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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2세인 장남이 그룹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동생에게 차명 관리로 드러나지 않았던 상속지분을 돌려달라고 제기한 소송이 적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재벌가 사람들이 운영권 등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는 일이 처음있는 일은 아니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으뜸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소송이기에 더 한층 관심을 가지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런 소송이 있는가 하면, 오늘도 전국에 산재해 있는 법원에서는 당사자들만이 아는 소소한 사정이나 사연으로 얽힌 이런저런 송사가 부지기수로 취급되고 있을 것입니다.

 

250년이나 계속된 소송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송사가 부지기수로 벌어지고 있지만 그 시시비비를 가려 판가름을 내는데 세기(世紀)를 달리하며 벌이는 장구한 소송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2세기를 훌쩍 뛰어넘은 250년 동안이나 계속된 소송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벌였던 소송이기에 250년이나 지속되었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키워드 한국문화를 시리즈로 펴내고 있는 (주)문학동네에서 10번째 시리즈물로 출간한 <조선의 묘지 소송>에서 세기를 두 번이나 달리하는 250년 동안이나 벌어졌던 소송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묘는 어린이들이 생각하기에는 무서운 곳, 젊은 사람들에게는 벌초를 하며 관리를 해야 하는 성가신 곳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문화의 골격을 이루고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조선시대의 묘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할 가문의 가치였습니다.

 

한국문화 이해에 꼭 필요한 키워드

 

한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사의 변천사에 수반 된 시대적 배경, 시대적 가치를 단절 없이 알아야 할 것입니다. 시대적 배경이나 가치 변화의 이해 없이 들여다보는 문화는 단절되거나 왜곡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조선의 묘지 소송>에서 읽을 수 있는 한국문화 키워드 중 하나는 결혼의 변천사입니다. 핵가족화에 따라 주거는 달리하더라도 오늘날에도 결혼이란 여자가 남자 집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조선왕조 이전인 고려시대에는 남자가 처가 쪽으로 가서 사는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 널리 행해졌답니다.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인 가족이 형성하는 결혼 풍습이 달라지고, 혈족에 대한 가치가 달라지며 공고히 굳어진 것이 조선시대의 종법이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선산(先山)임을 알 수 있습니다.  

 

풍수하면 떠오르는 명당이란 개념, 무엇을 우선으로 가치 하느냐에 대한 기준 역시 시대에 따라 변해가고 있음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사회 질서의 기준이 된 <주자가례>에서는 자손의 명리보다는 조상 안거를 통한 효를 실현하는 것이 강하게 작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풍수를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점을 우선 두거나 강조하는 것은 자손들의 명리, 구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주자는 자손의 구복求福보다는 조상의 안거를 위하는 차원에서 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정자程子의 입장도 동일한 맥락이었다.

 

묘터를 점치는 것은 땅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것이지. 음양가陰陽家가 주장하는 화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땅이 좋으면 신련이 편안하고, 자손들이 번성한다. 근본을 잘 배양하면 가지와 잎이 무성함은 이치상 당연하다. 땅이 좋지 않으면 이와 반대다. -본문 49쪽-

 

25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벌어진 송사는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묘와 관련한 사회적 시대적 변천사와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야 말로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꼭꼭 짚어주는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조선의 묘지 소송> ┃ 지은이 김경숙 ┃ 펴낸곳 문학동네 ┃ 2012. 02. 17 ┃ 값: 10,000원


조선의 묘지 소송 - 산송, 옛사람들의 시시비비

김경숙 지음, 문학동네(2012)


태그:#조선의 묘지 소송, #김경숙, #문학동네, #파평 윤씨, #청송 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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