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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올린 기사
 지난 3월 27일 올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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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글 한 편(초등학교에서 일한 지 1년...또 잘렸습니다)이 이리도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자리에 4월 1일자로 정규직이 발령 났다고 해서 그 심정을 쓴 글이었을 뿐입니다. 4월 5일이면 일한 지 1년이 되어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던 입장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쓴 것이었지요. 어떤 사람들은 우려와 걱정을 해줬고 어떤 분들은 화를 내더군요.

어떤 분은 "일용직이고 출근 날부터 정규직이 발령 나기 전까지만 다니도록 근로계약서를 쓴 게 아니냐"면서 "그런데 왜 잘렸다는 표현을 쓰느냐"며 화를 냈고, 어떤 분은 "세상을 왜그리 삐뚤게만 보느냐"며 안쓰럽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세상을 너무 비관마라"고 걱정도 해주시고, 어떤 분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우려·걱정·비판·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세상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살듯, 생각도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 글을 보고 어떤 분은 희망을 품기도 하고 어떤 분은 절망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겪은 일들을 다른 분들이 알게 되면서 차이는 인정되고 차별은 없어지길 바랍니다. 저는 늘 그런 의미를 두고 글을 씁니다. 저는 이 지구별에 있는 생명 중에 외톨이나 업신여김 받는 생명, 무시 받는 생명, 차별받는 생명, 차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생명, 소외된 생명, 그늘진 곳에 있는 생명도 가치 있음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제가 쓴 글 때문에 유익한 날도 있었고 불이익을 받은 때도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인터넷언론이므로 글을 써 올리면 기사화되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책임이 뒤따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써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매번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갑자기 글 올리기가 겁이 납니다. 그리고 예전에 겪었던 일들도 떠오릅니다.

현대중·현대차 하청서 일하지 못하게 된 이유

생각해 보니, 저는 제가 올린 현대중공업 관련 글 때문에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 못 들어갑니다. 현대중공업은 작업 공정이 위험해 일을 하려면 사전 안전교육을 받아야 출입증이 나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은 자리를 자주 옮길 수 있습니다. 다른 업체로 옮길 때, 원래 일하던 업체에 사정을 해 출입코드를 삭제하면 됩니다. 간혹 괘씸죄에 걸린 사람은 전 회사에서 출입코드를 풀어주지 않아 1년 넘도록 다른 업체에 들어가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들이 사정을 잘 이야기하면 출입코드를 풀어줍니다. 그 이유는 중공업 업체에서 일 할 수 있는 노동자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인력을 구하는 신문들에서 현대중공업 업체 인력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볼 수 있습니다. 저도 한때 괘씸죄에 걸려 업체 이동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결국 사정을 하고 나서야, 출입코드가 풀려 다른 업체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2011년 2월 9일 올린 기사
 2011년 2월 9일 올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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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1년 2월 9일, <오마이뉴스>에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이야기를 담은 '너무 혹사당하며 일하고 있다!'란 기사를 올린 뒤 그 어느 사내 하청업체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그 글이 올라간 뒤로는 여기 저기 입사 서류를 넣어도 출입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겠는데, 우리는 쓰고 싶은데 원청에서 출입증을 발급해주지 않네요. 미안합니다."

업체 총무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 후 저는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에 일자리가 생겨도 서류를 넣지 않았습니다. <교차로>에 난 업체에 서류를 넣어도,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워크넷'이라는 취업포털과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통해서도 입사서류를 내보았으나 번번이 출입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에 다니다 정리해고를 당한 후 다른 일자리를 찾다가 현대자동차 외주 하청업체를 알게 됐습니다. 경주에 있는 업체였는데, 제가 할 일은 현대차에 파견돼 자재정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출근 첫날, 저는 서류를 가지고 공장 문 앞으로 갔습니다. 약속시간이 되니, 경주에서 담당자가 트럭을 몰고 나타났습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방문증을 받아야 하기에, 저는 그에게 서류와 주민증을 주었습니다.

"이 사람은 출입 할 수 없습니다."

경비가 제 주민증을 가지고 경비실에 들어가 검색을 한 것 같습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거기서도 전 출입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돼 있었나 봅니다. 경비 여럿이 저를 막고는 절대로 못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경주에서 온 업체 책임자는 저를 쓰겠다고 했으나 현대차 원청에서 가로막힌 겁니다.

그렇게 공장 진입을 가로막히고 나니,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더군요. 저는 2000년 7월께 현대차 울산공장 하청업체에 들어갔습니다.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뒤 저는 "불법파견이니까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며 비정규직 노조를 만드는 데 함께하고 비정규직 노조 홈페이지에 매일 실명으로 비판글을 올렸습니다.

"변창기씨 자꾸 그러면 현대차 노무관리팀에서 변창기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활동을 시작한 후 업체로부터 여러 번 그런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업체 소장 말에 따르면, 현대차에서 명예훼손성 문장이나 문구를 일일이 형광색 펜으로 표시해 두었다고 합니다.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할 테면 해보라며 계속 글을 올렸으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다시는 현대차 하청업체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글 올리는 것이 겁이 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생겼습니다. 앞서 쓴 기사에서처럼 지난 3월 말 일하던 학교를 그만둔 뒤 낙심하고 있는데, 고맙게도 학교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북구 한 초등학교에서 일용직 주무관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주었습니다. 서류를 준비하여 가져다주고 면접도 보았습니다. 학교 높으신 분들은 추천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그 학교에 다닐 수 있겠구나 생각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전에 다니던 학교 교직원께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그 학교 교장 선생님이 기사를 보았다 합니다."

제가 지난달 27일에 <오마이뉴스>에 쓴 글을 이번에 서류를 넣은 학교 교장선생님이 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전 그 글이 어떤 작용을 할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전 다만 가족의 생계와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 글을 쓴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설마, 그 글이 취업에 지장을 줄까란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면접을 본 뒤 1시간 후에 알게 됐습니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는 것을요.

"죄송합니다. 탈락됐습니다."

물론 사람을 뽑는 데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터이니, 그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떨어진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다시 백수 아빠, 백수 남편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도 현대자동차 하청업체도 또한, 학교 일용직 일자리도 얻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올리는 것이 나쁜 짓일까요? 글 올리기가 겁이 납니다.


태그:#울산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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