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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전충청평통사와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원불교 환경연대,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기독교교회협의회 관계자들이 한화 대전공장앞에서 확산탄 생산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대전충청평통사와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원불교 환경연대,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기독교교회협의회 관계자들이 한화 대전공장앞에서 확산탄 생산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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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더 이상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 제발 확산탄 생산을 멈춰 달라. 제발..."

송 코살(28)씨는 '제발'(please)이라는 단어를 쏟아냈다. 그리고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12일 오후 2시 대전 한화공장 정문 앞에서다.

캄보디아지뢰금지운동(CCBL)을 대표해 제15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러 한국에 온 코살은 이날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확산탄(집속탄 集束彈, cluster bomb unit) 생산과 수출의 중단을 요구하기위해 한화 공장을 찾았다. 한국은 ㈜한화와 ㈜풍산에서 해당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코살과 일행 등은 한화 정문 앞에서 멈춰서야 했다. 한화 측은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정문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며 기자회견마저 제동을 걸려 했다.

5살 때 지뢰 밟아 다리 잃은 송 코살 "제발 무기 생산 멈춰 달라"

캄보디아지뢰금지운동(CCBL)을 대표해 제15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러 한국에 온 송 코살(28)씨. 12일 오후 대전 한화대전 공장앞에서 확산탄 생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캄보디아지뢰금지운동(CCBL)을 대표해 제15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러 한국에 온 송 코살(28)씨. 12일 오후 대전 한화대전 공장앞에서 확산탄 생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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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골에서 태어난 코살은 5살이던 1989년 어머니와 함께 집 앞의 논으로 나갔다가 묻혀 있던 지뢰를 밟았다. 이 사고로 코살은 오른쪽 다리 전체를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그는 지난 1995년부터 전 세계 20여 개국을 돌며 국제지뢰확산탄금지 운동을 벌여왔다.

코살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가 활동하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며 "더 이상 확산탄으로 생명을 잃거나 다리를 잃어 고통스럽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확산탄을 만드는 공장 앞에 서니 자꾸 눈물이 난다"며 "제발 모든 사람들의 행복한 꿈을 위해 잔인한 무기의 생산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만약 한화 사장을 만나게 된다면 확산탄이 얼마나 위험한 무기인지 알고 있는지, 당신의 사랑하는 가족이 나처럼 다리를 잃거나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확산탄을 계속 만들 생각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대포나 다연장로켓 또는 공중투하로 발사되는 확산탄은 한 개의 대형폭탄 속에 들어 있는 수백 개의 자탄을 분리·폭발시켜 축구장 2~3개 넓이 안에 있는 인명과 차량 등에 타격을 입히는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자탄 가운데 불발탄이 많게는 40%에 이르러, 전투가 끝난 뒤에도 민간인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

외교통상부 "북한과 대치 중...금지 협약 및 조약 가입할 생각이 없다"

12일, 대전충청평통사와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원불교 환경연대,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기독교교회협의회 관계자들이 한화 대전공장앞에서 확산탄 생산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대전충청평통사와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원불교 환경연대,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기독교교회협의회 관계자들이 한화 대전공장앞에서 확산탄 생산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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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2008년 5월 초안이 채택됐던 확산탄금지협약은 현재 프랑스·독일·일본 등 111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이중 68개국이 비준서를 기탁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은 집속탄을 생산, 수출하는 주요국가 중 하나지만 확산탄 관련 규제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국방예산중 확산탄 관련 예산은 2030억 원에 이른다.

코살을 비롯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박석진 사무국장 등은 이날 오전 외교통상부 군축비확산 과장을 면담하고 "확산탄과 대인지뢰는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비인도적 살상무기"라며 생산 및 수출 중단과 확산탄금지협약 및 대인지뢰금지조약 가입을 촉구했다.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은 '평화행동의 날' "한화 공장 앞에 모이자" 

캄보디아지뢰금지운동(CCBL)을 대표해 제15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러 한국에 온 송 코살(28)씨. 12일 오후 대전 한화대전 공장앞에서 확산탄 생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캄보디아지뢰금지운동(CCBL)을 대표해 제15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러 한국에 온 송 코살(28)씨. 12일 오후 대전 한화대전 공장앞에서 확산탄 생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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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무국장은 "해당 과장이 '북한과 대치중이라는 특수한 군사안보적 상황'을 이유로 '금지 협약 및 조약에 가입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며 "하지만 확산탄 생산여부는 군사안보적 상황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코살씨도 "확산탄 생산을 중단하면 왜 군사안보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 한국이 파키스탄 등 해외에 수출하는 확산탄이 북한과 대치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대전충청평통사와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원불교 환경연대,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은 한화 대전공장앞에서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화는 윤리적 투자를 내세우는 노르웨이 연금펀드로부터 비윤리적, 비인도적 기업으로 낙인찍히고 투자 금지 대상이 됐다"며 "이는 한국 기업의 불명예를 넘어 한국민 전체의 불명예"라고 지적했다.

이어 "말로는 '행복을 만드는 기업'이라고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전 세계 사람들을 죽음과 불행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확산탄 생산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전에서 부터 확산탄이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라며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하루 동안 한화 대전공장 앞에서 평화행동 행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살은 이날 기자회견 후 대전지역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서울에서 열리는 강연을 위해 오후 4시경 서울로 향했다.


태그:#한화, #확산탄, #송코살, #확산탄금지협약, #살상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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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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