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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라 그런지 물고기 모양의 표지판을 따라가도록 되어 있다. 오른쪽 아래사진은 동사무소 앞의 물고기 표지판을 물고기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다.
▲ 예쁜 표지판 바닷가라 그런지 물고기 모양의 표지판을 따라가도록 되어 있다. 오른쪽 아래사진은 동사무소 앞의 물고기 표지판을 물고기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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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을 앞두고 방학이 끝나감을 아쉬워하던 딸은 여행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만 25세 이하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코레일 '내일(Rail)로'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했다. 공부에 알바에 시간을 쉽게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5일이나 되는 시간(내일로는 5일동안 기차를 탈수 있는 패스다)을 내기는 어렵지만 1박 2일이라도 어디 다녀올까? 부산에 가보는 건 어떨까? 고민하고 있었다.

지인들로부터 부산 기장 바닷가에 전망이 좋은 절이 있단 얘길 듣고 가고 싶었던 터라 나도 솔깃했다. 차를 가져가면 혼자 운전할 일이 걱정되고, 기차를 이용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게 생겼다. 딸은 '내일로'를 이용하면 절약되지만, 나는 제값 다주고 타면 경비가 많이 들 것이다. 그렇다고 나 혼자 고속버스 타고 가서 만나는 것도 우습고.

딸은 철도청 검색을 해보더니 26세 이상은 '다소니'라는, 생소한 이름의 자유여행 이용권이 있다고 했다. 2인에 8만9000원으로 3일 동안 쓸 수 있는 자유여행 이용권이었다. 동반자는 나이 제한이 없었다. 딸도 내일로보다 좀 비싸긴 하지만 정상가에 비하면 좋은 조건이라고 했다. '다소니'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우리말. 개인화, 웰빙 및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여행 트랜드에 맞춰 기차를 이용해 전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즉,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동반여행이란 상품이라는 것.

"딸, 경비는 엄마가 댈테니 일정을 짜렴"

감청동 마을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이다. 입구부터 눈길을 끈다.
▲ 감청동 마을 입구의 조형물 감청동 마을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이다. 입구부터 눈길을 끈다.
ⓒ 송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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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콜!"

이렇게 해서 우리 모녀는 지난 2월 22일부터 1박 2일간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새마을호를 그 가격에 3일 동안 탄다니 감동적이란 생각이 들어 바로 결정을 했다. 나의 선약때문에 2박 3일을 못채우고 1박 2일로 결정했다. 일단 차비가 절반 아래로 줄어드니 경비 지출 부담이 적어졌다. 오전 6시 5분 새마을호를 타고 출발해, 돌아 오는 날은 오전 7시 35분 기차를 타는 계획. 알뜰하게 여행하고 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딸 경비는 엄마가 댈 테니까 여행 일정은 네가 좀 짜라."
"네~."

밤 12시 넘어 여행을 결정하고 인터넷으로 발권해 티켓을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았다. 참 편한 세상이다. 집에 앉아서 다 할 수 있다니. 몇시간 후에 서울역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

감청동 마을에 있는 포인트 중의 하나로 벽에 빨간색 손잡이를 붙여 놓아 마치 컵을 떠올리게 하는 건물이다. 안에는 커피와 책이 준비되어 있다.
▲ 북카페 감청동 마을에 있는 포인트 중의 하나로 벽에 빨간색 손잡이를 붙여 놓아 마치 컵을 떠올리게 하는 건물이다. 안에는 커피와 책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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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마음에 짐정리하고 나니 오전 2시 반. 두 시간 뒤에 일어날 수 있을까. 딸이 실망스런 목소리로 깨웠을 때는 오전 5시 21분. 헉!

남편을 깨워 서울역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세수도 안하고 후다닥 옷을 차려입고 달렸다. 새벽이라 차가 없을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분 1초를 초조하게 여기며 서울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5시 58분.

"딸 뛰어!"

둘이서 숨이 턱에 닿게 달리고 계단을 올라 승차장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1분.

"역시 포기안하길 잘했지?" 딸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맨 앞자리는 놓쳤지만 우리는 일단 기차에 몸을 실은 것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제일 앞자리에는 콘센트가 있어 폰이나 넷북 등 전자기기 충전을 할 수 있는 자리여서 노리는 사람이 많았다.

우린 자리에 앉았다. 딸은 넷북과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곳을 죽 얘기해줬다. 엄마를 위해 사진찍기 좋은 곳, 부산에서 유명한 먹거리(특히 딸은 맛있는 음식 먹기를 좋아해서 눈이 반짝였다)와 숙소를 말해준다.

가파른 계단이 있는 마을... 사람 마음만은 따뜻하리라

하늘마루에서 내겨다본 감청동 마을의 전경-파란 지붕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 감청동 마을 하늘마루에서 내겨다본 감청동 마을의 전경-파란 지붕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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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제일 높은 하늘마루에서 내려다본 감청동 마을의 전경
▲ 감청동 마을 마을에서 제일 높은 하늘마루에서 내려다본 감청동 마을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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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마루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전경-동화속 마을같다
▲ 감청동 마을의 전경 하늘마루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전경-동화속 마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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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무엇을 먹든 좋았다. 어디서 자든 상관있으랴. 떠난다는 것은 늘 여행자를 설레게 했다. 일상에서 탈출한다는 것은 늘 짜릿하다. 가슴을 뛰게 한다. 무엇을 보든 새롭게 보였다. 무려 5시간을 달렸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잠깐씩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도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이 그동안 봐왔던 풍경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모든 게 새로워 보인다. 마치 처음 기타를 타보는 사람처럼. 열심히 밖을 내다보며 사진을 찍는 사이 부산역에 닿았다.

우선 <1박2일> 찍었다는 국제시장에 가서 씨앗호떡을 사먹기로 했다. 서울호떡과 부산호떡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호기심이 앞섰다.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려 사먹었다. 일반 호떡에 씨앗을 넣었기 때문에 식감이 다를 뿐이었다.

점심을 먹고 책방거리도 둘러보고 가장 핵심적이라 할 수 있는 감청동 문화마을에 가기로 했다.

"감천(甘川)동의 감(甘)은 '검'에서 온 것이며 '검'은 신(神)이란 뜻에서 유래했다고 하고  천(川)은 '내'를 한자로 적은 것이다. 혹은 물이 좋아서 감천이라고 했다고도 한다. 감천동에는 태극도 신도들이 많이 사는데, 태극도는 1918년에 조철제가 증산사상에 기초하여 세운 종교로서 사천 여명의 태극도 신도들이 이 반달고개 주변에 모여 집단촌을 만들었는데 이 태극도 신앙촌이 중심이 되어 1968년 현재의 감천 2동이 만들어졌다. 감천동은 한국전쟁 당시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족 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서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는 감천동만의 독특한 장소성을 보여준다. 뒷집을 가리지 않게 지어진 주택의 미덕이 살아 있는 감천동은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예전의 추억을 회상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살을 부비고 사는 민족 문화의 원형과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마을이다."(부산 감천동 문화마을 설명서에서 인용)

감청동 마을의 집집마다 칠해놓은 파스텔톤의 벽과 오른쪽 사진은 좁은 골목길로 성인이 간신히 지나갈 만큼 좁은 골목길이다.
▲ 보라색 벽과 좁은 골목길 감청동 마을의 집집마다 칠해놓은 파스텔톤의 벽과 오른쪽 사진은 좁은 골목길로 성인이 간신히 지나갈 만큼 좁은 골목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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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서울의 달동네를 보는 듯하기도 하다. 물고기 모양의 표시판을 따라가는 느낌은 마치 보물을 찾아 숨겨진 미로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어떤 골목은 어른이 간신히 빠져나가기도 어려울 만큼 좁은 곳도 있었다. 실제 큰 배낭을 메고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실제 사람이 사는 곳이라 조용히 방문해달라는 안내판도 곳곳에 보였다.

파스텔톤의 페인트로 예쁘게 칠을 하고 가끔은 벽화와 조형물도 설치해 놓은 것이 여행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다. 재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 헐어버리고 고층 아파트를 지어, 살던 사람을 내쫒는 야박한 서울의 개발과는 달라서 따뜻하게 다가왔다. 이것이 진정한 '더불어사는 삶'이 아닐까.

동화 속 마을, 감천동

마지막 포인트에 있는 하늘마루 안에 나무를 세워놓고 소원이나 소감을 적어놓은 쪽지를 예쁘게 매달아놓았다.
▲ 감청동의 마지막 포인트로 하늘마루 안에 있는 소원나무 마지막 포인트에 있는 하늘마루 안에 나무를 세워놓고 소원이나 소감을 적어놓은 쪽지를 예쁘게 매달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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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가파른 계단만큼 고단할 수도 있겠지만, 뒷집에 햇빛이 들도록 집을 지은 사람들의 마음만은 따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붕도 알달록하게 칠해져 마치 동화 속 어느 마을같기도 하다. 특히 하늘빛처럼 파란 지붕에서 그리스 산토리니가 떠오르기도 했다.

가는 곳곳마다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곳곳에 놓여진 스탬프로 안내지도에 도장을 찍기도 했다. 도장을 찍도록 돼 있는 곳은 총 일곱 곳. 다 찍으면 감천동을 찍어서 만든 엽서 2장을 주거나 찍은 사진중 1장을 인화해준다고 했다. 딸과 난 열심히 성실하게 도장을 찍고 눈으로 감상하고 사진을 찍고 신이 나 있었다.

북카페도 예뻤다. 건물 외벽에 컵의 빨간 손잡이 모양으로 붙어 있었다. 안에는 커피 자판기가 있어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책이 꽂혀 있어 잠시 쉬며 책을 볼 수도 있고 바닥도 따뜻해 추위에 지친 사람들이 잠깐 쉬어가기에 아주 좋았다. 마지막 지점인 하늘마루에서 내다보는 전경은 아름다웠다. 바닷가에 있는 감천동 마을은 정말 동화 속 마을이다. 시간이 좀더 있었더라면 야경도 한 번 보고 싶었다.

감청동 마을을 둘러보면서 곳곳에 있는 스탬프 7곳의 도장을 이렇게 찍어가면 엽서 2장이나 사진 1장을 인화해준다. 윌ㄴ 딸과 둘이서서 2가지를 다 받았다.
▲ 스탬프가 있는 7곳의 도장을 직어놓은 안내지도 감청동 마을을 둘러보면서 곳곳에 있는 스탬프 7곳의 도장을 이렇게 찍어가면 엽서 2장이나 사진 1장을 인화해준다. 윌ㄴ 딸과 둘이서서 2가지를 다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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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일째의 광안리의 아침
▲ 광안리의 아침 여행 2일째의 광안리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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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동을 주제로 전시한 사진 전시회에 있던 감천동 야경사진이 인상깊었다. 하지만 짧은 일정이라 더 머무를 수가 없었다. 다른 곳으로 옮길 수 밖에 없음이 아쉬웠다. 딸은 엽서 2장을 받고, 난 찍은 사진 중 한 장을 골라 즉석에서 인화했다. 감천동 마을 하나 본 것만으로도 부산 여행은 소득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감천동 고갯길에서 내려오는데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마치 어려운 사람들끼리 기대어사는 고향에 다녀오는 느낌이었다.


태그:#ㅂㅂ, #사하구, #감청동 문화마을, #해동용궁사, #범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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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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