 최다득표한 후보만 비율을 따져봤다고 보고했다, 유시민 대표께서 '이석기 후보네요'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즉, 전체 표의 60%를 IP 중복투표로 얻은 특정후보가 이석기 당선자라는 보고가 비공개 대표단 회의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공동대표는 대표단의 비공개 회의 내용까지 운영위 회의에서 공개하며 '표적 조사'를 문제 삼으려 했지만 오히려 의혹을 부추긴 셈이다. 만일 이석기 당선자의 IP 중복투표가 사실로 드러나면 당선자가 사퇴를 거부할 명분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당권파로서는 '진퇴양난'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희 공동대표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비례대표 선거 온라인 투표 전체 득표 중 동일 IP 득표율 순위'를 공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동일 IP 득표율 1위는 65.3%고 2위는 61.5%로 이석기 당선자는 2위에 해당한다. 결국 이석기 당선자가 온라인 투표에서 얻은 표의 61.5%가 IP 중복 투표였다는 것임을 명백히 한 것이다. 보도자료에는 '평균 52.07%'라는 수치도 공개됐다.

비당권파 관계자는 "모두 50% 만큼의 부정을 저질렀는데 왜 그 화살이 이석기 당선자에게만 돌아가냐는 항변"이라며 "총체적 부정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너 따위의 거취를 결정하느라 전 당원이 투표를 해요? 과대망상이죠"라며 "이석기 득표의 60%가 IP 중복투표거든요, 그런데 당원투표로 거취를 결정하겠답니다. 이번엔 100% 달성하시려나 봐요"라고 비난했다.

제19대 총선일인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종합상황실에서 조준호,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 등 지도부 및 후보, 당원들과 함께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이석기 당선자(비례 2번, 이정희 대표 뒤 양복입은 이)가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있다.
▲ 벌떡 일어나 박수치는 이석기 당선자 제19대 총선일인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종합상황실에서 조준호,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 등 지도부 및 후보, 당원들과 함께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이석기 당선자(비례 2번, 이정희 대표 뒤 양복입은 이)가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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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석기 당선자가 낸 입장문 전문

사랑하는 당원여러분,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 이석기입니다.

저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으로 인해 당 안팎에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합니다.

우리 당을 걱정하며 지난 분당사태 이후 최대 위기라고 말합니다. 당원들의 상실감과 좌절감이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걱정들을 합니다.

저는 이미 조중동 등에 의해서 '당권파'의 실세로 낙인찍혔습니다. 조중동을 대상으로 구구히 변론할 생각 따윈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당을 사랑하는 우리 당원들의 충심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만은 절박합니다.

제 개인의 사퇴는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걸어온 30년 진보운동의 길은 개인의 출세와 입신양명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대의를 위해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여기며 걸어왔기에 저는 그 어떤 직위와 자리에 결코 연연하지 않습니다.

제가 소명감을 느끼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사퇴가 절대선이고 사퇴하지 않는 것이 절대악이라는 무형의 거대한 프레임 속에서 철저히 은폐되고 배제되고 훼손된 진보정치의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노동자 농민 서민의 진보정치를 위해 온갖 불이익과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묵묵히 헌신해 온 이름 없는 평당원의 명예입니다.

아무리 가혹한 여론의 압박이 있다고 한들, 저를 지지해준 당원들의 소중한 사랑과 진실한 믿음을 훼손하고 그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벌어지는 일련의 논란 와중에 제가 생각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는, 당을 진실로 사랑하는 우리 당원의 명예와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보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며, 당원이 없으면 진보정치는 없습니다.

저는 지도부의 공천이 아니라 당원들의 선택으로 비례대표에 출마한 사람입니다.
당원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당원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당원이 직접 선출한 후보의 사퇴는 전체 당원의 손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당원총투표를 당 지도부에 요청 드립니다.
당원의 뜻을 물어주십시오. 당원이 결정하게 해주십시오.
당원의 뜻과 결정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당원들 속에 들어가 당원들의 힘과 지혜에 의거하여 당원들과 함께 난관과 위기를 헤쳐온 것이 우리가 걸어온 진보정당의 역사였습니다. 저는, 지난 역사의 교훈대로 지금의 논란 역시 우리 당원의 뜻을 묻고 당원이 결정하도록 하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5월 7일
통합진보당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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