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77일 옥쇄 파업의 상처를 안고 있는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더 이상 어떤 말씀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힘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 힘을 모아 국민들이 살려주세요. 집단 학살을 당한 노동자 문제를 함께 해결해 주십시오. 산다는 것이 죽는 것만큼이나 힘이듭니다. 무기력해진 우리, 다시 힘을 내고 힘을 충전해 살아가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힘을 모아 함께 해주신다면 심기일전해서 다시 싸우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4월 5일 오후 2시, 대한문에서 열린 쌍용차 스물두 번째 죽음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 김정우 지부장의 발언에는 지난 3년간 죽어간 스물두 명의 해고노동자의 아픔과 한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2010년, 어린 남매를 남겨두고 죽음을 맞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회는 비로소 2009년 쌍용자동차의 77일 옥쇄 파업과 정부가 개입해 만들어 낸 2600여 명의 대량해고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떠올렸다. 부끄러움과 함께 사회적인 각성이 일어났다.

 

정혜신 박사는 내상을 안고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쌍용차 해고가족을 위한 심리치료를 시작했고 심리치유 공간인 '와락'이 생겨났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85호 크레인에 올라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던 김진숙 지도위원을 위해 희망버스가 기획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다섯 번의 희망버스가 부산을 향하는 동안, 또다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이어졌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던 날, 19번째 죽음의 소식을 들어야 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스무 번째 죽음만은 막아보자며 영하 10도의 강추위 속에 평택 공장 앞에 '희망텐트'를 쳤다. 이후 희망뚜벅이, 희망광장 18일 노숙 투쟁이 진행됐다. 그런데도 올해만 3명이 운명했다. 지난 3월 31일, 스물두 번째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이제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없어 보였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쌍용차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사회적 관심과 연대를 호소해 왔다. 이명박 정부에도 정부가 개입해 만들어 낸 초유의 대량해고 사태와 죽음의 행렬에 대해 책임 있는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수수방관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스물두 번째 죽음을 맞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정부는 위령제를 위한  분향소 설치 원천 봉쇄와 현수막 강제 탈취 등 폭력으로 답했다.

 

위령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승철 민주노총 사무처장은 "올해 만 세 명의 해고 노동자가 사회적 타살로 죽음을 맞이했다"며 "언제까지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억울한 마음을 달래야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이 마지막 타살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쌍용차 해고 문제는 개별 실업의 문제를 넘어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사무처장은 "정부가 나서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은 끝내야 한다"고 강조햇다.

 

추모사를 한 백기완 통일문제 연구소 소장은 "쌍용차 정리해고와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저지른 살인"이라며 "국민들은 표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강실 진보연대 대표는 "죽음을 막지 못해 기자회견을 할 염치가 없다"며 "'해고는 살인'이라고 ,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고 외쳐지만 정부는 눈 하나 깜짝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 앞 서울광장서 18일이 넘도록 희망광장을 열었지만, 희망광장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죽음마다 기자회견만 할 것인가, 총선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비정규직 문제. 정리해고 문제 해결할 사람에게 표를 주자"며 "이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 국민들이 나서 다음 죽음을 막자"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총선유권자네트워크 '리멤버뎀'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는 "사람답게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다 외롭게 죽어 간 젊은 동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사람이 왜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왜 한사람은 한 그릇의 밥을 먹고 한 사람은 반그릇의 밥을 먹으며, 한 사람은 절반만 생각하고 똥도 절반만 누라고 강요당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지식인이 모두 함께 연대해 유가협 594명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뚫고 해결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송경동 시인은 "15번 째 쌍용차 노동자의 죽음이 사회적 각성을 가져와 한진에서는 더 이상의 죽음은 막자는 희망버스가 가능했고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려냈다"며 "희망버스는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살인 학살 정권에 끌려가야 한다면 다시 끌려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의 사업장에서 22명의 죽음이 나온 것은 전 세계에 유례없는 일"이라며 "우리 사회 곳곳에 벼랑에 선 사람들의 죽음의 행렬이 멈춰지도록 마음을 모으자"고 주장했다.

 

송 시인은 "더 이상 이 문제를 쌍용차 동지들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며 "우리 사회 모두가 이 죽음에 사회적 상주로 나서 더 이상 이런 죽음은 막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박하게 분향소를 차리고 위령제를 지내려던 계획은 경찰의 원천 봉쇄 때문에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을 포함 두 명이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 또한,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던 김소연씨는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발을 다치고 안경이 부서지는 등 상처를 입어 구급대에 호송됐다.

 


태그:#쌍차 22번째 죽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