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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아주 특별한 전시가 개막했습니다. 헤이리의 논밭예술학교에서는 '건강한 농부의 된장을 예술로 만나는 전시'를 열었습니다. 갤러리에 옹기가 놓이고 그 옹기 속에는 농부가 정성을 들이고 미생물이 열심히 일해서 만들어진 된장이 담겼습니다. 된장이 갤러리의 작품이 된 것입니다.

건강한 농부의 된장을 예술로 만나는 전시
 건강한 농부의 된장을 예술로 만나는 전시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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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창작행위라면 농부야말로 대지위에서 식물의 씨앗과 햇볕과 바람으로 창작을 하는 진정한 대지의 예술가이지요. 그 예술가가 오늘 제대로 갤러리에서 대접받는 날이 된 것입니다.

그 농부는 옹기뜸골의 유태영선생님과 창하된장의 이창순선생님입니다. 그리고 콩이 된장이 되도록 하는 옹기를 만드는 경홍옹기의 김진한, 김경홍 부자(父子)의 옹기들과 된장요리들을 발랄하게 관객과 만나는 접점을 만들기 위한, 쓸모없게 된 물건을 되살리는 작업을 하는 프로젝트그룹 ALD(Alien Loser Diary)의 김화용, 김나래 두 작가의 포장마차가 한 공간을 차지했습니다.

경상북도 거창에서 10년째 된장을 만들어오고 있는 우태영 선생님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100%의 무농약 콩으로 좋은 소금과 물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아울러 운용해 깊이 있는 연구의 결과들을 장에 반영합니다.

옹기뜸골의 우태영선생
 옹기뜸골의 우태영선생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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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와 이웃한 마을에서 장을 만들고 있는 이창순 선생님은 민통선 안에 위치한 청정지역 장단에서 생산된 장단콩과 3년 동안 간수를 뺀 서해안 천일염을 사용하여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창하된장의 이창순선생
 창하된장의 이창순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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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선생님은 50년 동안 옹기만을 만들어 오신 분으로 현재 여주에서 아들 김경홍과 함께 2대에 걸쳐 옹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평생 외길을 걸어오신 분의 고집으로 만들어진 옹기는 장이 만들어지는 생명의 상호작용을 돕는 기능뿐만 아니라 순수하고 소박한 아름다움까지 배어 있습니다.

김진한, 김경홍 부자의 옹기
 김진한, 김경홍 부자의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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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이래로 줄곧 우리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된장은 콩, 소금, 물이 햇빛(밝기), 햇볕(온도), 햇살(에너지)을 만나고 바람의 기운을 담아 발효라는 신비한 과정을 거쳐 새롭게 창조됩니다.

온도와 습도의 조화 속에서 진행되는 발효는 최근 800여 가지의 메주균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된장 발효는 최근 800여 가지의 메주균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된장 발효는 최근 800여 가지의 메주균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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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과 자연,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들의 아름다운 조화의 결과인 된장이라는 것을 온전하게 갤러리의 주인공으로 모신 이번전시는 '먹을거리가 하늘이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합니다.

건강한 농부의 된장을 예술로 만나는 전시
-전시명 | 건강한 농부의 된장을 예술로 만나는 전시 ('우리나라 좋은 나라' 두 번째 이야기)
-전시기간 |  2012. 4. 7(토) ~ 5. 6(일)
-전시장소 |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1652-118 논밭예술학교
-관람시간 | 11:00am - 06:00pm (주 6일, 월요일 휴관)
-문의 | 031_945_2720(윤세영 큐레이터)

[인터뷰] 미생물 농사꾼, 옹기뜸골 우태영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한 말의 장을 담겠습니다!

대처의 소금장수였던 유태영선생은 고향으로 돌아가 미생물농사에 10년째 몰입하고 있다.
 대처의 소금장수였던 유태영선생은 고향으로 돌아가 미생물농사에 10년째 몰입하고 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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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가정의 음식 맛을 좌우하는 것은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간장. 장독대를 가장 귀하게 모셔온 우리 할머님들의 삶속에서 '음식은 장맛'이라는 말로는 모두 설명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된장은 예부터 '오덕(五德)'이라 하여 그 성질을 칭송하였습니다. 다른 맛과 섞여도 제 맛을 잃지 않는 단심(丹心),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해주는 불심(佛心),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화심(和心)이 그것입니다. 된장은 이렇듯 먹거리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경남 거창에서 재래식 된장을 담고 있는 우태영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 아쉬움을 덜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선생님이 옹기뜸골이라는 상표로 된장을 만들고 있는 거창의 상천리는 2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는 촌락으로 우선생님의 안태고향(安胎故鄕)입니다.

우선생님이 2000년에 이 고향으로 돌아와 2003년부터 된장을 만들기 전까지는 소금장수였습니다. 23살에 고향을 떠나서 대구와 부산에서 소금을 만들어 팔았다. 오랫동안 소금장사였다는 말에 우선 소금에 대해 물었습니다.

"천일염이 곧 소금은 아닙니다. 천일염은 바다를 밭으로 해서 바닷물을 수분만 증발시켜 만들어집니다. 그 밭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곳으로 좋은 것도, 새로운 것도 함께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천일염에는 80여 가지의 복합물질로 이루어져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네 가지의 성분이 우리 몸에 크게 해가 됩니다. 첫째는 납이나 수은 같은 중금속류로 암을 유발합니다. 둘째는 유해가스입니다. 천일염 한 줌을 5분정도만 실내에서 볶아보면 가스 때문에 집안에 있기가 곤란할 정도입니다. 히틀러가 유대인학살에 사용한 독가스가 바로 천일염에서 축출한 황산가스입니다. 셋째가 간수입니다. 염화마그네슘이 주성분인 이 간수는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두부의 응고제로 사용하지요. 하지만 모세혈관을 막히게 할 수도 있습니다. 당뇨를 앓는 사람은 짜게 못 드시게 하는 이유이기도합니다. 넷째는 뻘입니다. 천일염의 수거시 염전의 개흙도 함께 수거가 됩니다. 심장결석의 원인이나 혈관을 막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유해한 것을 분리해 내야하는데 그 방법으로 용융법과 발효법이 있습니다. 전자는 고온으로 녹이는 것입니다. 천일염은 860℃가 녹는점이고 약 1천도에서 완전히 액체가 됩니다. 그리고 1360℃가 되면 기화가 되지요. 소금은 이런 유해성분을 제거한 것으로 태양의 열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게 소금만드는 법을 알려주신 스승님이 계신데 그 분의 말씀이 소금만으로도 좋지만 발효식으로 만들어 먹으면 더 안전하고 유익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장을 담게 된 계기입니다."

우 선생님에게 오랫동안의 소금장수생활은 좋은 장을 담는 하나의 학습기간이기도 한 셈입니다.

- 메주는 미생물의 덩어리인 거지요? 도대체 몇 가지의 균이 있나요?
"종전에는 메주균이 12-3가지 정도인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농업진흥청 산하의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의 DNA염기서열 결정법으로 분석한 결과 860여 가지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적으로 흙 1g에는 2억 마리의 균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메주는 그야말로 미생물의 집이 아니라 '미생물의 왕국'인 셈입니다. "

메주는 거대한 미생물의 왕국인 셈이다.
 메주는 거대한 미생물의 왕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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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주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말도 있어요?
"메주 발효의 대표적인 2대균은 황국균(黃麴菌)과 바실러스 서브틸러스( bacillus subtillis)균입니다. 황국균은 누룩곰팡이의 대표균이며 전분 당화력, 단백 분해력이 강한 균으로 소화제 제조에도 사용되었습니다. 바실러스 서브틸러스균은 우리 몸 장내 부패균의 활동을 억제하여 부패균이 만드는 발암물질이나 암모니아, 인돌 같은 발암 촉진 물질을 감소시킵니다. 또한 이 속의 효소가 사람 핏속의 혈전을 용해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 저는 전통주를 담는 아내를 돕다가 술을 망친경우가 있어요. 술을 담은 항아리의 온도를 체크해서 항아리를 식히라고 하고 출근을 했는데 그만 온도가 40℃가 넘어버린 거예요. 술이 쉬어서 식초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미생물을 다루는 온도는 너무도 중요하드라고요. 된장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똑 같습니다. 사람에게 유효한 균의 생육적온은 전체적으로 30~40도입니다. 저는 그 유효균의 적온에 맞추어 30도로 시작하여 40도까지 온도를 올려줍니다. 황국균은 낮은 온도가 바실러스 서브틸러스균은 높은 온도가 적온이지요. 40℃가 넘어면 장맛이 쓰게 됩니다."

- 된장과 청국장의 차이는?
"청국장은 단기 발효한 것입니다. 청국장이라는 말도 전국장(戰國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전시에 단시일 내에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한 것이지요. 된장은 사계절을 거친 것으로 계절의 기운이 들어가 있습니다."

- 그럼 된장은 장가르기를 한 다음 그해에 바로 먹는 것이 아닌 셈이네요. 그러면 계절이 기운이 빠져 있잖아요?
"한 여름 때양볕은 지나야지요. 그러니 아무리 급해도 9월이나 10월은 지나서 드셔야합니다. 발효가 진행되는 30℃는 우리나라에서 여름볕을 지나야하니까요."

- 일본된장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저도 두어 번 일본의 장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도 '타네코지'라는 토착균인 씨장의 개념이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가내수공업 형태는 무너지고 모두가 대형 공장으로 남았습니다. 일본의 키코망 간장은 세계적인 브랜드이지요. 그러나 놀란 것은 그들은 모두 콩기름을 짠, 콩 찌꺼기인 탈지대두를 쓰고 있어요."

- 우리나라에서는 탈지대두를 쓰지는 않나요?
"대량 납품을 하는 일부에서 값싼 된장을 만들면서 쓰는 경우는 있지요."

- 된장이나 간장은 천연항생제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실러스 서브서틸러스균은 고세균중의 하나입니다. 영하 40℃에서, 그리고 영상 126℃ 정도에서도 살아남는 균입니다. 그러니 냉동상태에서도, 펄펄 끓는 물속에서도 죽지 않는 불사균인 것이지요.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말의 장을 담그겠습니다. 위기의 지구에 더 유효한 것은 유효균이기 때문입니다."

된장과 옹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조화에 관한 얘기를 우태영선생님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봅니다.
▲ 된장의 덧장법과 겹장법 콩이 메주가 되고 메주가 다시 장이 된다. 단순히 콩, 소금, 물의 조합이 아니라 이들 사이에 플러스알파가 있다. 그것이 미생물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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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생을 적절하게 잘해주는 음식중의 하나가 장이다.

*장을 통해 기본 근기가 생긴 것 같다. 콩이 메주가 되고 메주가 다시 장이 된다. 단순히 콩, 소금, 물의 조합이 아니라 이들 사이에  플러스알파가 있다. 그것이 미생물이다. 그러므로 이 일은 미생물 농사다. 발효를 통한…….

*좋은 발효를 위해서는 콩은 콩대로, 소금은 소금대로, 물은 물대로, 공기는 공기대로, 햇볕은 햇볕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주변의 환경들이 잘 위치해주어야 제 맛이 날 수 있다.

*좋은 장은 보이는 요소와 보이지 않는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즉 콩, 공기, 물, 소금, 햇볕, 바람, 기공률이 높은 천연유약을 사용한 옹기, 손관리, 그리고 종자장 즉 씨장을 잘 써야한다.

*모든 발효식품에는 '씨'개념이 있다. 막걸리는 씨누룩(종국 種麴), 식초는 종초(種醋), 빵에는 마더 도우(mother dough), 심지어 유기농 거름을 만들 때도 3년 발효된 거름을 맨 밑에 남겨둔다. 그것이 곧 엄마역할을 하게 된다. 원래 왕성한 생명력을 가진 것에 그 씨를 넣으므로 맛이나 효능이 유지가 되고 개선이 된다.

*씨장을 활용하는 것에는 묵은 장과 햇장을 브랜딩한 덧장법, 소금물대신 10년 넘은 간장 자체를 넣는 겹장법이 있다.

▲ 옹기 옹기는 알을 모방해서 만든 경우다. 이것이 생명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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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는 지역에 따라, 쓰임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옹기는 알을 모방해서 만든 경우다. 이것이 생명구조이다. 이 자체가 몸이자 공간이다. 콩이나 알이나 사람의 머리나 지구 등이 둥글다. 그러나 완벽한 원이라는 것은 없다. 새집이 둥근 것은 열을 가두기 위함이다. 또한 바람의 Vortex효과 즉 회오리바람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가마솥원리와도 같다. 가마솥은 처음에 아주 센 불로, 김이나면 약불로 하듯이 장독의 원리는 가마솥에 불을 때어주는 것과 유사한 원리, 즉 약을 달이는 효과이다. 이것이 햇볕과 바람이다. 그러므로 자연계 자체가 큰 부엌이 되는 거다.

***
▲ 된장의 보관, 장고법과 음장법 음력 정월에 장을 담고 장가르기는 장을 담은 날로 부터 40일에서 60일 정도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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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쪽은 날씨가 추워서 남도보다 짜지 않은 간장이 될 수 있다.

*옹기는 기공률 때문에 발효에서는 좋지만 보존에서는 취약하기도 하다.

*염도가 올라가도 발효가 진행되면 염도가 떨어진다.

*맛있게 맵다, 는 말은 맛있게 짜지는 것이다.

*장고법(장을 보관하는 방법)은 밖에서 보관하는 양장법에 상대되는 말로 음장법이라고하는 것으로 실내에 보관하는 것이다. 가마솥의 원리에 비유한다면 양장법은 센 불이고 음장법은 약한 불로 뜸을 들이는 것과 같다.

*음력 정월에 장을 담고 장가르기는 장을 담은 날로 부터 40일에서 60일 정도가 일반적이다. 간장맛을 올리기 위해서 1년 뒤에 장가르기를 하기도 한다. 40-60일 사이는 간장과 된장이 균형을 이룬 상태이다.

*발효가 진행될 때는 가스가 배출됨으로 간혹 뚜껑을 열어주고 기공이 막히지 않도록 옹기를 닦아주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관련글 | 메주의 장관에 넋을 잃다. http://motif_1.blog.me/30012621688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된장, #옹기뜸골, #우태영, #논밭예술학교, #창하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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