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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모두 70여명이 오셨다.
▲ 총선취재팀 발대식 모두 70여명이 오셨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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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가난에 찌들어 살았었고 지금도 어렵게 살고 있는 중이며 가방줄도 짧은 상태이다. 어찌어찌 한글은 깨우쳤고 어찌어찌 문장을 쓰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세상 사는 게 힘들고 이해 할수 없는 게 너무도 많은 상태다. 그냥 단순무식하게 살아온 내게 서울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전화가 오셨다.

"변 기자님, 이번 총선특별취재팀에 함께 활동 합시다. 지금 모집하니 가셔서 등록 좀 해주시구요"

그것이 저번주던가? 내가 제일 어려워 하는 게 바로 이 기억력이다. 난 어려서부터 이상하게도 한 번 들으면 바로 잊고, 한번 봐도 바로 잊는다. 책을 보고 돌아서면 책 속 내용이 가물가물 해진다. 어려서부터 수업 시간에도 그렇다. 머리속은 온통 잡생각 뿐이어서 교사가 하는 말이 머리에 입력이 되지 않았다. 정신차려 잘 들어 두면 뭐하나? 돌아서면 까먹어 버리는 걸.

어려서부터 그런 정신구조가 몸에 박혀 그런지 나는 숫기 없이 살고 있다. 조명받는 곳보단 그늘진 곳을 눈여겨 보이고, 중간 보다는 외진 곳에 마음이 간다. 가운데 보다는 구석진 곳에 신경이 쓰이고, 앞에 앉는 것 보다 맨 뒤에 앉기를 좋아 한다. 또, 똑바른 것 보다 모난 것에 더 관심이 생기고, 화려함 보다는 수더분 한 쪽에 더 마음을 기울인다.

오마이뉴스 본사로부터 며칠전 받은 전화 한통은 또다시 내 속을 후벼 파 놓았다. 내 마음안엔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글자들을 많이 설정해 두었는데 정치분야도 그 중 하나다. "정치꾼과 장사꾼은 믿을 게 못 된다"고 누구에겐가 들은 후 부터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를 어쩌나?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 기본 생각이라면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온 전화를 무시해 버려야 한다. 그리고 내 이름을 등록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난 등록 해버렸다. 한마디로 고마워서다. 내게 전화 해 준 게 고마웠다. 오십 다 되게 살면서 난 한번도 '현명하다''지혜롭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대신에 '어리석은 놈''멍청한 놈''바보같은 놈' 이런 말만 잔뜩 들어오며 살았다. 게다가 나이 드니 요즘은 일 부리는 사람마다 그런다. '일머리가 없다'

그래 난 일머리 없다. 바보같이 살고, 멍청하게 살고, 어리석게 살고 있다. 나도 잘 안다. 그래서 난 누구 앞에 나서는 걸 싫어 한다. 그냥 뒤에 처박혀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배우고자 할 뿐이다. 이렇게 사는 나를 찾아 주고 알아 주는 게 고마운 거다. 오마이뉴스 총선특별취재팀에 이름을 올렸더니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내용 아래에 댓글이 여러개 달려 있던데 그 중에는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하며 자신의 이름이 없는 것을 아쉬워 하는 분도 계셨다. 나는 속으로 '나 시키지 말고 하고싶어하는 저사람 시키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생각을 가지고 대전으로 갔다

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 하청업체 다니다 정리해고 되었다. 해서 2월 23일 대법원에 난생처음 가보았고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최종판결을 밖에서 지켜 보았다. 방청석엔 못들어 갔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 후 아침마다 출근집회 참석하고 일하고 해서 좀 피곤한 상태였지만 토요일 아침같이 일어나 열차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오전 11시 경 도착하여 모임 장소에 가보니 큰 홀에선 음악경연대회를 하고 있었다. 난 음악을 좋아해서 자리에 앉아 한참이나 구경을 했다. 유치부부터 일반부까지 피아노,바이올린,첼로 연주를 한사람씩 나와서 심사위원 앞에서 선보였다. 아침부터 굶고 있어서 배가 고파 도무지 못참겠어서 12시경 밖으로 나왔다. 돈이 없어서 차비를 빌려 온 터라 딱 내려갈 차비만 있었다. 차비 빼고나니 2000원 남기에 그 돈으로 오면서 본 풀빵이나 사먹자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서는데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내려온 직원들이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병기 본부장도 보였다.

"변 기자님도 점심이나 같이 먹으러 가죠."

이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이던가. 난 얼른 따라 나섰다. 그 식당에서 민물새우로 만든 국을 먹었는데 밥그릇에 담긴 밥이 푸다 말았는지 인색하게 담겨 있었다. 빈 밥그릇만 박박 긁으며 국물만 더 먹고 있었는데 역시 눈치빠른 본사 직원이 밥 한그릇을 더 시켜 주었다. 밥을 두그릇 먹으니 그제서야 속에서 이제 그만 먹어도 된다는 신호가 왔다. 포식해서 배불렀다. 그렇게 더부살이로 밥을 얻어 먹게 되었다.

오마이뉴스 직원은 다른 분들을 위해 김밥과 빵,음료수를 준비해 두셨다.
 오마이뉴스 직원은 다른 분들을 위해 김밥과 빵,음료수를 준비해 두셨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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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발대식

오후 2시부터 모임은 예정되었으나 차가 막히는지 오고는 있는데 아직 도착하지 못한 분들이 많이 있어서 얼마쯤 늦게 시작하였다. 먼저 각자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해라 했다.

"저는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고요. 현대자동차는 23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최종판결을 맞은 상태 입니다. 그래서 저도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 대해 어떻게 기사를 써 올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한 번 해보겠습니다"

기억력이 없는 나는 아마도 그렇게 말한거 같으다. 속으론 계속 흔들리고 있었고 혼란에 가득차 있었는데 날 불러 세워준 오마이뉴스 직원이 고마워서 감히 못하겠다는 말을 못했다. 소개를 다하고 보니 대전에 계신 분도 계시고, 여수, 강원도, 진주, 인천, 경기도, 울산, 서울에서 오신분도 계셨다. 김병기 본부장 님이 나오셔서 2012 총선특별취재단을 왜 구성 했는지 어떤 방향으로 운영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해 주셨다. 그리고 강의가 시작 되었다.

현장보도에 대해, 분석 글쓰기, 기사 작성 유의사항, 선거기사 쓰기, 선거법에 저촉 안 되게 글쓰기까지 설명을 들었다. 현장보도 하려면 각 후보 선거사무실에 가보아야 하는데 출근해야 하니 언제 가보나? 분석 글쓰기 설명 들을 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선거관리위원이 나와서 기사 잘못 썼다가 법정 소송에 휘말린 이야기를 해주셨다. 후보자 이름이나 나이와 같이 기본사항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써야 한다고 했다. 객관성을 유지하고 사실 확인이 된 사항만 글로 쓰고 예측이나 추측성 글은 쓰지 않는게 좋다고 했다.

모두 세 분의 강의를 듣고 오후 6시 다되어 발대식을 마쳤다. 우린 점심때 갔던 식당으로 다시 가서 뒤풀이를 했다. 그리고 오후 8시경 모임을 끝냈다. 다르게 올라간 박석철 시민기자 님과 내려 올 땐 같이 내려 왔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여전히 내겐 어렵게 다가온다. 그래도 한번 해 볼것이다.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내 여건에 맞게 해 볼것이다. 내가 그런 거 못한다 했을 때 오마이뉴스 본사 직원이 전화로 말했다.

"변 기자님 어려워 할 거 없어요. 변 기자님이 사는 이야기 올리잖아요. 비정규직 문제 올리잖아요. 그냥 그렇게 써 올리면 돼요"

서울 과기대 연구원이신 이종필 입자물리학 박사 님이 총선관련 분석 기사 쓰기에 대해 강의를 하셨습니다.
 서울 과기대 연구원이신 이종필 입자물리학 박사 님이 총선관련 분석 기사 쓰기에 대해 강의를 하셨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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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마이뉴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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