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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당정책정보시스템'이라는 사이트를 아는가?

며칠 전 자료조사할 일이 있어 '정당정책정보시스템'이라는 사이트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내가 조사해야 하는 것은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한 충실도를 평가하는 일이었기에 이 사이트에서 지역구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고 정해진 기준에 맞춰 평가해야 했다.

이 평가를 하면서 이러한 공약정보 사이트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그동안 이런 정보를 알지 못하고 투표를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일었다. 이 조사를 끝마치고 나 또한 내 지역구 후보들의 공약을 이곳에서 보고 투표하리라 생각했고, 오늘 그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딜레마에 빠졌다

필자도 정치적 성향이 짙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사람'을 보고 뽑겠다고 다짐했으나 어느 정도 한 쪽 당을 지지하는 치우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애초 염두에 두고 있던 A당 소속 후보자의 공약을 봐 보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목표만 있고 계획이 없다. 우리 지역을 이렇게 만들겠다는 휘황한 목표만 있지, 그것을 설정한 이유도, 할 방법도, 구체적인 기한과 지원방법조차 적혀있지 않은 사탕발림이었다.

그 후보와 반대되는 B당 후보의 공약을 봐 봤다. 우리지역의 일반적인(그동안의 선거결과를 봐서) 정치성향과 반대되는 B당에 있는 후보의 공약은 마음이 아프게도 알찼다. 우리 동네에 대한 5가지의 공약 하나하나마다 추진방법과 기한, 재원 조달방법과 공약의 당위성이 잘 설명되어 있었다. 우리 지역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공약들이었다. 이런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과 상관없이 지역을 위해 당선이 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씁쓸함을 느꼈다.

 '당'을 보지 말고 '사람'을 봐야한다

당은 개인들의 집합체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우리를 도울 순 없다. '당의 이름'을 뽑지 말고 '사람'을 뽑아야 한다. 가깝게 생각해서는 우리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우리를 위해줄 줄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나라의 정치라는 큰 시각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우리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하기에 개인의 면면을 들여봐야 한다.

현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또는 어떤 정당의 성향에 대해 무조건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정당의 이름만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이 이제 좀 바뀌었으면 한다. 매번 정권이 교체되고 여·야당이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언제 한번 비난받지 않은 정권이 있었던가?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라는 김병준 저자의 책 제목처럼, 우리에게 99% 만족을 주는 정당은 있을 수 없다.

당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해야 한다. 속해 있는 개개인이 신뢰할 만한 사람들로 구성된다면 그 집합체인 당도 당연히 더 투명하고 믿을 만한 지지당이 될 것이라 본다. 그렇기 때문에 더 믿을 만한 사람을 보고 뽑아야 하고, 그것의 기본이 바로 '공약'이다.

'공약 내세워 봤자 다 지키지도 않더라!'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키고 안 지키고를 떠나 이런 공약이라도 세세하게 방법, 이유를 정해 내세우는 사람과 '좋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뜬구름 잡는 말만 하는 사람 중에 우리는 구체적인 공약을 가진 후보를 지지해 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공약의 이행여부를 보고 4년 뒤 다시 심판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얼마 남지 않은 선거기간까지 '정당정책정보시스템'에 들어가 내 지역 후보자의 공약을 잘 살펴보자. 하겠다는 소리만 남발한 공약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생각 있는 공약인지.

공약서를 잘 살펴볼 수 있도록 조언을 하자면, 후보자의 선거공약 및 이에 대한 추진계획에 대해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제대로 게재했는지에 기준을 두고 보길 바란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 66조 2항에 나오는 집행기관 후보자의 선거공약서에 제시하도록 강제한 사항을 참조하였다.

이 글을 쓰는 도중, 인터넷 기사를 보니 안철수 교수가 경북대 강연에서 '당보다 인물'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안철수 교수는 개인의 진정성과 실행의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연에서 말했다 하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든든하기 그지없다.
공약은 취업준비생의 지원서와 같다

당신은 "회사를 최고로 만들겠습니다"라고만 써낸 지원자를 우리 회사에 취직시킬 것인가, 회사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향후 4년간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이루어 내겠다고 패기가 넘치게 작성한 지원자를 취직시킬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태그:#4.11총선, #정당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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