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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공식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경기 수원을(권선) 선거구가 수원 최대 격전지로 변했다. 유력 후보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탓이다. 여기에 현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터지면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이목이 모인다.

 

수원을 선거구는 전통적인 보수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특히 전두환 정권 때부터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한차례(17대 총선)를 제외하고 모두 이들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했다.

 

그러나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외부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보수 성향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수원 4개 선거구 중 팔달을 제외한 3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낙선했다.

 

권선도 그중 한 곳이다. 당시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인 신현태(전 16대 의원) 후보가 열린우리당 정치신인 이기우 후보에게 4800여 표 차이로 패했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재선에 도전한 통합민주당 이기우(전 17대 의원) 후보가 다시 한나라당 정치신인 정미경(현재 무소속) 후보에게 2800여 표 차이로 패했다.     

 

배은희-신장용-정미경 3파전... 오차범위 치열한 접전

 

이번 총선에는 새누리당 배은희(52. 현 비례대표 의원), 민주통합당 신장용(49. 전 민주당 부대변인), 정통민주당 유근만(53. 회사원), 무소속 이종근(54.)·정미경(46. 현 지역구 의원) 후보 등 총 5명이 출마했다.

 

현재 판세는 3강 2약 구도로 새누리당이 전략공천한 배 후보와 야권연대 단일후보인 신 후보,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 후보가 선두에서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선거 구도에서는 여권표의 분산으로 야권 단일후보인 신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배은희·정미경 두 여성 의원의 격돌 탓에 신 후보가 약간 치고 나간 형국이다. <경인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신 후보 27.4%, 정 후보 26.4%, 배 후보 24.6% 순으로 나타났다. 세 후보가 오차범위에서 박빙의 승부를 겨루는 중이다.

 

이 여론조사는 수원을 지역에 사는 만19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1대1 전화면접조사로 진행됐다.(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4.4%포인트)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새누리당 배 후보와 민주당 신 후보가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왔다. <경기일보> <인천일보> <오비에스(OBS)>가 공동으로 지난달 30~31일 양일간 실시한 조사결과 지지율은 신 후보 20.5%, 배 후보 19.5%, 정 후보 14.1%였다. 신 후보와 배 후보가 불과 1%포인트 차이로 접전 중이고, 정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지난 3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수원을 선거구 중반 판세분석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은 배은희 후보의 경합우세로, 민주통합당은 신장용 후보의 우세로 각각 분류해 놨다.

 

이에 따라 남은 선거기간 동안 세 후보의 사활을 건 혈투는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현재 새누리당 배 후보는 지역발전론을, 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당 신 후보는 정권심판과 새로운 변화론을, 무소속 정 후보는 지역일꾼론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최대 현안인 수원 공군비행장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수원에 온 '용산의 딸' 배은희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겠다"

 

새누리당 배은희 후보는 서울 용산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당내 경선에서 진영 후보에게 패한 뒤 수원을에 전략공천 됐다. 지역에서는 말이 많았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내부에서조차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전략공천과 관련한 가장 큰 부작용은 지역구 의원인 정미경 후보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나타났다. 정 후보 지역구 내 박장원 수원시 의원은 정 후보와 함께 동반 탈당까지 강행했다. 당연히 지역 조직은 두 편으로 쪼개진 상태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조직 총동원령을 내리고 배 후보에 대한 총력 지원에 나서면서 배 후보는 전략공천 20여일 만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로 올라섰다.

 

배 후보는 "지역을 전혀 모르는 후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공천 직후 선거구에 내려와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이런 노력으로 지역에서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했다는 게 배 후보측의 설명이다.

 

배 후보는 지난 1일 오후, 서울과 수원 프로축구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기호 1번 배은희입니다"라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경기장을 찾은 수원 4개 선거구 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한 홍보 전략이었다.

 

배 후보는 이날 현장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의 보수 가치를 지키는 선거"라고 규정한 뒤 "새누리당 전략공천 후보로서 반드시 승리해 돌아가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지역구 의원인 정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과 관련, "아무래도 표가 갈라지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배 후보는 "주민들이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주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배 후보는 이번 총선의 지역 대표공약으로는 권선시장 활성화와 함께 소상공인 지원과 카드수수료 인하를 꼽았다. 그는 "지난 2월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데 기여했고, 이제 권선시장을 활성화해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생업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배 후보는 그러면서 "권선뿐만 아니라 수원의 가장 큰 현안인 수원공군비행장 이전 문제는 국가적 사업이기 때문에 12월 대선공약으로 추진하기 위해 수원 4개 선거구 후보들이 공통 공약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야권 단일후보 신장용, 보수 텃밭에 민주당 깃발 꽂을까

 

야권연대의 힘을 받고 있는 민주당 신장용 후보는 'MB정권 새누리당 심판'과 '새로운 권선의 변화'를 외치며 표심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달 16일 당내 경선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기우(46) 후보를 2배 이상 지지율로 꺾는 저력을 과시했다.

 

신 후보는 공천이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선거구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주민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강행군의 연속이지만 박빙의 판세 속에서 계속 뛸 수밖에 없다는 게 선거 참모들의 전언이다.

 

지난 1일 유세 현장에서 만난 신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그 여세를 몰아 12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뤄내야 국민과 수원시민에게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터지자 신 후보의 정권심판론은 더욱 불을 뿜고 있다. 

 

신 후보는 "국민은 지금 새로운 정치, 새로운 리더를 원하고 있다"면서 "이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낮은 인지도와 관련해 "정치신인으로서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지난 2010년 수원시장 선거에 예비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시민에게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신 후보는 수원비행장 이전과 소음피해 보상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그는 "수원비행장 때문에 권선구민은 소음피해는 물론 재산권, 행복추구권, 학습권 등 네 가지 피해를 당하고 있다"면서 "수원비행장을 반드시 이전시키고, 그곳에 경기남부의 최고 실리콘 밸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권선은 희망의 도시로 바뀐다"고 강조했다.

 

신 후보는 현재의 3강 구도와 관련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란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무소속 정미경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탈락 뒤 나온 후보이고, 새누리당 배은희 후보는 53년 동안 '용산의 딸'로 살아오다 수원에 처음 왔다"면서 "새누리당의 내부 분열에 따라 이뤄진 선거구도는 야권 단일후보인 내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그가 수원 권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보수 텃밭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이 '버린' 정미경, "수도권 최초 무소속 여성의원 될 것"

 

"정미경입니다. 지난 4년간 열심히 발로 뛰어 권선의 30년 숙원인 수원비상활주로 고도제한을 풀었고, 이제는 수원비행장을 이전할 땅을 찾고 있습니다. 권선구민 여러분께서 시민공천을 받은 제게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수도권 최초의 무소속 여성 국회의원이 돼 구민 여러분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지난 3일 오후, 권선구 세류동 한 마트 앞에서 열린 무소속 정미경 후보의 유세 현장. 정 후보는 절규에 가까운 유세로 지나는 시민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날 유세 현장에는 '컬투'의 개그맨 정찬우씨가 유세 지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파란색 유니폼에 운동화 차림의 정 후보는 세류동 유세가 끝나자 다시 권선동 권선종합시장으로 이동해 상가를 누볐다. 그는 상인과 손님들에게 "정미경이 왔습니다. 저 좀 일할 수 있게 여러분이 살려주세요"라며 호소했다. 그러자 "열심히 하세요.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라는 격려가 잇따랐다.

 

정 후보는 새누리당이 지역구 의원 대신 배은희 후보를 전략공천하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복수혈전'을 벼르고 있다. 그는 유세에 앞서 선거사무실로 찾아간 기자에게 강한 어조로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라며 전의를 가다듬었다.

 

수원지검 검사 출신인 정 후보는 지난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전략공천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현역 의원인 이기우 후보를 꺾고 수원 최초의 여성의원으로 당선했다. 

 

정 후보가 이번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권선의 선거 판도는 '3강구도'로 바뀌었다. 특히 지역구 현역 의원이면서, 탄탄한 조직력을 거느린 김용서 전 수원시장의 지원을 받으면서 판세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후보측 관계자는 최근 <경기일보><인천일보><오비에스(OBS)> 공동 여론조사 결과 정 후보의 지지율이 3위로 밀려난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정 후보는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서 전 수원시장도 "현재의 판세는 정 후보의 박빙 우세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은 "새누리당이 정 후보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것은 수원시민과 권선구민에 대한 배신 행위"라며 "이번 총선에서 정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 국민 무서운 줄을 알게 해주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수원비행장 이전과 광교~호매실 복선전철사업 추진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국회 국방위원으로서 수원비행장 이전 부지를 찾기 위한 국방부의 민간연구용역을 이끌어내 오는 9월 이전부지 선정결과가 나온다"면서 "수원비행장 이전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김한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4·11총선 , #수원을, #격전지, #초박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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