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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대신 사용된 서울 양천문화회관 대공연장 무대의 전자 스크린
▲ 전자 스크린 현수막 대신 사용된 서울 양천문화회관 대공연장 무대의 전자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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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광복운동사의 한복판에 의병전쟁을 거쳐 독립군과 광복군으로 이어지는 광복전쟁사가 있습니다. 또 한국 광복전쟁사의 중심에는 '대한민국광복군총사령부'와 평생을 광복투쟁에 바친 광복군총사령관 백산(白山) 지청천(池靑天) 장군이 있습니다.

지청천 장군은 광복운동사의 중심적 인물이었지만, 오랜 세월 역사의 뒤안길에 머물러 있어야 했습니다. 무려 50여 년이나. 그 세월이 너무도 길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느낀 광복 관련 단체들과 학계 인사들을 비롯한 뜻있는 인사들이 오래 전부터 백산 지청천 장군의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과 살신성인의 기상을 현창하고 기리기 위한 기념사업회 창립을 준비했습니다.

<한국광복군동지회> 김영관 회장이 무대 위에서 태극기를 받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태극기 게양 <한국광복군동지회> 김영관 회장이 무대 위에서 태극기를 받아 흔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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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해 발기추진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각 대학의 사학과 교수들과 연구기관의 석학들이 많이 참여했습니다. 독립기념관, 한국학중앙연구원, 국가보훈처, 광복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삼균학회 등과 정보 교류를 하면서 많은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2011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수차례의 심도 있는 회합을 거듭한 후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역사박물관 대회의실에서 '삼균학회'가 주관하는 '백산 지청천 장군과 한국독립전쟁'에 관한 학술대회를 성황리에 열기도 했지요.

그리고 2012년 1월에는 기념사업회 창립 행사를 위해 보훈처, YMCA, 독립기념관 관계자들과 협의를 했고, 서울 양천구청을 비롯한 전국 400여 개 기관 및 단체들에 행사에 대한 요지를 설명하고 동참의사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특히 올해 2월 10일부터 3월 10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글짓기 공모 행사를 펼쳐 지청천 장군에 대한 역사관을 알리는 전기를 마련했고, 항일운동 당시 지청천 장군이 사용했던 태극기를 50미터 대형으로 제작해 2월 24일부터 현재까지 현역 장성들과 예비역 장군들, 전국의 저명인사들과 기관 및 단체장들의 서명을 받는 행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성한 충주지씨 대종회장은 유신 시절 수도경비사령관을 지낸 윤필용 장군 휘하에서 수경사 헌병단장을 지냈던 분으로, 탤런트 심은하씨의 시아버지이기도 하다. 현재 '한성실업'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 충주지씨 중앙종친회장 축사 지성한 충주지씨 대종회장은 유신 시절 수도경비사령관을 지낸 윤필용 장군 휘하에서 수경사 헌병단장을 지냈던 분으로, 탤런트 심은하씨의 시아버지이기도 하다. 현재 '한성실업'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 지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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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5일에는 기존의 <지청천 장군과 한국독립전쟁> 자료집을 다시 발간해 배포했고, <지청천 장군과 오광선 장군> 지료책자도 새로 발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 양천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창립행사를 갖게 됐습니다.

'백산지청천장군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광복회' '한국광복군동지회' '(재) 호주 광복회'가 후원한 창립 행사는 제1부 공식행사, 제2부 시상식 및 축하행사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양회합창단'의 <독립군가>도 들을 수 있었고, '법률TV방송사'에서 제작한 <지청천 장군 일대기> 15분 영상물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독립'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옳은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이라는 말 대신 '광복'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광복군총사령관 지청천 장군을 기리기 위한 행사에서도 '독립'이라는 용어가 쉽게 쓰이는 현상에서 적이 아쉬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또 50미터 대형 태극기에 새겨진 각계각층 인사들의 서명과 짧은 글들 가운데서, '종북세력'이니, '좌파세력'이니 하는 말들을 보며 깊은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에 연유해 친일파들의 철옹성 같은 것도 느끼는 기분이었습니다.

작자 미상의 '독립군가'를 부르고 있는 '선양회합창단'의 연주 모습
▲ 독립군가 합창 작자 미상의 '독립군가'를 부르고 있는 '선양회합창단'의 연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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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친일파들의 후예들인 '뉴라이트'가 크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때입니다. 이런 모순의 계절에 매우 늦게나마 '대한민국광복군총사령관 지청천 장군 기념사업회'가 출범하게 된 것을 크게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광복투사를 기리는 일에도 뉴라이트의 음영이 어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식할 수 없었던 거지요.

나는 이날의 창립행사에서 지청천 장군에 관한 시를 낭송할 수 있었습니다. 주최 측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시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통보된 프로그램을 보니 1부 공식행사가 아닌 2부 축하행사 속에 '시낭송'이 있어서 옳지 않음을 지적했지요. 그랬더니 1부 공식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조정이 돼 1부 공식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연유인지 창립행사 팸플릿에 수록되지 않은 그 시를 <오마이뉴스>에 소개합니다.

제1부 공식행사의 마지막 순서를 내 시낭송으로 장식했다.
▲ 추모헌시 낭송 제1부 공식행사의 마지막 순서를 내 시낭송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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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헌시] 오, 저 높푸른 하늘의 오색 민족혼이여!


오, 저 높푸른 하늘의 오색 민족혼이여!
― 민족의 사표 백산 지청천(池靑天) 장군을 기리며

19세기 말 여명 속에 태어나
20세기 초 개화의 둔덕 위에서 세상을 안았으되
섬나라 왜구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뼈아픈 수모 속에서 
민족혼의 길을 찾아
온갖 풍상의 길로 나아간 임이시여!

왜구에게 병탄되던 암흑 속의
2천 만 겨레 중에서
나라를 잃게 된 상황을 직시하고
울분과 통한을 가슴에 품었던 백성은
고작 5%에 머물렀던 시절

8·15 해방 당시
상해임시정부와 광복군, 그 밖의 어떤 형태로든
조국 광복운동에 투신했던 이들은
고작 6천 명이었던 스산한 상황

오로지 출세와 영달을 목표로
일본 육사에 진학한 수재들 거의 모두가
광복군 토벌에 앞장서고
광복된 조국에서도 출세가도를 달리다가
군사독재정권을 수립하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던 나라

그토록 퇴락한 민족정기를 돌아볼수록
푸른 하늘에 오색무지개처럼 피어난
지청천 장군의 민족혼 앞에서
천만다행의 심정이 무놀지노니   
정녕 오늘의 우리 모두에게
값진 사표가 아니신가!

여덟 살 어린 아들이
일본인에게서 30전 동전을 받아오자
불로소득은 떳떳하지 못하며
더욱이 남의 나라를 침노하는 천한 일본인의 돈은
절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며
엄히 꾸짖었던 어머니의 성품은
오늘을 사는 모든 어머니들에게
명명한 거울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눈발 휘날리던 만주 벌판
외롭고 울울한 삼림 속에서
혹한과 피비린내를 벗 삼고
생사의 기로 속에서 만난고초를 겪어내며
한국광복군의 위용을 세계만방에 떨쳤으나
광복군 사령관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광복된 조국의 땅을 밟아야 했던 장군

그 통한을 가슴에 안고
조국의 바른 건설을 위해 분골쇄신하였으나
바르게 서지 못한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광복을 위해 산화해간 동지들에게
면목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70세에 이승을 하직하신 장군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르고 있는 때
지청천 장군의 얼과 삶을 투시하고
민족정기의 이정표를 제시하려는
뜨거운 양심과 이성의 눈들이 오늘
지청천 장군을 기리는 일들을 전개하노니
또 하나의 값진 역사창조의 여울짐이여!

이는 오로지 장군의 얼을 본받아
민족정기를 세우고 조국의 바른 길을 모색하려 함일지니
푸른 하늘 드높이 맑은 서광을 펼치며
오색무지개 같은 민족혼의 불빛을 가슴에 안고
지청천 장군이시여,
오늘 저 백두산 천지를 차고 오르는 용처럼
장엄히 부활하소서! 
부활하여 용약하소서!

* 2012년 3월, 시인·소설가 지요하(池耀夏) 헌송



태그:#지청천 장군, #대한민국광복군, #광복군총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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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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