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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선진화법' 여야합의 뒤집은 새누리당...가려주기 바쁜 방송3사

 

'국회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말 바꾸기'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25일 18대 국회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취소됐다. '국회선진화법안'은 2011년 새누리당 소속 황우여 남경필 황영철 의원 등이 발의한 후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 만큼 강하게 밀어붙이던 법안이다. 그런데 17일 국회운영위원회 여야 합의 이후, 조중동 수구신문이 국회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을 거론하며 "다수당을 무력화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나서자, 23일 박근혜 위원장이 "보완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속 보이는 수정안을 잇따라 내놨다. '의안 신속처리 제도'와 '합법적 의사진행지연제도' 중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얻도록 한 내용을 '과반수' 찬성으로 바꾸는 수정안을 내놔 야당의 반발을 사고 포기하더니, 24일에는 상임위 통과 법안이 법사위에 180일 이상 지체 할 경우 여야 간사 협의만 거쳐 국회의장 판단 하에 본회의 표결에 부치자는 내용의 또다른 수정안을 들고 나왔다.

 

애초 여야는 날치기 등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제를 도입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제기한 수정안은 이런 내용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사실상 다수당 마음대로 법안을 처리 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몸싸움 방지' 조항만 합의하고, 불리한 '날치기 방지' 조항은 피하려는 오만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회 선진화를 무산 시킨 책임은 오롯이 새누리당에게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언론에서 지적해왔던 60여 건의 민생법안도 새누리당의 갑작스러운 딴죽걸기로 사장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여야는 추후 협상을 통해 몸싸움 방지법 문제가 합의되는 즉시 미처리법안에 대해 마무리한다고 했지만,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린지 불과 7일 만에 합의 처리한 법안마저 뒤집었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5월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18대 국회는 미처리 법안이 약 6800건으로 전체 발의안의 절반 수준이 폐기될 공산이 크다.

 

방송 3사는 24일 본회의 취소 소식을 전했는데, "민생 법안 외면"이라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는데 그쳤다. 정작 여야합의를 무산시켜 파행을 부른 새누리당의 문제는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

 

<여야 이견 속 무산>(KBS, 하송연)

<국회 본회의 무산>(MBC, 박성준)

<'몸싸움 방지법' 결렬..본회의 무산>(SBS, 한승희)

 

KBS <여야 이견 속 무산>은 앵커멘트부터 "여야가 이른바 국회 몸싸움 방지법을 수정할지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오늘 개최될 예정이던 본회의가 결국 취소"됐고, "산적한 민생법안들의 처리도 함께 무산됐다"며 본회의 무산의 책임이 여야 모두에 있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보도는 "여야간 쟁점은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를 통과한 국회 선진화법, 그 중에서도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온 안건이 오랫동안 계류돼 있을 경우 본회의에 회부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새로 도입하는 여부"라고 전하며 "폭력은 막아보자는 게 원안인데 그럼 또 혹시 식물 국회가 되지 않느냐 불거지니까"(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라는 인터뷰를 실었다. 새로 도입하는 조항이 '식물국회'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이어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더니 약속을 어기고 국회 선진화법 처리에 딴지를 걸고 있다며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며 "그것을 깔아 뭉개는 행태를 보이려고 하는 것은 참 이해할 수 없고"(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라는 인터뷰를 실었다. 야당이 왜 이 수정안에 반대하는지는 일절 다루지 않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즉 KBS는 새누리당이 제기한 수정안의 내용에 교묘하게 힘을 싣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는 처리되지 못한 민생법안들을 거론하며 "여야가 추후 협상을 통해 18대 국회 임기 내에 법안 처리를 마무리한다지만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MBC <국회 본회의 무산>에서도 "법사위에서 120일 이상 장기 계류된 안건에 대한 본회의 상정 처리 기준과 방법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국회 본회의 무산의 원인을 단순히 여야의 입장차 때문인 것으로 보도했다. 그리고는 여야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했는데 "몸싸움을 막아보자는 것이 원안인데, '식물국회' 우려가 있어 절충을 시도하고 있다"는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하고, "새누리당이 총선공약 사항에 대해 말을 바꾸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억지와 몽니를 부리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발언을 전했다.

 

인용한 발언 내용만 보면 새누리당은 법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충에 나선 것'인 반면,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을 비난하는데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처럼 비춰진다. 정작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의 수정안에 왜 반대하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리고는 "민생법안을 비롯 60여 안건의 18대국회내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SBS도 마찬가지였다. <'몸싸움 방지법' 결렬..본회의 무산>에서 "새누리당은 신속처리제 지정 요건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에서 과반으로 낮추고 상임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처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며 "혹시 식물국회가 되지 않느냐 이렇게 불거지니까 좀 절충을 해서 좋은 방안을 하나 만들어보려고"(황우여 원내대표)라는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를 뒤집고 변형된 직권상정제도를 만들려 한다"고 민주통합당이 반발했다며 "더 이상의 양보할 수 없다는 원내 지도부와 그런 결론을 가지고"(김진표 원내대표)라는 인터뷰를 실었다.

 

"변형된 직권상정제도"라는 언급을 넣어 KBS와 MBC보다는 민주통합당이 왜 반발하는지를 담았지만 시청자들이 이번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리고는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국회선진화법, #몸싸움 방지법, #새누리당 말 바꾸기, #방송, #양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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