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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뉴타운 수습대책 설명회을 열고 뉴타운 문제에 대해 "원인 제공자인 서울시, 자치구, 정부, 정치권 건설사, 시행사, 조합 등이 공동책임자로서 시민들께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문제 수습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뉴타운 수습대책 설명회을 열고 뉴타운 문제에 대해 "원인 제공자인 서울시, 자치구, 정부, 정치권 건설사, 시행사, 조합 등이 공동책임자로서 시민들께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문제 수습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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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시장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시민들이 가장 큰 기대를 보인 것은 공공임대주택 8만 호였다. 또 전임자, 즉 오세훈 전 시장의 정책 중 계승해야 될 일을 물었더니 시프트(장기전세임대주택)였다.

얼마 전 KBS 뉴스가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역시 부동산과 주택 분야가 첫 번째였다. 멈추지 않는 전세금 상승, 급격한 월세 전환에 지친 서민들로서는 당연한 대답일지도 모른다. 부동산에 가계자산의 80%가 묶여 있고, 지난 10년간의 급등기에 무리하게 집을 구입한 사람들의 고통이 커져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가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4ㆍ11 총선 공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무한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가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4ㆍ11 총선 공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무한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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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의 부동산, 주택 공약은 2008년 총선과 정반대로 변해버렸다. 당시를 기억하겠지만, 거의 모든 후보들이 뉴타운을 공약했고 또 거창한 개발계획을 내놓기에 바빴다. 심지어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시장과 친하며, 이미 약속이 다 되었다"고 과장 광고하기에 급급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그런 일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자기는 아닌 척 시치미를 떼고 있다. 그렇게 자랑했던 뉴타운 공약이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일부 중지될 수 있다는데도 말이 없다. 강남권에나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취지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을 뿐 다른 곳들은 모두 잠잠하다.

대신 주거복지 공약이 대세다. 주요 정당의 분위기를 들어보면,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주택바우처를 도입하며 전월세 상한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새누리당도 예외는 아니다. 바람직한 변화이기는 하나 걱정되는 점이 제법 있다. 19대 총선에서 짚어볼 부동산, 주택공약을 생각해 보자.

지금 가장 절박한 건, 뉴타운 출구 전략

무엇보다 뉴타운 출구 전략에 성공해야 한다. 서울시민 약 10%가 생활하는 곳을 불과 4년 만에 철거하고 아파트로 바꾸려던 구상은 애초 불가능했다. 부동산 거품의 극성기에, 그것도 정치적 목적으로 주민들을 부추겨서 지정한 뉴타운 사업은 사실 환상이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중단할 수 있는 게 다행인 곳이 많다.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으면 사업이 안 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뉴타운 성공시키려고 집값을 더 올릴 것인가? 당연히 상당수가 사업추진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고, 이에 지난해 연말 여야가 합의해서 이른바 출구전략을 법에 반영했다.

박원순 시장은 잘 진행되는 뉴타운 사업을 중단키로 한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는 상황에서 수습에 나선 것이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들이 원인 제공자는 가만히 두고 사태 수습에 나선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걱정은 중단한 이후의 일이다. 그냥 두면, 불편한 생활환경이 방치되거나 지역에 따라서는 마구잡이 개발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대안이 필요하다. 법에서는 주거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토록 해 두었으나 그 내용은 아직 없다. 방법론도 문제지만, 더 큰 일은 여기에 소요될 재원이다. 서울시도 중단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는 재원대책까지는 마련하지 못했다.

이번 총선과정에서 이 문제가 본격 논의되어야 한다. 그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몫과 역할이 있다. 서울시를 포함한 지방정부들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춘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이제 남 탓할 여유가 없다. 여든 야든, 보수든 진보든, 당면한 서민들의 생활공간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다.

주거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사진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2단지 상가 부동산.
 사진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2단지 상가 부동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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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에는 전체 가구의 4.5%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 지금 짓고 있는 물량까지 합하면 6%가 넘는다. 과거에 비하면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지만, 유럽의 복지선진국들이 10~20% 정도 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부족하다. 그래서 이 대목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듯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전체 주택의 12%(가구 기준으로 10%)를 목표로 세웠는데, 현 정부나 새누리당도 이 목표에는 동의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물론 더 나가서 20%까지 목표로 삼지만, 이번에 야권의 정책합의에 따르면 차기 정부 기간 동안 10%를 목표로 정했다. 박원순 시장도 3년간 8만 호를 약속해서, 조만간 주택 재고의 7%를 달성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임대료 보조 차원에서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정당에 관계없이 공감하는 듯하다. 사실 재정경제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고, 국토해양부는 공공임대주택 물량확보가 우선이라고 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당면한 전월세 문제에 뭔가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강하다.

더 나아가 야권은 이미 당론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요구하고 있고, 여당도 제한적인 상한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정부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이렇게 주거복지정책은 여야에 관계없이 경쟁적으로 강한 대책을 내놓는 분위기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LH 공사는 빚더미에 앉아 더 이상 지을 여력이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동안 LH 공사는 부동산 경기에 편승한 개발이익과 국민주택기금 융자로 100만 호에 이르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이제 둘 다 불가능하게 되었다. 정치권은 재정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땅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기존 시가지의 민간주택을 활용하는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된다. 몇 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보다 더 큰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주택바우처는 지금도 절실하다. 서울 고시원 거주자가 15만 명에 이르고, 변두리 원룸도 한 달에 30~40만 원을 내야 하는 현실에서 월세 보조는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누가, 얼마에 세를 놓고 있는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또한 지역별로 적정 임대료가 얼마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임대료 보조제도를 실시하면 결국 엉뚱한 사람만 득을 볼 공산이 크다. 임대료 보조제도는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살지 않는 임대용 주택'을 모두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 임대차 등록제도 없이 주택바우처를 실시한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정치권은 임대차 등록이 가져올 정치적 득실 때문에 애써 외면하는 중이다. 전월세 상한제 역시 비슷한 문제다. 등록제가 선행되지 않은 상한제는 실행력이 매우 떨어진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역시 등록제 없이 실행력 있는 상한제 내지 임대차 규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전면적인 등록제를 즉각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기대한다.

주거복지, 주택정책의 실제 목표가 돼야 한다

인천 청자자이 아파트 전경
 인천 청자자이 아파트 전경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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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2000년대 중반까지 미친 듯이 성장했고 또 미친 듯이 개발했다. 부동산 값이 덩달아 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과 함께 우리도 거품을 잔뜩 쌓았다. 지금 선진국들이 겪는 경제위기는 모두 거품시대의 후유증이다.

다행히 우리는 폭락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쌓여 있을 거품의 연착륙이 절박한 상황이다. 19대 국회 임기, 나아가 차기 정부는 이들 거품을 연착륙시키면서, 안정적으로 경제상황을 관리해야 될 책무가 있다. 폭락론, 재상승론 모두 무책임하다. 조심조심,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구호로만 계속되어 왔던 주거복지가 주택정책의 실제 목표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주택바우처만 주거복지가 아니다. 그것을 위한 인프라도 주거복지다. 투기를 막으면서도 지속가능한 부동산 세제의 확립, 임대차 등록제 도입, 주택의 최저기준 향상을 실질적인 정책 목표로 세우는 일 등이 모두 주거복지 정책과 연관된다.

2012년, 드디어 거품개발 공약은 빠진 주거복지 중심 공약의 호기를 맞았다. 제대로 된 공약과 이를 둘러싼 논쟁을 기대한다. 사회적 합의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수현 기자는 세종대 교수이자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주택정책,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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