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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발레단 '지젤'의 2월 29일 프레스리허설 동영상 프레스 리허설 시연에 이영철(알브레히트)과 김주원(지젤), 인터뷰에 이재우(알브레히트)와 이은원(지젤) 주역 무용수들이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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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레의 자존심을 걸고 한국발레를 지켜온 국립발레단(단장 최태지)이 올해로 창단 50주년을 맞았다. 국립발레단은 3월 1일부터 3월 4일까지 국립발레단 50주년 시즌 레퍼토리 첫 작품으로 발레 <지젤>(예술감독 최태지, 안무 파트리스 바르)을 공연중이다.

발레 애호가라면 누구나 <지젤>의 물 흐르듯 이어지는 작곡가 아돌프 아당의 음악과 함께 낭만적인 무대와 아름다운 발레동작, 2부의 군무 때문에 지젤을 사랑할 것이다. <지젤>은 2막 발레로, 1막에서 시골처녀 지젤은 신분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에 휩싸여 죽는다. 2막에서 지젤은 숲 속을 지나는 남자들이 춤을 끝없이 추다가 죽게 하는 윌리(결혼 전에 죽은 처녀들의 영혼)가 되고, 무덤에서 윌리들의 포로가 된 알브레히트는 지젤의 사랑으로 목숨을 구한다. 특히 2막에서 하얀색 튀튀를 입은 윌리들의 아름다운 군무가 환상적이다.

국립발레단 '지젤' 중 알브레히트(이영철 역)와 지젤(김주원 역)이 2막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국립발레단 '지젤' 중 알브레히트(이영철 역)와 지젤(김주원 역)이 2막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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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은 지난해 2월 국내 발레단으로는 처음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19세기 '지젤' 안무와 무대를 그대로 재현해내어 전석매진의 폭발적인 인기와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올해 <지젤>은 새로운 얼굴들로 더욱 신선한 무대를 선보인다. 이은원-이재우 커플, 박슬기-김회현 커플이 그들이다. 이은원과 이재우는 모두 91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영재로 입학한 동기이다. 이은원은 작년 <지젤>공연에서 이미 지젤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신성같이 데뷔하였으며, 이재우는 196cm의 큰 키로 파워풀한 테크닉이 특기이다. 박슬기는 2011년 지방순회공연에서 심금을 울리는 지젤연기로 호평을 받았으며, 김회현 역시 박슬기와 함께 지젤에서 귀족적인 외모에서 풍기는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지젤(김주원 역, 가운데)을 흠모하는 힐라리온(송정빈 역, 왼쪽)이 알브레히트(이영철 역, 오른쪽)의 신분을 폭로하고 있다.
 지젤(김주원 역, 가운데)을 흠모하는 힐라리온(송정빈 역, 왼쪽)이 알브레히트(이영철 역, 오른쪽)의 신분을 폭로하고 있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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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공연에서 주역인 이은원-이재우 커플의 연기는 아름답고도 조화로웠다. 이재우는 발레리노 중에서도 유독 큰 키가 서있기만 해도 기품이 나고 멋있다. 이번 공연에서 회색톤의 타이즈와 의상이 더욱 귀공자 같다. 지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손짓이나 시선처리 등도 명확하다. 큰 키 덕분에 무용동작에서는 실제 동작선에 비해 다소 뻣뻣해 보일수가 있으나 그런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무용을 잘하고 또 몸매 골격이 살아있다.

이은원의 지젤은 큰 키의 이재우와 함께 춤출 땐 더욱 사랑스럽고 아담해 보인다. 기자간담회 때 봤을 때는 키가 꽤 커 보였는데 아니었나 생각되었지만, 마지막 커튼콜 때 알게 된 것이 다른 앙상블 발레리나들보다는 약간 큰 키였다. 파트너인 이재우가 워낙 크다. 이은원이 연기한 사랑스런 시골처녀 지젤의 모습도 사랑스럽지만 1막에서 알브레히트의 신분이 발각되고 충격을 받은 지젤의 처절한 춤과 카리스마 있는 표정 역시 압권이었다.

1막 페전트 파드되에서 김리회와 김윤식이 산뜻하고 경쾌한 춤동작과 호흡선을 선보였다.
 1막 페전트 파드되에서 김리회와 김윤식이 산뜻하고 경쾌한 춤동작과 호흡선을 선보였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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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은 한 장면 한 장면 독립적이면서도 장면 간 음악이 바로 연결되는 자연스러움이 특별하다. 또한 1막에서 힐라리온(송정빈 역)이 등장하여 자신의 입지를 과시하듯 선보이는 경쾌한 회전동작도 멋졌으며, 페전트의 대규모  군무 역시 경쾌하고 신난다. 페전트 파드되인 김리회와 배민순(3월 1일 공연), 김리회와 김윤식(2월 29일 프레스 리허설)의 발랄한 춤 역시 조화로운 호흡으로 로맨틱풍 의상과 함께 1막의 주요 독무를 잘 장식하였다.

2막은 푸른 회색 지젤의 묘지 배경 아래 각 무용수들의 독무와 윌리들의 군무를 선보였다.  전반적으로 계속 이어지는 24명의 윌리들(묘지를 떠도는 혼령들)의 환상적인 군무가 압권이었다. 하얀색 투명한 튀튀 치마를 입은 윌리들이 4열 6행으로 지그재그로 움직이거나, 힐라리온(송정빈 역)을 둘러싸고 크게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등의 장면들이 시종일관 1막보다 더욱 슬프고도 웅장한 음악과 함께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2막에서 윌리들과 미르타(김지영 역)가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다.
 2막에서 윌리들과 미르타(김지영 역)가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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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막은 군무 사이에 각 무용수들의 독무도 더욱 잘 드러나고 있었다. 지젤을 그리워하는 알브레히트의 아픔을 이재우는 처절한 연기로 멋지게 표현하였으며, 알브레히트가 지젤의 혼령과 환상속에서 추는 춤장면은 그 낭만성이 느껴졌다. 이어진 독무에서서 그는 큰키의 턴 동작과 우아한 기품을 뽐내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은원은 슬픔에 빠진 알브레히트를 지켜주는 따스한 혼령의 연기를 잘 소화해 내었으며, 독무에서도 정확하고 앙증맞은 발동작으로 우아함을 뽐내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미르타(윌리들의 여왕)역을 한 장우정(3월1일 공연), 김지영(2월 29일 프레스 리허설)의 춤 또한 주인공들과 대립구도를 이루며 극을 잘 이끌고 갔으며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 내었다.

연주는 지휘자 정치용이 이끄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하였다. 음악의 따뜻함과 정돈됨, 그리고 발레의 흐름을 잘 감싸주는 반주는 그간 수많은 발레와 오페라 반주를 맡아온 코리안 심포니와 이를 이끌어온 지휘자 정치용의 노고와 존재를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안무(파트리스 바르)와 이탈리아 장인들의 무대와 의상, 조명으로 로맨티시즘 발레와 무대를 선보인다.
▲ 국립발레단 '지젤' 1막 중.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안무(파트리스 바르)와 이탈리아 장인들의 무대와 의상, 조명으로 로맨티시즘 발레와 무대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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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젤>은 발레 본고장 파리의 대표적 안무가 파트리스 바르(파리 오페라발레단 부예술감독)가 맡아 작년에 이어 또다시 로맨티시즘 발레의 품격을 그대로 살린다. 무대디자인과 의상, 조명은 이탈리아 장인들이 맡아 더욱 품격 높은 무대를 만든다. 이탈리아의 무대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가 선보이는 배경작화를 무대셋트로 하여 낭만주의 화풍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선사할 것이다.

올해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탄탄한 테크닉과 우아한 몸짓의 김지영, 타고난 낭만 지젤 박주원까지 모두 네명의 지젤을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이동훈-김지영, 이영철-김주원, 이재우-이은원, 김희현-박슬기 총 네 명의 색깔있는 지젤과 알브레히트를 감상할 수 있다. 국립발레단의 낭만발레 <지젤>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월1일부터 3월4일까지 공연된다. 

국립발레단 '지젤' 3월 1일 첫 공연에서 주연 지젤 역을 맡았던 이은원과 알브레히트 역의 이재우
 국립발레단 '지젤' 3월 1일 첫 공연에서 주연 지젤 역을 맡았던 이은원과 알브레히트 역의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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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립발레단, #지젤, #이은원, #이재우, #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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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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